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탱크' 박지성(32, PSV 에인트호번)이 라이벌 아약스전에서 1골 1도움 기록하며 팀의 대량 득점 승리를 이끌었다. 오른쪽 윙 포워드로서 팀의 네 골 중에 3골이나 관여하는 맹활약을 펼치며 '강팀 킬러'의 저력을 보여줬다.
박지성 소속팀 에인트호번은 한국 시간으로 22일 오후 11시 30분 필립스 스타디온에서 펼쳐진 2013/14시즌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7라운드 아약스전에서 4-0으로 이겼다. 후반전에만 4골을 몰아치며 라이벌팀을 제압한 것. 후반 8분 팀 마타우쉬, 후반 16분 예트로 빌렘스, 후반 19분 오스카 힐제마크, 후반 23분 박지성이 골을 터뜨리며 팀에게 승점 3점을 안겨줬다. 에인트호번은 유럽 대항전을 포함한 최근 6경기 연속 무승(4무 2패)의 부진에서 벗어났으며, 아약스전 승리를 통해 에레디비지에 단독 선두(4승 3무, 승점 15)로 뛰어 올랐다.
[사진=박지성 (C) PSV 에인트호번 공식 홈페이지 메인(psv.nl)]
에인트호번 4-0 승리, 박지성이 세 골 관여했다
사실, 에인트호번의 아약스전 승리 과정은 쉽지 않았다. 전반 11분까지 슈팅 5개(유효 슈팅 2개)를 날렸으나 단 1개라도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슈팅 1개에 그쳤던 아약스와 달리 경기 초반부터 공격 기회가 많았음에도 골 결정력 부족에 시달렸다. 그 이후에도 골 운이 따라주지 못했고 중앙 공격수 마타우쉬가 아약스 센터백들에게 봉쇄 당하면서 전반전을 득점 없이 마쳤다. 아약스도 중앙 공격수 시그도르손이 난조에 빠졌으나 에인트호번이 특급 골잡이가 없는 딜레마는 심각했다. 최근 경기력 저하에 시달렸던 대표적 원인이었다.
에인트호번에게 골 기회가 찾아온 것은 후반 8분이었다. 데파이가 왼쪽 측면에서 날렸던 크로스를 아약스 골키퍼 페르미르가 걷으려했으나 볼을 잡아내지 못했고, 근처에 있던 마타우시가 왼발 리바운드 슈팅으로 골을 만들어냈다. 이 골은 마타우시의 올 시즌 에레디비지에 첫 골이자 아약스전 결승골이 됐다. 아약스는 경기 내내 에인트호번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상황에서 마타우시에게 실점을 허용하면서 선수들의 사기가 완전히 꺾였다. 이는 에인트호번이 대량 득점에 성공했던 계기가 됐다.
그 이후 에인트호번은 세 골을 더 추가했다. 세 골 모두 박지성이 관여했다. 박지성은 후반 16분 하프라인을 넘어선 지점에서 왼쪽에 있던 빌렘스쪽으로 패스를 밀어줬고, 빌렘스는 드리블 돌파를 통해 페널티 박스 부근까지 접근하면서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득점을 올렸다. 빌렘스가 골을 터뜨리는 과정에서 아약스의 압박이 느슨했으나 그 이전에 자신쪽으로 볼을 띄워줬던 박지성이 아약스 진영 중앙으로 드리블 돌파를 하지 않고 동료에게 패스를 연결하면서 상대 수비를 분산시키도록 유도했다. 아약스 수비수들이 뒷쪽으로 이동했으나 오히려 수비 전열이 갖춰지지 못하면서 빌렘스가 슈팅을 날릴 공간을 내주고 말았다. 박지성의 판단력이 좋았다.
후반 19분에는 박지성이 도움을 기록했다. 오른쪽 측면을 빠르게 파고들면서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낮게 크로스를 날렸던 볼이 힐제마크의 오른발 골로 이어졌다. 아약스의 왼쪽 윙 포워드 피셔의 대인 마크가 불안했던 틈을 타서 크로스를 띄웠던 과감함이 빛났다. 그리고 후반 23분에는 시즌 2호골을 터뜨렸다. 하프라인을 넘어섰을 때 전진 수비를 취했던 아약스 포백의 수비 뒷 공간이 뚫렸다. 이때 박지성은 문전쪽으로 질주하면서 아약스 골키퍼와 1대1 상황을 맞이했고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지난달 24일 헤라클레스전 이후 1달 만에 득점을 올리며 팀의 승리를 굳히게 했다.
박지성, 다시 전성기 찾아오나?
박지성은 아약스전에서 1골 1도움 기록하며 에인트호번의 4-0 대량 득점 승리를 이끌었다. 비록 팀의 두번째 골은 도움으로 인정되지 않았으나(23일 오전 기준) 지난달 AC밀란전에 이어 아약스전에서도 강팀에 강한 본능을 충분히 재현했다. 이번 경기는 에인트호번 임대 이후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주중 유로파리그 경기였던 루도고레츠(불가리아)전에서 후반 15분에 교체 투입된 것이 아약스전을 위한 체력 안배에 도움이 됐다. 아약스전을 통해 자신이 에인트호번 전력에 필요한 선수임을, 코퀴 감독의 신뢰를 얻고 있음을, 팀의 에레디비지에 우승을 이끌 적임자임을 증명했다.
어쩌면 일부 축구팬은 박지성의 아약스전 맹활약을 에인트호번 임대 이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고 극찬할지 모른다. 그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시즌 초반인 만큼 아약스전에서 발휘했던 포스를 오랫동안 재현할 필요가 있다. 운이 따라주면 아약스전보다 더 많은 공격 포인트를 올릴 수도 있다. 에인트호번이 과거의 케즈만(2000년대 박지성-이영표 경기를 봤던 축구팬에게 익숙한 인물)같은 득점력이 뛰어난 골잡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박지성의 득점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박지성을 포함한 윙 포워드와 공격형 미드필더가 다득점을 기록해야 에인트호번이 전문 골잡이 부재를 해소할 수 있다.
만약 박지성의 맹활약이 계속되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이후 다시 전성기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력은 예전처럼 좋은 편이나 커리어 위주의 관점에서 봤을 때 퀸즈 파크 레인저스(이하 QPR) 이적과 챔피언십 강등에 이은 에인트호번 임대는 좋은 모양새가 아니었다. QPR 이적이 결과적으로 최악의 선택이 되고 말았던 것. 만약 QPR이 2부리그로 강등되지 않았다면, 레드냅 감독이 박지성을 외면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박지성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뛰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에인트호번 임대는 자신의 클래스를 확실하게 증명했던 최고의 선택이 됐다. 친정팀에서 유럽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음을 아약스전을 통해 증명했다.
박지성은 아약스전 승리를 통해 에인트호번의 에레디비지에 선두 유지에 힘을 써야 한다. 지난 시즌까지 3연패를 달성했던 네덜란드의 No.1 아약스가 올 시즌 7위로 추락하면서 에인트호번이 2007/08시즌 이후 에레디비지에 챔피언을 되찾을 기회를 얻었다. 유로파리그를 병행하는 체력적인 부담과 골잡이 부재, 선수들의 경험 부족이 여전한 단점으로 꼽히나 아약스전을 통해 '박지성 효과'가 강하다는 소득을 얻었을 것이다. 박지성의 원맨쇼를 앞으로 오랫동안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