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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손흥민 3호골, 위기론은 없었다

 

손흥민이 시즌 3호골을 터뜨리며 레버쿠젠의 승리를 결정지었다. 한국 시간으로 25일 새벽 빌레펠트의 쉬코 아레나에서 펼쳐진 DFB 포칼컵 2라운드 아르마니아 빌레펠트 원정에서 팀이 0-0으로 맞섰던 후반 17분에 골을 넣었던 것. 페널티 박스 오른쪽 안으로 접근하는 과정에서 라스 벤더의 전진 패스를 받은 뒤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지었다. 이 골은 레버쿠젠의 승리를 굳히는 결승골이 됐다. 레버쿠젠은 후반 44분 시드니 샘 추가골까지 포함하여 2-0으로 이기면서 3라운드에 진출했다.

 

 

[사진=손흥민 (C) 레버쿠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bayer04.de)]

 

손흥민은 빌레펠트전 골을 통해 6경기 연속 무득점에서 벗어났다. 스테판 키슬링, 시드니 샘 같은 동료 공격수들이 꾸준히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모처럼 골맛을 보면서 앞날을 향한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그동안 팀 플레이어 적응하고 수비에 많은 신경을 쓰면서 지속적으로 골을 터뜨리기 힘든 상황에 있었으나 빌레펠트전을 통해 득점 감각을 되찾았다. 본래 자신의 최대 장점이 득점력인 만큼 시즌 3호골의 가치가 크다.

 

특히 지난 주말 마인츠전에 결장한 것이 체력적으로 도움되었을 것이다. 이번 달에 한국(A매치 2경기)과 잉글랜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경기를 치르면서 어느 시점에서는 휴식이 필요했다. 향후 대표팀 차출과 함부르크 시절 은근히 부상이 잦았던 이력을 떠올리면 매 경기 선발 출전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한 경기를 걸러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마인츠전에서 자신의 대체자로 투입되었던 로비 크루스가 2골 1도움 기록하면서 국내 여론에서는 '손흥민 입지'와 관련된 이야기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손흥민이 주전에서 밀리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하는 시선을 보냈다.

 

모든 한국 축구팬들이 그렇지 않지만, 여전히 국내 여론에서는 '유럽파는 거의 모든 경기에 선발 출전해야 주전이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손흥민이 3호골을 넣기 이전의 분위기를 봐도 한 경기만 선발에서 빠지면 팀 내 입지와 관련된 이야기는 꼭 빠지지 않는다. 이렇게 잘못된 분위기 때문에 박지성 위기론이 끊이지 않았으며 이청용이 프리미어리그에서 뛰었을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축구 선수는 경기에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것이 중요하나 너무 많은 경기에 뛰는 것은 위험하다. 체력 저하와 더불어 부상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유망주는 혹사에 따른 경기력 저하에 시달릴 수 있다. 과거의 이동국이 혹사 당했던 시절을 떠올리면 이해가 될 것이다. 공교롭게도 그 시기가 지금의 손흥민 나이와 일치한다. 손흥민의 경우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대표팀 일정을 병행하면서 소속팀의 3개 대회 일정을 소화하는 강행군에 시달리는 중이다. 이제는 UEFA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면서 함부르크 시절보다 더 바빠졌다. 내년 6월에는 브라질 월드컵까지 참가해야 한다. 그때 최상의 컨디션으로 한국 대표팀의 선전을 주도하려면 지금부터 무리하게 뛸 필요는 없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손흥민의 로테이션 기용이 옳다. 9월에 이어 10월에도 국내에서 A매치 일정(브라질전, 말리전)을 치러야 하며 11월에는 아직 A매치 상대 팀이 결정되지 않았으나 국내 개최설이 전해졌다. 만약 11월에도 국내에서 A매치가 확정되면 손흥민은 3개월 연속 한국과 독일을 왕복할 가능성이 높다.(부상 당하지 않는 전제하에) 이러한 분위기에서는 레버쿠젠에서 매 경기 선발 투입되기 어렵다. 손흥민을 향한 사미 히피아 감독의 체력적인 배려가 계속 필요하다. 다행히 히피아 감독은 손흥민이 혹사에 시달리지 않도록 시즌 첫 경기부터 출전 시간을 조절했다.

 

크루스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크루스는 마인츠전 2골 1도움을 통해 손흥민 경쟁자로 떠올랐다. 손흥민에게는 좋은 자극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한 영향 때문인지 이번 경기에서 골을 터뜨렸다. 자신의 체력 안배를 도와줄 경쟁자를 만난 것까지는 좋으나 그 선수와의 출전 시간 경쟁에서 밀리는 것은 좋은 현상이 아니다. 경기에 나섰을 때 자신이 팀에서 중요한 선수라는 인상을 계속 심어줘야 한다.

 

다만, 손흥민이 세바스티안 보에니쉬의 무리한 공격 가담에 의해 수비 부담을 받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크루스의 2골 1도움이 가능했던 것도 이날 보에니쉬가 오버래핑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보에니쉬의 경기력이 손흥민 공격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 듯한 인상이다. 그럼에도 손흥민이 팀의 전술적인 단점을 극복해야 한다. 빌라펠트전에서 골을 터뜨리며 위기론이 없었음을 증명한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