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기대를 모았던 손흥민과 박주호의 코리안 더비는 성사되지 않았다. 손흥민이 체력 안배 차원에 의해 결장하면서 한국인 선수끼리의 맞대결이 없었던 것. 일부 축구팬들은 그의 결장을 아쉽게 생각하나 사미 히피아 감독의 판단이 옳았다.
손흥민이 소속된 레버쿠젠은 27일 마인츠 원정에서 4-1로 이겼다. 전반전에만 3골 넣으면서 일찌감치 승점 3점을 확보했다. 손흥민을 대신해서 선발 투입된 호주 출신의 로비 크루스가 전반 19분과 전반 46분에 골을 터뜨렸으며 전반 38분에는 라스 벤더의 골을 도우며 2골 1도움 기록했다. 후반 14분에는 스테판 키슬링이 골을 추가하며 분데스리가 득점 공동 선두(5골)로 뛰어 올랐다. 마인츠는 후반 37분 유누스 말리 만회골에 만족했으며 박주호는 풀타임 출전했다. 레버쿠젠과 마인츠는 분데스리가 6라운드를 마친 뒤 각각 3위와 7위를 기록했다.
[사진=손흥민 (C) 나이스블루]
손흥민은 확실하게 쉬는 것이 좋았다
손흥민을 향한 체력적 배려는 필요했지만 마인츠전 결장은 의외였다. 마인츠전보다는 한국 시간으로 25일 새벽에 펼쳐질 DFB 포칼컵 2라운드 아르미니아 빌레펠트전을 거를 것으로 보였다. 마인츠전은 아르미니아 빌레펠트전보다 경기의 중요성이 더 높다. 하지만 히피아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손흥민이 이번 달에 한국에서 A매치 2경기를 치르기 위해 장거리 비행을 떠났으며 이번 주중에는 잉글랜드 원정(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을 떠나면서 또 다시 비행기에 탑승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는 1도움 기록했음에도 힘겨운 경기를 펼쳤다. 휴식이 불가피했다.
마인츠전에서는 경기에 뛰지 않아 다행이었다. 만약 후반전 도중에 교체 투입했다면 모양새가 안좋았을 것이다. '손흥민이 주전에서 밀린 것이 아니냐', '손흥민의 팀 내 입지가 좁아졌구나', '히피아 감독이 손흥민의 5경기 연속 무득점을 꼬집은 것이 아닌가' 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는 외부의 반응이 만만치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손흥민이 마인츠전 선발에서 제외되자 그를 향해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일부 누리꾼들이 있었다. 그러나 손흥민이 마인츠전에 뛸 필요는 없었다. 확실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다음 경기 대비하는것이 더 나았다.
어설프게 손흥민 위기론을 거론하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손흥민만 휴식을 취한 것은 아니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선발 멤버 11명 중에 4명(손흥민, 찬, 스파이치, 도나티)이 마인츠전에서 선발로 뛰지 않았다. 그 중에 찬이 후반 18분에 교체 투입 되었으며 손흥민-스파이치-도나티는 결장했다. 레버쿠젠은 3개 대회를 병행하는 팀으로서 로테이션 시스템 활용이 불가피했다. 키슬링과 샘을 운운하며 손흥민 결장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면 두 선수가 독일 대표팀의 핵심 자원이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자.
크루스 2골 1도움, 손흥민 경쟁자 등장
손흥민이 마인츠전에서 휴식을 취했으나 크루스라는 새로운 경쟁자를 만난 것은 틀림 없다. 크루스는 자신의 올 시즌 첫번째 선발 투입 경기였던 마인츠전에서 2골 1도움 기록했다. 전반전에만 팀의 3골에 관여하며 철저한 백업 멤버였던 자신의 존재감을 스스로 높였다. 사실, 크루스는 많은 골을 넣는 선수가 아니다. 포르투나 뒤셀도르프(17위, 2부리그 강등)에서 뛰었던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31경기에서 4골 7도움 기록했다. 오히려 득점력은 손흥민이 더 좋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손흥민보다는 크루스가 빈 공간으로 접근할 때의 위치선정이 더 나았다. 그의 2골 과정에서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오른쪽 수비 뒷 공간으로 접근했을 때 동료 선수에게 패스를 받아내면서 골을 터뜨렸던 것이다. 특히 볼을 받았을 때의 위치가 좋았다. 이러한 크루스의 장점은 손흥민이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득점력과 더불어 날카로운 침투를 과시하는 유형으로서 자신만의 특색을 키워야 한다.
그러나 레버쿠젠 이적 이후에는 상대 팀 수비 빈 공간으로 침투하면서 골 기회를 만들어내는 장면이 드물어졌다. 상대 팀 집중 견제를 받았거나 함부르크 시절에 비해 팀 플레이에 비중을 높였기 때문이다. 특히 이타적인 플레이는 예전보다 좋아졌다. 키슬링과 샘에 비해서 공격 포인트가 적었음에도 레버쿠젠 스리톱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크루스라는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고 말았다. 손흥민의 체력 안배를 도와줄 것으로 보였으나 예상치 못한 맹활약을 펼쳤다. 어쩌면 손흥민의 레버쿠젠 생존법이 바뀔 수도 있다.
손흥민은 크루스 2골 1도움을 통해 레버쿠젠의 왼쪽 윙 포워드로서 어떤 활약을 펼쳐야 팀의 승리를 기여할 수 있는지 벤치에서 봤을 것이다. 이날 보에니쉬의 오버래핑이 이전에 비해 덜했음을 고려해도 크루스는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발휘했다. 어쩌면 크루스는 손흥민에게 왼쪽 윙 포워드로서 성공하는 법을 가르쳐줬는지 모른다. 손흥민이 앞으로 득점 기회를 많이 얻어내려면 크루스의 장점을 자신의 새로운 무기로 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