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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레버쿠젠, 맨유처럼 국민팀 될까?

 

1990년대 이후 한국에서 국민적인 인기를 끌어 모았던 해외 스포츠 팀은 대략 세 팀이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LA 다저스,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의 PSV 에인트호번(이하 PSV),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였다. 박찬호(LA 다저스) 박지성(PSV-맨유) 이영표(PSV) 같은 한국인 선수들이 눈부신 활약을 펼치자 국내에서 세 팀을 좋아하는 팬들이 많아졌다. 이들이 출전하는 경기를 고정적으로 TV 시청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또한 이들을 통해 메이저리그와 유럽 축구를 좋아하거나 익숙해진 사람들이 많았다. 한국에서 세 팀은 '국민팀' 이었다.

 

LA 다저스와 PSV, 맨유가 국민팀으로 도약하는데 있어서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박찬호-박지성-이영표가 세 팀에서 두각을 떨치면서 한국인 선수가 메이저리그와 유럽 축구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국민들에게 보여줬다. 박찬호 이전에는 메이저리그에 출전했던 한국인 야구 선수가 없었으며, 박지성과 이영표가 PSV에 입단하기 전까지는 차범근 이후 유럽 축구를 빛냈던 한국인 축구 선수가 드물었다. 아울러 박지성이 맨유 유니폼을 입기 전까지는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했던 한국인 선수가 없었다. 한국의 수많은 야구와 축구 인재들이 미국과 유럽 무대에 도전하는데 있어서 세 명의 영향이 컸다.

 

국민팀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야구와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LA 다저스, PSV, 맨유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뉴욕 양키스, AC밀란, 첼시 같은 또 다른 해외팀을 지지하거나 혹은 맨유를 싫어하는 축구팬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한국에서 LA 다저스, PSV, 맨유의 영향력이 높은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인 선수 출전 위주로 편성되는 TV 중계와 미디어의 보도 비중을 봐도 알 수 있다.

 

 

[사진=레버쿠젠 선수들 (C) 레버쿠젠 공식 홈페이지(bayer04.de)]

 

그렇다면 손흥민이 활약중인 레버쿠젠은 한국에서 국민팀으로 떠오를 수 있을까? 현 시점에서는 국민팀이 아니다. LA 다저스와 PSV에 한국인 선수들(류현진, 박지성)이 맹활약 펼치는 중이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LA 다저스 입단 첫해부터 거의 매 경기마다 호투하며 붙박이 선발 투수를 굳혔다. 후안 유리베, 야시엘 푸이그, 클레이튼 커쇼 같은 동료 선수들도 국내 미디어의 주목을 끌면서 LA 다저스는 한국에서 다시 국민팀으로 거듭난 듯한 인상이다. 박지성은 PSV에 임대되면서 전성기 시절의 포스를 되찾는 중이다. 지난 주말 라이벌 아약스전에서는 1골 1도움 기록하며 팀의 4-0 대승을 이끌었다. PSV를 향한 축구팬들의 시선이 점점 커지는 중이다.

 

하지만 손흥민이 뛰는 레버쿠젠도 한국에서 국민팀이 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손흥민이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할 수 있는 이점을 놓고 보면 레버쿠젠이 국내 미디어로부터 꾸준히 높은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축구에서 공격 포인트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대중들의 눈길을 끄는데 있어서 골과 도움 횟수가 비중있게 거론되는 것은 분명하다. 손흥민이 골을 기록할 때마다 '손흥민 X호골', '손흥민 X골'이라는 단어가 앞에 들어간 제목의 기사가 꽤 등장했던 것처럼 말이다. 참고로 손흥민은 함부르크 소속이었던 2012/13시즌 유럽 빅 리그에서 뛰었던 아시아 선수 중에서 가장 많은 골(12골)을 터뜨렸다.

 

레버쿠젠이 국민팀으로 거듭나는데 있어서 TV 중계를 운운하는 사람이 없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레버쿠젠은 LA 다저스, PSV, 맨유 같은 기존의 국민팀과 달리 TV 중계 횟수가 적은 편이다. 현재 분데스리가 경기는 TV에서 중계되지 않으며(여기서 말하는 TV 중계는 공중파-유명 케이블-종편을 말한다. 글쓴이의 집 TV에서는 분데스리가 경기를 볼 수 없다.) 인터넷 중계를 통해 볼 수 있다. 그나마 UEFA 챔피언스리그는 TV에서 중계된다. 그러나 챔피언스리그는 분데스리가에 비해 경기 횟수가 적은 편이다. 레버쿠젠의 16강 진출마저 장담할 수 없는 상황. 기존 국민팀에 비하면 TV 중계 비중이 낮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유럽 축구 중계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일부 경기는 포털을 통해 재방송을 볼 수 있다. TV로 유럽 축구를 봐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지는 중인 현실이다. 이제는 TV 중계가 국민팀이 되기 위한 절대적인 기준으로 꼽기에는 적절치 않다. 예전과 달리 스마트 기기가 발달중인 현실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레버쿠젠이 PSV와 맨유처럼 한국에서 국민팀이 되려면 분데스리가와 챔피언스리그 같은 주요 대회에서 파란을 일으켜야 하며 손흥민이 공격 옵션으로서 많은 공헌을 해야 한다. 박지성과 이영표가 PSV의 2004/05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을 이끈 것과 더불어 4강 1~2차전 AC밀란전에서 맹활약 펼쳤던 것, 박지성이 맨유에서 200경기 넘게 출전하면서 여러차례 우승을 공헌했던 전례를 미루어 볼 때 손흥민이 레버쿠젠 오름세에 힘을 보태야 한다. 다만, 레버쿠젠이 분데스리가와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험이 없는 것이 변수다. 레버쿠젠이 한국에서 국민팀이 될지 여부는 이제 앞으로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