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날이 지난 주말 스토크 시티전 3-1 승리를 통해 프리미어리그 선두에 진입했다. 개막전 애스턴 빌라와의 홈 경기에서 패한 이후 4연승을 거두었던 것. UEFA 챔피언스리그 3연승까지 포함하면 최근 7연승을 질주했다. 무엇보다 지난 두 시즌 동안의 행보와 전혀 달랐다. 2011/12시즌과 2012/13시즌에는 초반과 중반에 걸쳐 성적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빅4 탈락 위기론이 고조되었으나 올 시즌 초반에는 1위로 올라섰다.
'죽음의 조'로 꼽히는 챔피언스리그 32강 F조에서도 순조롭게 출발했다. 1차전 마르세유 원정에서 1-2로 이기면서 승점 3점을 챙겼다. 앞으로 남은 5경기 동안 마르세유-도르트문트-나폴리와 치열한 접전을 펼쳐야 하는 현실을 놓고 볼 때 승점 3점의 가치가 크다. 특히 메수트 외질 영입 이후 3연승을 거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월드 클래스급 공격형 미드필더를 보강하면서 스쿼드의 무게감이 높아진 것. '외질 효과'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되느냐에 따라 아스날의 올 시즌 성적이 엇갈릴 수도 있다.
[사진=메수트 외질 (C) 유럽축구연맹(UEFA)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아스날의 외질 효과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10월까지 4경기 동안 빅6 클럽과 상대하지 않는다. 스완지 시티(원정, 9위)-웨스트 브로미치(원정, 14위)-노리치 시티(홈, 17위)-크리스탈 펠리스(홈, 19위) 같은 한 수 아래의 팀들과 맞대결 펼친다. 4경기 중에서는 스완지 시티전이 조금 힘겨울 것이다. 지난 시즌 세 번의 맞대결에서 1승 1무 1패를 기록했으며 원정에서는 2-2로 비겼다. 하지만 스완지 시티는 올 시즌 유로파리그를 병행하면서 주력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높아졌다. 존조 셸비가 기성용 임대 공백을 완전히 메우지 못하는 것도 불안 요소. 아스날은 스완지 시티 원정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외질은 아스날 이적 후 프리미어리그 2경기에서 3도움 기록했다. 특히 스토크 시티전에서는 프리킥으로 2도움 엮으며 '도움 머신'의 저력을 발휘했다. 전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에서 3시즌 동안 62도움을 기록하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비롯한 동료 선수들에게 많은 골 기회를 밀어줬던 기세를 아스날에서도 이어갈 것이다. 특히 아스날은 10월까지 프리미어리그에서 빅6 이외의 팀과 상대하는 이점이 있다. 외질이 팀 합류 초반부터 많은 도움을 기록할 가능성이 생겼다. 굳이 도움을 올리지 않아도 결정적인 득점 기회와 다양한 형태의 날카로운 패스를 공급하며 팀 공격의 활기를 불어 넣을 것임에 틀림 없다.
이러한 외질 효과가 빛을 발하는 것은 그의 도움 능력 때문만이 아니다. 아스날은 현재 2선 미드필더 줄부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티 카솔라, 알렉스 옥슬레이드-챔벌레인, 토마스 로시츠키, 루카스 포돌스키, 시오 월컷이 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이탈했다.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포함하면 아부 디아비까지 거론할 수 있으며 미켈 아르테타가 부상에서 복귀한 것도 최근이었다. 지난 시즌까지 왼쪽 윙어로 뛰었던 제르비뉴(현 AS로마) 이적 공백까지 포함하면 아스날에 미드필더 자원이 많이 이탈했다. 이러한 여파에 의해 스토크 시티전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 잭 윌셔, 18세 유망주 세르쥬 나브리가 좌우 윙어를 맡았으며 '일본인 유망주' 미야이치 료가 팀의 첫번째 조커로 나섰다.
만약 아스날이 외질을 영입하지 않았다면 공격형 미드필더 딜레마에 빠졌을 것이다. 외질이 빠지면 마땅히 내세울만한 공격형 미드필더가 없다. 어쩌면 9월 A매치 기간 이후의 3경기에서 미드필더 줄부상 공백에 의해 승점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아스날은 미드필더들의 거듭된 부상 속에서도 외질 효과에 힘입어 프리미어리그 1위에 진입했다. 올리비에 지루의 프리미어리그 적응 완료와 애런 램지의 성장도 팀의 1위 등극에 적잖은 힘을 보탰다.
하지만 외질에게 어느 시점에서 고비가 찾아올 수도 있다. 프리미어리그는 다른 리그에 비해 중앙 압박이 타이트하다. 외질이 언젠가 상대 팀 집중 견제에 의해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현 아스날 스쿼드의 문제점은 외질의 압박 부담을 덜어줄 만한 선수가 없다. 다음달 챔피언스리그에서 아스날과 겨루게 될 나폴리와 도르트문트가 이러한 불안 요소를 노릴 수도 있다. 아스날로서는 부상으로 신음중인 수준급 2선 미드필더들의 복귀가 절실하게 됐다. 만약 이들이 모두 복귀하면 외질은 매경기마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떨치고 마음 편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다. 아스날은 외질 역량에 의지하지 않아도 많은 승점을 따낼 원동력을 얻는다.
외질 효과의 또 다른 변수는 아스날이 빅6 클럽에 약한 면모다. 아스날은 지난 시즌 빅6 클럽과의 프리미어리그 전적에서 2승 3무 5패로 고전했으며 그 이전에도 상위권 클럽과의 경기에서 전체적으로 잘하지 않았던 것으로 회자된다. 올 시즌 초반 토트넘전에서 1-0으로 이겼으나 한 경기만으로 달라졌다고 볼 수 없다. 맨체스터 두 팀, 첼시, 리버풀, 토트넘을 상대로 많은 경기를 이겨야 하며 그 중심에 외질이 있어야 한다. 레알 마드리드와 독일 대표팀의 플레이메이커로서 쌓았던 경험이라면 적어도 빅6 클럽과의 대결에서 큰 압박감을 받지 않을 것 같다.
또한 아스날은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분발해야 한다. 최근 세 시즌 연속 16강에서 탈락했던 수모에서 벗어나야 한다. 외질 효과가 챔피언스리그에서 이어질지 여부도 관심사다. 1차적으로 죽음의 조에서 1위를 확정지으며 16강 토너먼트를 편하게 치르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