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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주영, 내년 1월 아스날 떠나야 한다

 

끝내 박주영에게 출전 기회는 오지 않았다. 한국 시간으로 9월 26일 오전 4시에 펼쳐진 2013/14시즌 캐피털 원 컵 3라운드 웨스트 브로미치 원정에서 아스날의 18인 엔트리에 포함됐다. 원 소속팀 복귀 후 첫번째 경기에 투입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연장전을 포함한 120분 동안 그라운드에 모습을 내밀지 않았다. 아스날은 연장전까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4-3으로 이겼다.

 

이날 아스날은 4-4-2 포메이션을 활용했다. 선덜랜드와 유벤투스 임대를 마치고 복귀한 니클라스 벤트너와 20세 독일 유망주 토마스 아이스펠트가 투톱으로 나섰다. 좌우 윙어로는 21세 일본 유망주 미야이치 료, 18세 독일 유망주 세르쥬 나브리가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다. 후반 16분에는 아이스펠트가 선제골을 넣었으며, 후반 37분에는 아이스펠트를 대신해서 18세 잉글랜드 유망주 츄바 아크폼이 교체 투입했다. 경기에 나섰던 공격 옵션들을 살펴보면 벤트너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18~21세 유망주였다.

 

 

[사진=박주영 (C) 아스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arsenal.com)]

 

박주영이 부상에서 회복된지 얼마 안되었음을 감안해도 팀 내 유망주와의 출전 경쟁에서 밀린 것은 아쉬운 일이다. 벤트너의 경우 한때 아스날의 로테이션 멤버로서 경기에 꽤 출전했기 때문에 아르센 벵거 감독에게 익숙했을 것이다. 그러나 박주영은 2011/12시즌 아스날에서 6경기에만 나섰다. 그 중에 프리미어리그에서는 1경기 출전에 그쳤다. 18인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지금도 똑같다. 벵거 감독에게 철저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고 웨스트 브로미치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올 시즌은 2011/12시즌보다 상황이 더 안좋다. 그때는 칼링컵(지금의 캐피털 원 컵) 3경기에 선발 출전했었다. 3라운드 슈루즈버리전에서 70분, 4라운드 볼턴전에서 풀타임, 5라운드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66분 뛰었다. 하지만 올 시즌 캐피털 원 컵에서는 3라운드부터 결장했다. 유망주와의 출전 경쟁에서 밀린 것이다. 아스날이 조만간 캐피털 원 컵 4라운드를 치를 예정이나 그 경기에 박주영이 그라운드에 모습을 내밀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박주영의 웨스트 브로미치전 결장은 '과연 아스날에서 단 1경기라도 제대로된 출전 기회를 얻을까?'라는 의문이 들게 했다. 어느 시점에서는 후반 막판에 교체 투입 될 수도 있다. 2011/12시즌 후반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AC밀란전처럼 말이다. 하지만 넉넉한 출전 시간을 확보하며 벵거 감독의 눈도장을 받을 기회를 얻을지 알 수 없다. 프리미어리그와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올리비에 지루가 지난 시즌보다 폼이 좋아진 모습을 보였고, 지루의 백업 자원으로서 야야 사노고와 벤트너가 버티고 있다. 웨스트 브로미치전에서 골을 터뜨렸던 아이스펠트의 출전 기회가 많아질 수도 있다. 결국 박주영이 출전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아졌다.

 

사실, 박주영은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아스날을 떠났어야 했다. 활발한 출전 기회가 보장되는 팀으로 옮겼다면 그동안 무뎌졌던 실전 감각을 되찾으며 브라질 월드컵 경쟁력을 키우기 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스날에 남았다. 선수 본인이 팀에 남기를 원했는지 아니면 아스날 반대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잔류했는지 여부는 아직 정확한 이유가 알려지지 않았다. 여름 이적시장 막판에는 프랑스 리게 앙 생테티엔 이적설이 제기되었으나 그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아스날에 아쉬운 점이 있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10명이 넘는 선수들을 이적 또는 임대를 보냈을 때 박주영과 작별했었어야 한다. 실제로 박주영을 다른 팀으로 보내려했거나 계약 해지 절차를 밟을 의지가 있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국 축구팬 시선에서 박주영 잔류는 좋은 현상이 아니었다. 아무리 훈련을 열심히 할지라도 벵거 감독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소용없다. 아스날이 선수가 발전할 수 있도록 '배려'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말하는 배려는 다른 팀으로 보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잔류였고 벵거 감독은 웨스트 브로미치전에서 박주영을 투입하지 않았다.

 

박주영은 내년 1월 이적시장에서 아스날을 떠나야 한다. 한국 대표팀의 브라질 월드컵 최종 엔트리 23인 합류 및 주전 진입을 위한 기회를 얻으려면 1차적으로 아스날과 작별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대표팀이 박주영을 차출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소속팀 활약을 중시하는 홍명보 감독의 원칙은 영국 출장 이후에도 변함 없었다. 박주영은 셀타 비고 임대 시절이었던 4월 22일 사라고사전 후반 32분 교체 투입 이후 5개월 넘게 공식 경기에 뛰지 못했다. 10월과 11월 대표팀 소집 명단에 포함될지 의문이다. 박주영에게 내년 1월 이적시장은 중요한 시기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