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세이셔널' 손흥민(21)이 골을 터뜨리지 못했으나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두 번의 드리블을 통해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자신만의 경쟁력을 보여줬다. 후반 막판 교체되기 이전까지는 중앙 공격수로 전환하며 스테판 키슬링을 대체했다.
손흥민은 한국 시간으로 24일 오후 10시 30분 바이 아레나에서 펼쳐진 2013/1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3라운드 묀헨글라드바흐와의 홈 경기에서 87분 출전했다. 이 경기에서 레버쿠젠은 4-2로 이기며 리그 3승을 올렸다. 전반 23분 키슬링의 페널티킥 선제골로 앞섰으며 전반 28분에는 시드니 샘이 추가골을 터뜨렸다. 후반 9분과 12분에는 마틴 슈트란츨, 후안 아랑고에게 실점했으나 후반 16분 샘이 결승골을 쏘아 올렸으며 후반 27분에는 곤잘로 카스트로가 쐐기골을 작렬하며 팀의 승리를 굳히게 했다.
[사진=손흥민 (C) 레버쿠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bayer04.de)]
손흥민, 드리블-연계 플레이-태클이 좋았다
손흥민이 전반 37분 '폭풍 드리블'을 선보이기 이전까지의 경기력은 좋지 않았다. 왼쪽 풀백 보에니쉬와의 공존이 안 풀렸다. 손흥민이 해야 할 일부 역할을 보에니쉬가 대신해서 처리하는 느낌이었다. 보에니쉬는 잦은 오버래핑과 슈팅 난사를 통해 지나치게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슈팅은 키슬링-샘에 이어 팀에서 3번째로 많았다.(4개) 이 때문에 손흥민 볼 터치는 이날 선발로 뛰었던 팀의 필드 플레이어 중에서 두번째로 낮았다.(46회) 손흥민이 왼쪽 측면에서 공격에 기여할 장면이 많지 않았던 것이다.
이날 손흥민은 묀헨글라드바흐 선수들의 집요한 수비 견제를 받았다. 많은 슈팅을 날렸던 키슬링-샘과 달리 슈팅이 1개에 불과했던 이유다. 하지만 상대 팀 선수의 시선을 자신쪽으로 유도하면서 오히려 키슬링-샘의 공격력이 탄력 받았다. 두 명의 공격수는 상대 팀 진영을 과감하게 파고들며 결정적인 공격 기회를 연출했다. 그 결과 키슬링은 페널티킥 골을 포함하여 1골 2도움, 샘은 2골 1도움 기록했다. 손흥민이 이전 경기에 이어 중앙으로 접근할 때마다 키슬링과 동선이 겹치는 문제점이 있었으나 새로운 동료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는 단계로서 아직은 어쩔 수 없는 장면 같다.
전반 37분에는 손흥민이 멋진 드리블을 보여줬다. 레버쿠젠 진영에서 헤르만이 소유했던 볼을 왼발로 차단하면서 드리블을 전개했다. 근처에서 달려들던 크라머까지 제치면서 하프라인에 이어 상대 팀 진영까지 드리블을 통해 과감한 역습을 보여줬다. 페널티 박스 근처에 접근하면서 속도가 늦어졌으나 샘에게 정확한 패스를 연결하며 팀의 공격권을 지켜냈다. 그 이후 동료 선수들이 볼을 주고 받다가 키슬링 헤딩 슈팅이 골대를 강타했다. 손흥민 드리블이 팀의 좋은 공격 기회로 이어진 것이다.
손흥민은 후반 31분에도 재치 넘치는 드리블을 과시했다. 1~2라운드에서는 후반 25분 무렵에 교체되었으나 묀헨글라드바흐전에서는 후반 30분이 넘은 뒤에 드리블을 통해 위협적인 공격 장면을 보여줬다. 자신의 출전 시간을 후반 42분까지 늘리는 결정타가 됐다. 비록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으나 두 번의 드리블을 통해 '침투에 강한' 자신만의 무기를 선보였다.
묀헨글라드바흐전에서는 두 가지의 기록이 눈에 띈다. 첫째는 패스 성공률이 94%다. 흔히 손흥민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연계 플레이다. 이날 손흥민은 볼 터치가 동료 선수들에 비해 적었을 뿐 정확한 패스를 많이 연결했다. 함부르크 시절에 비해 연계 플레이가 좋아졌다. 동료 선수와 원투 패스를 시도하거나 낮은 패스를 통해 팀의 공격권을 지켜내는 이타적인 활약을 펼쳤다.
둘째는 태클이 팀에서 가장 높았다.(4개) 활발한 수비 가담과 압박을 펼쳤다. 사실 손흥민 태클이 높았던 것은 보에니쉬의 수비력이 좋지 않았다. 윗쪽으로 올라가는 장면이 빈번하면서 수비 뒷 공간을 내주거나 크로스 허용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 때문에 손흥민의 수비 부담이 늘었다. 한편으로는 손흥민이 레버쿠젠에 적응했다고 볼 수 있다. 레버쿠젠은 선 수비-후 역습을 펼치는 팀으로서 윙 포워드에게 수비력이 요구된다. 손흥민은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제 역할을 했다.
후반 37분에는 키슬링이 교체되면서 중앙 공격수로 이동했다. 5분 동안 중앙에서 뛰면서 연계 플레이를 의식한 경기를 펼쳤다. 키슬링 없을 때를 대비한 레버쿠젠의 플랜B였던 것이다. 향후 키슬링이 그라운드에서 경기하지 않을 때는 손흥민이 중앙 공격수로 뛸 예정이다. 한편으로는 손흥민이 중앙에서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마땅한 원톱이 없는 한국 대표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레버쿠젠은 이날 4-2 승리를 통해 개막 이후 3경기를 모두 이겼다. 도르트문트, 바이에른 뮌헨, 마인츠와 함께 3승을 거둔 것이다. 분데스리가 빅4를 사수하기 위한 시즌 초반 행보가 밝다. 4라운드 샬케04 원정에서 승점 3점을 따낼지 기대된다. 샬케04도 빅4지만 올 시즌 3경기에서는 1무 2패에 그쳤다. 4라운드에서 리그 1승을 따내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다. 레버쿠젠에게 쉽지 않은 경기가 되겠지만 승점 3점을 획득하면 도르트문트-바이에른 뮌헨의 양강 체제를 무너뜨릴 자신감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