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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의 파브레가스 영입, 과연 최선일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티아고 알칸타라와의 계약이 불발되면서 FC 바르셀로나의 미드필더와 윙 포워드를 맡는 세스크 파브레가스 영입에 눈을 돌렸다. 그의 이적료로 첫번째 시도에서는 2600만 파운드(약 445억 원), 두번째 시도에서는 3000만 파운드(약 513억 원)를 바르셀로나에 제시했으나 거절당했으며 그 이후의 진전은 없었다. 더 많은 이적료를 책정해도 바르셀로나의 승낙을 얻을지 의문이다.

 

[사진=세스크 파브레가스 (C) 유럽축구연맹(UEFA)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바르셀로나 입장에서는 파브레가스를 맨유에 보낼 이유가 없다. 산드로 로셀 회장이 2010년 회장 선거 당시 파브레가스 영입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당선됐고 이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실현됐다. 로셀 회장의 임기는 2016년까지이며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파브레가스를 다른 팀에 넘기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맨유의 두 차례 제의를 거절했으며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파브레가스를 잔류시킬 것으로 보인다.

 

파브레가스는 잠재적인 사비 에르난데스의 대체자이며 측면과 중앙을 골고루 소화하면서 제로톱까지 소화하는 멀티 플레이어다. 아스널의 에이스로 이름을 떨쳤던 시절에 비해 임펙트가 약한 것이 아쉬우나 스페인 대표팀의 월드컵과 유로 대회 우승 주역 중에 한 명으로서 바르셀로나 전력에 필요하다. 그의 고향팀이 바르셀로나인 것도 고려해야 할 부분. 따라서 맨유의 파브레가스 영입은 무리수라는 느낌이 강했다. 바르셀로나가 이적시장에서 팔고 싶어하지 않는 선수에게 영입 관심을 나타낸 것이다.

 

특히 파브레가스는 주 포지션이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웨인 루니와 포지션이 겹친다. 맨유는 팀을 떠나고 싶어하는 루니의 이적을 허용하지 않은 상황에서 파브레가스 영입을 시도했다. 혹시 모를 루니의 이적을 대비해서 파브레가스 영입을 추진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할 수 있다. 반면 루니를 잔류시키면 파브레가스의 왼쪽 윙어 기용이 늘어난다.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대표팀에서 윙어를 맡았을 때는 경기 상황에 따라 중앙쪽으로 움직이며 연계 플레이를 시도하거나 문전 침투를 노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왼쪽 윙어로 활약한 경험이 거의 없다. 측면보다 중앙에 어울리는 선수라고 볼 수 있다.

 

맨유는 파브레가스 영입보다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팀의 근본적 문제점이었던 중원 문제를 해소할 뚜렷한 대안을 세우지 못했다. 중원에서 제 구실을 하는 선수가 마이클 캐릭에 불과한 현실이다. 파브레가스는 4-2-3-1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에 어울리는 적임자가 아니며 4-4-2의 중앙 미드필더로 전환하기에는 공격적인 성향이 굳어진 상태에서 20대 중후반에 접어들었다. 아스널 시절이었던 2009/10시즌 프리미어리그 27경기에서 15골 13도움 기록했으며 지난 시즌 프리메라리가 32경기에서는 11골 11도움 올렸던 미들라이커로서 폴 스콜스(은퇴)와 성향이 다르다.

 

오히려 파브레가스보다는 일카이 귄도간(도르트문트) 영입에 눈을 돌리는 것이 낫다. 귄도간은 지난 시즌 도르트문트의 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달성을 공헌했던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중원에서 현란한 패스 솜씨를 뽐내는 타입이다. 얼마전 레알 마드리드의 관심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백곰 군단의 일원이 될지는 의문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아시에르 이야라멘디 영입에 3800만 유로(약 561억 원)를 쏟으며 잠재적인 사비 알론소 대체자 혹은 그의 파트너를 확보했다. 귄도간까지 데려오면 중원이 포화된다. 만약 귄도간이 이적을 고려중이라면 레알 마드리드행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최근에는 맨유의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 영입설도 제기됐다. 모드리치는 지난 시즌 알론소-케디라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으며 이야라멘디의 등장에 의해 레알 마드리드에서의 앞날이 불투명하다. 브라질 월드컵 유럽 예선과 내년 본선(만약 유럽 예선 또는 플레이오프를 통과하면)에서 최상의 기량을 과시하려면 소속팀에서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전 소속팀 토트넘의 중앙 미드필더로서 빼어난 기량을 과시했던 경험이라면 맨유가 관심을 가질만 하다. 다만, 레알 마드리드가 모드리치의 이적을 허용할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맨유는 이번 이적시장에서 대형 선수 누구와도 계약을 맺지 못했다. 티아고를 데려오지 못했으며 파브레가스 영입마저 불투명하다. 특히 파브레가스 영입은 루니가 잔류하는 전제에서는 최선의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 과연 맨유가 어느 시점에서 대형 선수를 영입할지 앞으로를 주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