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탱크' 박지성(32, PSV 에인트호번)이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며 팀의 패배 위기를 구했다. 한국 시간으로 25일 오전 2시 45분 알멜로 폴만 스타디온에서 펼쳐진 2013/14시즌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4라운드 헤라클레스 알멜로 원정에서 팀이 0-1로 뒤졌던 후반 41분에 골을 넣었다. 페널티 박스 중앙 안쪽에서 스테인 스하르스의 패스를 오른발로 터치한 뒤 상대 팀 선수를 앞에 두고 오른발 터닝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 골로 PSV는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사진=PSV 에인트호번 페이스북에서는 박지성 득점 소식을 알렸다. (C) PSV 에인트호번 페이스북(facebook.com/PSV)]
사실, 박지성의 헤라클레스전 출전은 의외였다. 허벅지 부상에서 회복된지 얼마 안된 상황에서 주중 AC밀란전을 68분 소화했으며 다음 주 29일에는 AC밀란 원정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헤라클레스 원정에서 체력를 안배하고 AC밀란 원정에 선발 투입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PSV는 헤라클레스전에서 전반 6분 실점하면서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중앙 공격수로 나섰던 위르겐 로카디아가 기대 만큼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골을 넣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후반 21분 박지성을 교체 투입시켰다.
박지성은 경기 막판 동점골을 작렬하며 코퀴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30대 중반을 앞둔 노장 선수로서 어린 선수들이 많은 PSV의 새로운 해결사로 떠올랐던 결정적 장면이었다. '고작 한 경기에서 잘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젊은 선수들이 힘든 경기를 펼쳤을 때 경험 많은 선수로서 팀의 승점 획득을 돕는 골을 터뜨린 것은 의미가 있다. 그것도 PSV 복귀 후 2경기만에 말이다. 데뷔전이었던 AC밀란전 MOM(최우수 선수)에 선정되었던 오름세를 이어가게 됐다.
아울러 박지성은 동점골을 통해 팀 내 입지 향상의 쐐기를 박았다. PSV 임대 후 아직 90분 소화한 경기가 없었지만 존재감만큼은 붙박이 주전이나 다름 없다. 국내 여론에서는 지난 몇 년 동안 박지성 선발 투입 여부를 놓고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심지어 '박지성 위기론'까지 흔하게 등장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이런 일이 자주 벌어졌다. 퀸즈 파크 레인저스의 경우 해리 레드냅 감독이 '박지성 사용법'을 잘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박지성 선발 출전 여부에 대하여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어졌다. 박지성은 이번 골을 통해 PSV의 핵심 선수로 떠올랐다.
박지성의 시즌 1호골이 빨리 터진 것도 상징적이다. 골을 넣어야 한다는 부담을 덜고 시즌 초반 일정을 보내게 됐다. PSV에서는 퀸즈 파크 레인저스 시절에 비해 득점력이 요구된다. 원 소속팀에서는 중앙에서 수비적인 비중이 높았으나 PSV에서는 측면 공격수로 활약한다. 공격수로서 골이 필요하게 됐다. PSV는 네덜란드의 강팀이며 에레디비지에는 강팀과 약팀의 양극화가 심하다. 박지성이 앞으로 더 많은 골을 터뜨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참고로 박지성은 2012년 1월 리버풀전 이후 1년 7개월 만에 골을 터뜨렸다. 오랜만에 공식 경기에서 골맛을 봤다.
아울러 박지성과 함께 2005/06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절친' 뤼트 판 니스텔로이의 축하도 반가웠다. 현재 PSV에서 견습 코치로 활동중인 판 니스텔로이는 박지성이 동점골을 터뜨린 뒤 자신의 트위터에 "Ji Sung park!!!!"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박지성과 판 니스텔로이의 우정은 지금도 변함없다.
한국 시간으로 29일 오전 3시 45분 산 시로에서 펼쳐질 2013/14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 AC밀란 원정에서는 박지성의 맹활약을 기대해도 될 듯 하다. PSV는 1차전 홈 경기에서 1-1로 비겼으며 2차전 원정에서 최소 2-2로 비기거나 꼭 승리해야 32강 조별리그에 진출한다. AC밀란의 총력전 속에서 수비적인 경기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며 몇 차례의 공격 기회를 살리는 임펙트가 필요하다. 박지성이 AC밀란전에서 팀의 32강 조별리그 진출의 쐐기를 박는 결정적인 장면을 연출할지 그날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