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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일본 축구의 EPL 징크스, 현재 진행형

 

지난 22일 아스널과 스토크 시티의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에서는 일본의 21세 유망주 미야이치 료가 아스널의 조커로 나섰다. 후반 27분에 교체 투입하면서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첫번째 경기에 뛰었던 것. 이미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2경기(플레이오프 포함) 뛰었으나 프리미어리그 경기는 아니었다. 올 시즌 출전했던 3경기 모두 후반 도중에 교체 투입했으며 스토크 시티전에서는 팀의 2선 미드필더들이 줄부상 당하면서 출전 기회를 잡았던 여파가 크다. 현재 아스널에서는 시오 월컷, 루카스 포돌스키, 토마스 로시츠키, 산티 카솔라, 알렉스 옥슬레이드-챔벌레인 같은 2선 미드필더들이 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이탈했다.

 

미야이치의 교체 출전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 소속된 일본인 선수 4인방 중에서 첫번째로 프리미어리그에 투입되었다는 점이다. 카가와 신지(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 요시다 마야, 리 타다나리(이상 사우스햄프턴, 리 타다나리는 글의 편의상 한국명 이충성으로 표기)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단 1경기도 뛰지 못했다. 일본 축구는 지금까지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했던 선수가 단 1명도 없었다. 지난 시즌에는 요시다가 사우스햄프턴의 붙박이 주전 수비수로 활약했으나 결과적으로 반짝에 그쳤다.

 

 

[사진=카가와 신지 입단을 발표했을 때의 맨유 공식 홈페이지 메인 (C) 맨유 공식 홈페이지(manutd.com)]

 

지금까지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했던 일본인 선수들을 살펴보자. 2000년대에는 이나모토 준이치(전 아스널-풀럼-웨스트 브로미치, 2001~2006년) 토다 가즈유키(전 토트넘) 니시자와 아키노리, 나카타 히데토시(전 볼턴)가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했다. 4명 중에서 출전 기회가 많았던 선수는 이나모토였다. 아스널에서 출전 기회는 적었으나 풀럼과 웨스트 브로미치 시절에는 로테이션 멤버로 활약했다. 2004/05시즌 도중에는 챔피언십 소속이었던 카디프 시티에 임대된 경력이 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스널 시절은 둘째치고 풀럼과 웨스트 브로미치 같은 팀에서는 붙박이 주전을 굳혔어야 했다. 토다-니시자와-나카타는 철저하게 실패한 케이스다.

 

(참고로 2000년대 초반 포츠머스에 소속된 가와구치 요시카쓰는 프리미어리그 출전 경험이 없다. 그가 포츠머스에서 뛰었을 때는 팀이 챔피언십에 속했다. 가와구치는 2001/02시즌과 2002/03시즌 챔피언십에서 두 시즌 동안 많은 경기에 선발 투입되지 못했다. 2003/04시즌에는 포츠머스가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했으나 가와구치는 2003년 9월초 덴마크 노르셀란에 입단했다. 다만, 덴마크 진출 이전까지는 포츠머스 소속이었기 때문에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선수가 맞는지는 애매한 구석이 있다. 글쓴이의 판단으로는 챔피언십 진출에 무게감이 실린다.)

 

2010년에는 미야이치, 카가와, 이충성, 요시다가 프리미어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특히 2012/13시즌에는 일본의 프리미어리거가 1명에서 4명으로 늘어났다. 카가와는 도르트문트의 분데스리가 2연패를 공헌하고 이적료 1400만 파운드(약 240억 원)를 기록하며 맨유에 입성했고, 요시다는 사우스햄프턴의 즉시 전력감으로 영입됐다. 이충성은 소속팀이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하면서 자연스럽게 1부리그로 올라온 케이스였다. 그 이전에는 미야이치가 2011년 1월 이적시장을 통해 아스널에 입단했다.

 

2012/13시즌에는 요시다가 프리미어리그에서 32경기 뛰었고 각종 대회를 포함하면 34경기에 나섰다. 사우스햄프턴의 프리미어리그 잔류를 공헌했던 멤버로서 일본인 선수 중에서는 유일하게 제 몫을 했다. 카가와는 맨유의 로테이션 멤버로서 각종 대회에 26경기 출전했다. 일부 경기에서 공격 포인트를 올리거나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앞으로의 밝은 가능성을 보여주는 듯 싶었으나 몸싸움 열세로 로빈 판 페르시와의 공존에서 미숙함을 드러냈다.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레알 마드리드 원정 부진도 뼈아팠다. 이적료 1400만 파운드에 어울리는 활약상이 아니었다. 이충성은 시즌 도중 일본 FC 도쿄에 임대되었고 미야이치는 페예노르트-볼턴에 이어 위건으로 임대됐다.

 

2013/14시즌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일본인 프리미어리거 4인방 모두 올 시즌 초반부터 프리미어리그에서 많은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미야이치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의 일본인 선수는 아직 프리미어리그에 뛰지 못했다. 다른 대회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카가와-요시다는 감독 교체와 새로운 경쟁자 등장에 의해 프리미어리그에서 벤치를 지켰거나 18인 엔트리에서 제외될 때가 있었으며 이충성은 여전히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치르지 못했다. 미야이치의 아스널 입지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부상으로 신음하는 2선 미드필더들이 꽤 많다.

 

하지만 이들에게 반전 가능성은 있다. 카가와는 맨유의 문제점인 공격 과정에서의 창의성 부족을 해소할 수 있는 옵션이다. 자신의 또 다른 포지션 경쟁자 애슐리 영이 지난 23일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부진을 면치 못한 것이 팀 내 입지 향상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이충성 소속팀 사우스햄프턴은 프리미어리그 7위를 기록중이나 5경기 동안 3골에 그쳤다. 팀이 득점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충성 기용을 검토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요시다와 미야이치는 좀 더 지켜봐야 할듯하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했던 일본인 선수가 없었다. 이러한 징크스는 현재 진행형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