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4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가 끝난 가운데 '의외의 인물'이 득점 공동 1위를 기록중이다. 올리비에 지루(아스널)가 크리스티안 벤테케(애스턴 빌라) 다니엘 스터리지(리버풀)와 함께 4경기에서 4골 넣으며 득점 공동 선두에 올랐다. 그것도 4경기 연속 1골씩 터뜨렸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34경기에서 11골에 머무르며 로빈 판 페르시(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적 공백을 메우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때와 달라졌다. 아직 정규리그가 34경기 남았기 때문에 지금의 기세를 오랫동안 이어갈지 알 수 없으나 올 시즌 초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사진=올리비에 지루 (C)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arsenal.com)]
지루의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4골은 공통점 네 가지가 있다. 첫째는 전반 초반이나 중반에 터뜨렸던 선제골이며 둘째는 골 지점이 모두 페널티 박스 중앙이었다. 4라운드 선덜랜드전의 경우 1~3라운드에서 골을 터뜨렸던 지점에 비해 약간 멀리 떨어져 있었으나 문전 쇄도 과정에서 중앙쪽으로 접근하면서 득점을 올렸다. 최전방에서 골 냄새를 잘 맡으면서 경기 초반에 골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 골운이 따랐던 것과 더불어 지난 시즌보다 많은 골을 넣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3라운드 토트넘전 선제골은 결승골로 이어졌다.
셋째는 골을 넣어야 할 상황에서 머뭇거리지 않았다. 1라운드 애스턴 빌라전을 포함하여 토트넘전, 선덜랜드전에서는 동료 선수가 옆쪽에서 띄웠던 크로스를 한 번에 골로 연결했다. 2라운드 풀럼전에서는 애런 램지의 스루패스를 받을 때 퍼스트 터치가 불안하면서 어쩔 수 없이 볼을 건드렸다. 하지만 볼이 자신의 앞쪽으로 향하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지체없이 골을 작렬했다. 골을 넣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쌓였음을 알 수 있었다. 넷째는 4골 모두 왼발로 마무리했다. 판 페르시처럼 왼발을 잘 썼다.
이러한 지루의 오름세가 계속 이어질지 아니면 반짝 활약에 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현재까지는 전자에 무게감이 실린다. 프랑스 2부리그 투르, 1부리그 몽펠리에 시절을 보면 첫 번째보다는 두 번째 시즌에 많은 골을 터뜨렸다. 첫 번째 시즌은 소속팀 적응기, 두 번째 시즌은 자신의 기량을 만개하는 시즌을 보내는 패턴이었다. 올 시즌 아스널에서는 두 번째 시즌을 보내는 상황이다. 장기간 부상이나 지독한 슬럼프를 겪지 않으면 2011/12시즌 프리미어리그 11골 기록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지루는 올 시즌 많은 골을 넣어야 진정한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지난 시즌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이면서 한때 시오 월컷과의 원톱 경쟁에서 밀렸다. 아스널이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곤살로 이과인(나폴리) 에딘손 카바니(파리 생제르맹)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영입을 추진하거나 관심을 나타냈던 것은 지루의 입지가 결코 안전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끝내 팀이 대형 공격수 영입에 실패하면서 지루는 올 시즌에도 주전 공격수로 활약중이며 지난 시즌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줬다.
메수트 외질의 등장은 지루 득점력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외질은 지난 주말 선덜랜드전에서 전반 11분 왼쪽 측면에서 지루의 선제골을 엮어내는 크로스를 연결했다. 레알 마드리드 시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비롯한 동료 선수들에게 많은 골 기회를 밀어줬던 활약상을 아스널에서 재현하게 됐다. 외질은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었던 세 시즌 동안 도움 횟수가 62개였다. 올 시즌 아스널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많은 경기에 투입 될 예정이며 지루의 득점력 향상을 도울 것이다. 지루는 1~4라운드에서 보여줬던 골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게 됐다.
하지만 지루는 올 시즌 많은 경기를 뛰어야 한다.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두 개의 컵대회와 프랑스 대표팀 일정까지 병행하며 엄청난 체력 소모가 불가피하게 됐다. 지난 달에는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두 경기에 선발 투입되었고 9월 초에는 A매치 2경기에서 풀타임 출전했다. 벌써부터 강행군에 시달리게 됐다. 프리미어리그는 겨울 휴식기가 없으며 박싱데이 일정이 빡세기로 유명하다. 지루가 시즌 중반을 잘 버텨낼지 의문이다.
따라서 아스널은 지루 효과를 높이기 위해 그의 체력 안배를 도와줄 백업 공격수를 활용해야 한다. 루카스 포돌스키와 월컷 같은 윙어를 원톱으로 전환하거나 야야 사노고 또는 니클라스 벤트너를 기용할 수 있다.(박주영의 출전 빈도가 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그렇다면 지루의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달성은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노리는 킬러가 즐비한 특성상 4라운드가 끝난 현 시점에서 득점왕 달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활약상이라면 가능성이 결코 없는 것은 아니다. 몽펠리에 시절 프랑스 리게 앙 득점왕을 달성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이 되고 싶어할 것이다. 현 시점에서는 득점왕 후보 중에 한 명으로 꼽을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