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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는 외질, 첼시는 루니가 필요했던 경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떠올랐던 경기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첼시가 0-0으로 비기면서 서로 승점 1점 획득에 만족했다. 전반전과 후반전에 걸쳐 지공에 너무 비중을 두면서 경기 흐름이 지루했다. 상대 팀의 수비 공간을 파고들거나 허점을 찌를만한 결정적 장면을 연출하는 선수의 존재감이 약했다.

 

맨유는 레알 마드리드의 메수트 외질, 첼시는 맨유의 플레이메이커 웨인 루니가 필요했던 경기였다. 여름 이적시장이 막바지에 접어든 시점에서 맨유가 외질, 첼시가 루니 영입에 성공할지 관심을 모으게 됐다.

 

 

[사진=첼시전 0-0 무승부를 발표한 맨유 공식 홈페이지 메인 (C) manutd.com]

 

맨유는 측면, 첼시는 중앙 파괴력 약했다

 

이날 관심을 모았던 것은 루니의 출전 및 포지션 여부였다. 첼시전에서 선발로 기용될지, 승부처에서 교체되지 않고 경기에 임할지, 어느 포지션에서 뛰게 될지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모았다. 지난 스완지 시티전에서는 교체 투입되었으나 이번 첼시전에서는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풀타임을 소화했다. 맨유 선수 중에서 최상의 폼을 발휘하며 '기량이 예전보다 떨어진 것 아니냐'는 외부의 시각을 일축시켰다.

 

루니는 첼시를 상대로 엄청난 활동량을 과시했다. 때때로 3선으로 내려오면서 동료 선수와 볼을 주고 받으며 팀의 빌드업을 도왔으며 측면에서 볼을 터치하며 공격 기회를 노렸다. 팀이 공격을 전개하는데 있어서 패스의 폭을 좌우로 벌려주는 역할을 수행하며 첼시 선수들의 수비 부담을 키웠다. 슈팅과 유효 슈팅은 맨유에서 가장 많았으며(각각 4개, 3개) 특히 맨유의 유효 슈팅 3개는 모두 자신의 몫이었다. 전반 5분에는 콜과 테리를 상대로 악착같은 전방 압박을 펼쳤으며 후반 30분에는 오른쪽 공간에서 반격을 시도했던 하미레스의 볼을 왼발 태클로 빼앗으며 팀의 실점 위기를 막았다. 맨유 전력에서는 여전히 루니가 필요했다.

 

하지만 맨유가 첼시 수비진을 공략하는데 있어서 루니의 고군분투로는 역부족이었다. 측면 공격이 살아나지 못하면서 루니와 판 페르시의 역량에 기대는 경향이 강했다. 지난 시즌의 문제점이었던 측면의 파괴력 부족이 이번 첼시전에서 또 노출된 것이다. 왼쪽 윙어를 맡았던 웰백은 골 결정력과 볼 키핑이 아쉬웠으며 이바노비치를 공략하는데 실패했다. 오른쪽 윙어 발렌시아는 공수에서 고른 기량을 발휘했던 전반전과 달리 후반전에는 존재감이 약했다. 후반 21분 교체 이전에는 콜에게 드리블을 차단 당했다.

 

이렇다보니 판 페르시가 첼시의 협력 수비에 시달려야 했다. 최전방에서 볼을 받을 위치를 찾기 위해 분주했던 움직임을 놓고 볼 때 폼이 나빴던 것은 아니지만 2선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다시 말해서 웰백의 미숙한 공격력과 발렌시아의 기복에 의해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를 받는 힘겨운 경기를 펼쳤다. 수비형 미드필더 클레버리-캐릭 조합이 램파드-하미레스와의 중원 싸움에서 우세를 점했고, 루니와 판 페르시의 컨디션이 좋았음에도 측면이 도와우지 못한 것이 맨유의 무득점 원인이 됐다.

 

맨유에서는 첼시의 촘촘한 수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창의적인 공격 옵션의 존재감이 약했다. 현재 맨유의 영입 대상으로 알려진 외질이 필요했다. 만약 외질이 왼쪽 윙어였다면 첼시 선수들의 시선을 자신쪽으로 유인했거나 킬러 패스를 앞세워 첼시 선수 뒷 공간을 가르는 공격 연결을 시도하며 루니와 판 페르시의 골을 도왔을지 모를 일이었다. 스페인 일간지 <아스>에 의하면 맨유가 외질 영입에 4500만 유로(약 669억 원)를 제시할 수 있다는 보도를 했다. 외질 영입에 성사되지 않아도 올 시즌 우승을 위해 '루니의 잔류와 더불어' 빅 사이닝이 필요하다.(참고로 외질은 베르더 브레멘 시절에 주로 왼쪽 윙어로 활용됐다.)

 

첼시는 맨유 원정에서 수비적인 경기를 펼쳤으나 상대 팀처럼 볼을 돌리는 공격을 지향한 것이 아쉬웠다. 9일 동안 리그 3경기를 소화하면서 주력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가중됐다. 이번 주말에는 바이에른 뮌헨과의 UEFA 슈퍼컵을 치러야 한다. 맨유전에서 엄청난 체력 소모를 경계할 수 밖에 없었다. 후반 42분과 48분에 걸쳐 쉬를레-아자르를 빼고 미켈-아스필리쿠에타를 투입하는 수비적인 교체를 단행한 것은 무리뉴 감독이 승점 1점 획득에 만족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럼에도 맨유전은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을 위한 기선 제압에 있어서 승점 3점이 요구되었던 경기였다.

 

지난 애스턴 빌라전에 이어 맨유전에서도 원톱의 고립과 2선의 비효율적인 공격을 해결하지 못했다. 이번 경기에서는 선 수비-후 역습을 의식한 듯 쉬를레를 원톱으로 올렸으나 볼을 따내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2선에서는 좌우 윙어를 맡았던 아자르와 데 브뤼네가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펼쳤고 3선에서는 램파드와 하미레스의 몸이 무거웠으며 특히 하미레스 패스 성공률은 팀의 필드 플레이어 중에서 가장 저조했다.(76%, 선발 기준) 공격형 미드필더 오스카가 제 몫을 다했을 뿐이다.

 

첼시는 루니의 필요성을 실감했을 것이다. 루니는 오스카와 포지션이 겹치지만 주 포지션은 공격수이며 원톱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원톱 갈증을 풀어야 하는 첼시에 어울리는 선수라고 볼 수 있다. 적어도 루니 영입은 맨유 전력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첼시가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달성하는데 있어서 맨유의 전력 약화는 꼭 필요하다. 맨유를 자극하는 무리뉴 감독의 심리전을 봐도 라이벌 팀이 잘 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다만, 맨유전을 앞둔 하루 전에 윌리안 영입 합의를 발표하면서 이적생을 추가로 보강할지 여부를 알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