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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보에니쉬 부진, 레버쿠젠의 맨유전 패인

 

만약 레버쿠젠에 든든한 왼쪽 풀백이 있었다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원정에서 대등한 접전을 펼쳤을 것이다. 세바스티안 보에니쉬의 부진이 뼈아팠다. 느슨한 대인 마크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으며 비효율적인 공격 장면을 되풀이하는 것은 여전했다.

 

그렇다고 레버쿠젠의 2-4 패배를 보에니쉬 한 명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아니다. 후방이 취약점을 드러내면서 허리가 제 구실을 못했고 스테판 키슬링과 시드니 샘이 전방에서 고립됐다. 경기 초반 팀의 경기력부터 맨유에게 눌리기 시작했고 그 흐름이 오랫동안 계속 됐다. 하지만 보에니쉬의 불안한 경기력은 올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끊임없이 이어졌다. 맨유전 패인 중에 하나라고 봐야 할 것이다.

 

보에니쉬는 맨유의 오른쪽 윙어였던 안토니오 발렌시아 봉쇄에 실패했다. 전반 7분 발렌시아 드리블 돌파에 의해 수비 뒷 공간이 뚫렸던 것. 후반 14분 판 페르시 결승골 상황에서는 발렌시아를 느슨하게 마크하면서 크로스를 허용했고 이는 실점의 빌미가 됐다. 후반 34분 발렌시아가 골을 터뜨렸던 장면에서는 위치선정-판단력-시야에서 미스를 드러냈다. 맨유의 역습 상황에서 빈 공간으로 침투했던 발렌시아가 아닌 볼을 소유하면서 상대 수비수와 맞닥뜨렸던 루니쪽으로 향하고 말았다. 볼이 발렌시아에게 향하면서 왼쪽으로 접근했으나 이미 상황이 늦었다.

 

공격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전반 32분까지 볼 터치가 팀 내 1위(24회)였으나 패스 성공률이 38%에 그쳤다.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패스 성공률을 59%로 회복했으나 팀 내 선발 출전 선수 중에서 가장 낮은 기록이다. 맨유의 왼쪽 풀백이자 잦은 오버래핑을 펼치는 파트리스 에브라 패스 성공률이 89%였음을 고려할 때 보에니쉬의 잦은 패스 미스가 팀 공격에 도움 되지 않았다. 수비수는 어떤 상황에서든 높은 패스 성공률을 유지하며 전방에서 뛰는 선수들의 공격 전개를 도와야 한다. 보에니쉬는 이러한 유형과는 거리감이 있었다.

 

보에니쉬의 부진은 어느 정도 예견되어 있었다. 시즌 초반 분데스리가에서 공수 양면에 걸쳐 문제점들을 드러냈으며 그것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그라운드에서 보여지지 않았다. 부정확한 크로스와 불필요한 중거리 슈팅 또한 마찬가지. 맨유가 레버쿠젠 전력을 분석하면서 보에니쉬의 약점을 파악했을 것이다. 발렌시아의 오른쪽 윙어 기용은 성공적이었다. 평소 직선적인 성향이 두드러졌던 발렌시아는 보에니쉬가 공격에 초점을 맞추거나 혹은 느슨하게 수비했을 때 위협적인 돌파로 마크맨을 따돌릴 수 있는 인물이었다.

 

이러한 보에니쉬의 경기력 저하가 일시적인 현상인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유럽 축구를 즐겨보는 축구팬이라면 지난 시즌 '기성용 원 소속팀' 스완지 시티의 왼쪽 풀백 벤 데이비스를 기억할 것이다. 그는 주전으로 투입되었던 초반에는 불안한 면모를 감추지 못했으나 실전에 자주 투입되면서 폼이 올라왔다. 하지만 보에니쉬는 분데스리가 빅4 클럽의 주전 왼쪽 풀백이다. 상위권 클럽 주전에 걸맞는 경기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부진이 계속되면 레버쿠젠은 왼쪽 풀백 교체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미 여름 이적시장이 끝나면서 보에니쉬를 대체할 외부 자원은 없다. 내부에서 발굴해야 한다. 그럼에도 마땅한 인원이 없으면 내년 1월 이적시장을 노려야 할 것이다. 보에니쉬가 로테이션 또는 벤치 멤버로 밀리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분발해야 한다. 선수의 가치는 경기력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