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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베일 이적료, 호날두보다 가치가 높을까?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 가레스 베일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보유중인 세계 최고 이적료 기록을 새롭게 경신하고 레알 마드리드로 소속팀을 옮길까? 잉글랜드 축구 전문 채널 <스카이스포츠>는 현지 시간으로 30일 "레알 마드리드가 베일 영입을 위해 토트넘에 세계 최고 이적료에 해당하는 8500만 파운드(약 1450억 원)를 제시했다"고 전했다. 8100만 파운드(약 1382억 원) 오퍼가 토트넘에 거절당하자 이번에는 400만 파운드(약 68억 원)를 올렸다. 호날두가 4년 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을 당시의 8000만 파운드(약 1365억 원)보다 더 높은 금액이다.

[사진=가레스 베일 (C) 토트넘 공식 홈페이지(tottenhamhotspur.com)]

 

토트넘이 레알 마드리드의 제안을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 레알 마드리드의 8100만 파운드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빅4 재진입과 유로파리그 선전을 위해 베일을 잔류 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에이스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이적생을 영입해도 그 선수가 베일처럼 압도적인 기량을 뽐낸다는 보장은 없다. 진정한 빅 클럽으로 도약하려면 그에 걸맞는 기량과 스타성을 겸비하면서 팀의 상징이 될 만한 선수가 꼭 필요하다.

 

이렇다보니 레알 마드리드는 베일을 데려오기 위해 토트넘에 높은 이적료를 제시해야만 했다. 그 액수가 점점 불어나면서 8100만 파운드에 접어들더니 이제는 8500만 파운드로 뛰어 올랐다. 토트넘에 또 다시 거절 당하면 그 이상의 이적료를 제시하거나 또는 베일 영입을 포기할 수도 있다. 만약 전자의 입장이라면 이적료가 얼마까지 치솟을지 흥미롭다. 현 시점에서 토트넘이 레알 마드리드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베일 이적료는 호날두를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과연 베일이 레알 마드리드로 떠난 뒤 '호날두보다 더 높을지 모를' 자신의 이적료를 충족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호날두와 대등하거나 그보다 더욱 뛰어난 경기력을 발휘해야 이적료 가치를 보여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베일은 레알 마드리드에서 붙박이 주전을 장담할 수 없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프리 시즌에서 시험중인 4-3-2-1 포메이션에서 호날두-디 마리아-카카-외질과 2선 미드필더 두 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4-2-3-1 포메이션이었다면 좌우 윙어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골고루 맡으면서 호날두와 호흡을 맞췄겠지만 4-3-2-1에서는 주전으로 자리잡기가 버거운 느낌이다.

 

베일의 기량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은 아니지만 '디 마리아-외질보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디 마리아와 외질은 그동안 레알 마드리드에서 준수한 경기력을 발휘했던 2선 미드필더들이다. 4-3-2-1에서 3의 위치로 내려갈 수도 있으나 수비력 부담이 가중되는 단점이 있다. 2선 미드필더 배치에 무게감이 실린다. 이들이 호날두-베일처럼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는 선수들은 아니지만 매 경기마다 이타적인 모습을 발휘하며 팀을 위해 도우미가 되어야 했다. 만약 베일의 프리메라리가 적응이 순조롭지 못하면 디 마리아-외질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 여지가 존재한다.

 

2013년의 베일은 2009년 호날두에 비해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덜 검증된 인물이다. 4년 전의 호날두는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 1회, 준우승 1회를 경험했으며 2008년에는 FIFA 올해의 선수상과 발롱도르(두 개의 상은 현재 FIFA 발롱도르로 통합)를 휩쓸었다.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세계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게 됐다. 반면 베일은 2010/11시즌 토트넘의 8강 진출 멤버로 활약했을 뿐 나머지 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지 못했다.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레알 마드리드의 클래스가 다른 것을 감안해도 베일이 호날두보다 많은 이적료를 기록하는 것은 어색함이 더 익숙하다.

 

사실, 레알 마드리드의 베일 영입은 무리수다. 아시에르 이야라멘디(3800만 유로) 이스코(2700만 유로) 영입과 다니엘 카르바할(650만 유로) 복귀에 총 7150만 유로(약 1058억 원)를 쏟았다. 이미 이적시장에서 많은 돈을 투자한 상황에서 베일 영입에 8500만 파운드(약 9760만 유로)를 추가로 지출하면 1억 6910만 유로(약 2502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쓰게 된다. 유럽축구연맹(UEFA)이 FFP(재정적 페어 플레이) 룰을 시행중인 상황에서 이적시장 자금에 1억 유로 이상의 돈을 쓰는 것은 위험하다. FFP 룰 위반을 피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했을 수도 있으나 많은 돈을 투자한 것 만큼의 결과를 거두지 못하면 팀의 이미지가 좋지 않게 비춰질 수도 있다.

 

레알 마드리드가 베일 영입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세계 최고 이적료를 투자하겠다고 나선 것은 라이벌 FC 바르셀로나의 네이마르 영입을 의식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라이벌 팀이 기대하는 네이마르 효과를 잠재우겠다는 의도가 짙다. 베일과 네이마르는 측면에서 활동하는 공격 옵션이며(베일은 몇 개월 전부터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환했지만) 호날두-메시보다 젊은 공통점이 있다. 서로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는 인물들. 만약 베일이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게 된다면 네이마르를 능가하는 경기력을 과시해야 한다는 기대감을 받거나 혹은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다.

 

베일이 레알 마드리드에서 오랫동안 호날두와 맞먹는 경기력을 과시하면 이적료 가치를 충분히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기대보다 우려를 느끼기 쉽다. 과연 레알 마드리드는 베일 영입에 성공할 것인지, 이적료는 얼마나 될 것인지, 그리고 베일은 이적료에 걸맞는 맹활약을 과시할지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