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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동국-박주영 능가하는 공격수가 절실하다

 

지난달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일정이 끝난 뒤 많은 사람들은 이동국이 대표팀에 발탁되는 것을 더 이상 원치 않게 생각했다. 소속팀 전북에서 에이스로 기세를 떨쳤던 활약상과 달리 대표팀에서는 만족스러운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국내용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아시안컵과 AFC 챔피언스리그 득점왕 출신이자 독일-코트디부아르 같은 비아시아권 팀을 상대로 골을 넣었던 그에게 국내용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잘못된 비난이다. 그럼에도 대표팀에서 약한 공격수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있다.

 

[사진=이동국-박주영 (C)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fifa.com)]

 

만약 한국 축구가 대표팀 주전 공격수로 어울리는 인재가 즐비했다면 이동국이 대표팀의 일원이 될 확률은 낮을 것이다. 그러나 이동국은 19세였던 1998년 대표팀에서 데뷔한 이래 지금까지 모든 대표팀 체제에서 경기를 뛰었으며 앞으로 A매치 1경기를 더 뛰면 센추리 클럽에 가입한다. 히딩크-쿠엘류-조광래 전 감독에게 끝내 외면을 받았으나 감독 교체 이후 다시 대표팀 주전 공격수로 발돋움하며 15년 동안 A매치에 모습을 내밀었다. 최근 동아시안컵에서는 대표팀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으나 홍명보 감독의 선택과는 관련 없다.(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동아시안컵 예비 명단을 작성했으며 이동국은 명단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동아시안컵이 끝나지 않았지만, 호주전과 중국전을 놓고 봤을 때 '이동국이 대표팀에 뽑힐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두 경기에 뛰었던 김동섭-서동현-김신욱은 대표팀 공격수로서 임펙트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나마 김동섭이 부지런한 움직임과 연계 플레이를 통해 좋은 경기력을 발휘했으나 여러차례 슈팅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반면 서동현은 중국전에서 부진했으며 김신욱은 A매치 19경기에서 1골에 그쳤다. 다만, 김신욱의 경우 선수보다는 팀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든다. 그가 투입될 때마다 선수들이 롱볼을 띄우는 습관이 있다. 이렇다보니 한국은 상대 팀에게 공격 패턴이 읽히면서 비효율적인 공격 전개를 거듭한다. 한국 선수의 최근 4경기 연속 무득점 원인 중에 하나다.(상대 팀 자책골 논외) K리그 클래식에서 활약중인 한국인 공격수 중에서 이동국보다 잘하는 선수가 없음을 이번 동아시안컵을 통해 알 수 있게 됐다. 여전히 이동국이 대표팀 경기를 뛸 수 밖에 없는 결정적 이유다.

 

이동국을 능가했던 경험이 있는 유일한 한국인 공격수는 박주영이다. 2008년 가을 무렵부터 2011년까지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로 맹활약 펼쳤으며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이동국을 벤치로 밀어내고 주전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지금의 박주영은 지난 2년 동안 소속팀에서 부침에 시달리면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최종 엔트리 합류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2011/12시즌 아스널에서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하면서 실전 감각이 떨어졌다. 2012/13시즌 셀타 비고에 임대되었으나 이아고 아스파스(현 리버풀)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리면서 윙 포워드로 전환했으나 자신만의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한 끝에 출전 기회마저 줄었다.

 

만약 박주영이 2013/14시즌 소속팀(어느 팀에서 뛸지 모르겠지만) 활약을 통해 AS 모나코 시절의 폼을 회복하면 대표팀 주전 공격수 자리를 되찾는데 탄력을 받을 것이다. 부활 성공 여부는 선수 본인의 노력에 달렸으나 본래의 기량 만큼은 이동국보다 더 나은 것이 사실이며 허정무호, 조광래호 주전 경쟁에서 이긴 경험이 있다.

 

하지만 대표팀은 현 시점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는 선수들이 모이는 집단이다. 과거의 활약보다 현재가 더 중요하다. 지금은 박주영보다 이동국의 경기력이 더 좋다고 봐야 한다. 서로 활동하는 무대가 다른 것을 고려해도 이동국은 K리그 클래식에서 꾸준히 골을 터뜨리고 있으며 박주영은 실전 감각부터 다시 쌓아야 한다.

 

이동국과 더불어 박주영의 대표팀 복귀를 반대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존하는 한국인 공격수 중에서 이동국-박주영보다 잘하는 선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손흥민과 지동원을 운운하는 사람이 있겠으나 두 선수는 근래 대표팀에서 공격수보다는 2선 미드필더에 더 가까웠다. 아울러 손흥민은 지난달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기복이 있는 모습을 보이며 '이동국-박주영보다 더 잘한다'는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으며, 지동원은 아우크스부르크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러시아 무대에 진출한 유병수는 FK 로스토프에서의 앞날 활약상이 관건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의 간판 골잡이로 도약할 새로운 스타가 등장하기를 바랬다. 이동국-박주영보다 더 잘하는 공격수가 나와야 대표팀의 최전방 무게감이 높아진다. 앞으로 남은 일본전이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호주전과 중국전만을 놓고 볼 때는 이동국과 박주영의 존재감을 머릿속에서 지우기 어렵다. 과연 이동국과 박주영을 능가하는 공격수는 언제 나올 것인가? 박주영이 부활해도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 넘치는 공격수는 지금보다 더 늘어나야 할 것이다. 이는 한국 대표팀이 앞으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는데 있어서 중요한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