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한국형 축구, 골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호주전에서 슈팅 25개를 퍼부었으나 0-0으로 비겼다. 스코어만을 놓고 보면 아쉬움이 있지만 경기를 봤던 축구팬 대부분은 홍명보호 경기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강도 높은 압박과 빠른 순발력, 한국인의 강점인 팀웍과 투지가 혼합된 '한국형 축구'가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희망을 홍명보호가 호주전에서 보여줬다. 골 운만 따랐다면 어떠한 단점도 찾기 쉽지 않은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을 것이다.

 

 

[사진=홍명보 감독 (C) 나이스블루]

 

많은 축구팬이 홍명보호 경기력을 좋게 바라본 것은 이전 대표팀 경기력이 얼마나 저조했는지 알 수 있다. 대표팀은 지난달까지 졸전을 거듭했으며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 과정까지 매끄럽지 못하면서 사람들을 실망시켰다. 후방에서 길게 볼을 띄우는 축구는 더 이상 아시아 무대에서 통하지 않았다. 그 이전 대표팀도 다를 바 없었다. 공수 밸런스가 어긋난 상태에서 패스 축구를 강행한 것이 문제였다. 일부 선수의 무리한 포지션 전환까지 겹치면서 힘든 경기를 펼쳐야만 했다.

 

반면 홍명보호는 달랐다. 호주전 내용만을 놓고 보면 이전 대표팀 두 체제와 차별성이 있었다.  홍명보 감독은 국가 대표팀 사령탑 부임 이후 첫 경기에서 한국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축구 스타일을 선보였다. 선수들 소집 기간이 짧았던 불리한 여건을 딛고 팀의 경기력을 긍정적으로 바꾸었다. 흔히 감독이 새로 바뀐 팀은 전술적으로 시행 착오를 겪기 쉬우나 홍명보호는 선수들이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고 압박을 시도하는 장면에서 어느 정도 숙성된 맛을 보여줬다. 마치 지난해 런던 올림픽때의 경기력이 재현된 듯 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호주 선수들을 한쪽 진영으로 가두어 놓고 경기를 펼친 것이다. 호주에게 공격권이 넘어갔을 때 전방 압박을 펼친 뒤 다시 볼을 되찾으며 점유율을 늘렸거나 상대 팀의 공격 흐름이 끊어졌다. 마치 도르트문트의 축구를 보는 듯 했다. 도르트문트는 상대 진영에서 압박에 비중을 높이는 전술에 비중을 높이는데 많은 비중을 두고 있으며 홍명보호도 마찬가지였다. 전방 압박을 도입하는 팀은 많지만 얼마나 강도를 높이느냐에 대해서는 차이점이 있다. 한국은 앞선에서 압박에 성공하면서 호주 진영을 효과적으로 공략했고 연계 플레이까지 살아났다.

 

그러나 한국 대표팀에는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 같은 존재가 없었다. 도르트문트가 분데스리가와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것은 레반도프스키 같은 득점력이 뛰어난 골잡이를 보유했기 때문이다. 어느 팀이든 전술의 완성도를 높이면서 많은 경기를 이기려면 우수한 기량을 발휘하는 골잡이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특급 공격수 부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한때는 박주영이 반짝했던 시절이 있었으나 지금은 대표팀 공격수 어느 누구도 최전방에서 미쳐주지 못하는 현실이다.

 

김동섭의 호주전 경기력이 나빴던 것은 아니었다. 2선 미드필더와의 활발한 연계 플레이를 통해 끊임없이 호주 포백을 공략했다. 그러나 공격수로서 가장 중요한 골을 넣지 못했다. 여러 번의 슈팅을 놓치면서 자신만의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전체적인 경기력은 무난했으나 이동국-박주영-김신욱과의 경쟁에서 앞선다는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24일 중국전과 28일 일본전에서 분발해야 할 것이다.

 

골 결정력 부족은 김동섭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호주 골키퍼 유진 갈레코비치의 '세자르급 선방'을 고려해도 한국 선수들의 몇몇 슈팅 장면은 아쉬웠다. 한국형 축구의 단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많이 뛰고 상대 팀을 열심히 괴롭히면서 골 기회를 자주 놓치는 고질적 약점이 있다. 팀을 위한 마음은 좋으나 때로는 과감히 욕심을 부리면서 자신만의 날카로움을 보여줘야 한다.

 

다행히 젊은 세대들은 최근 세 번의 U-20 월드컵과 런던 올림픽을 통해서 선배 세대들에 비해 배짱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으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골 결정력 향상은 한국 축구의 영원한 숙제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축구는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한 스포츠이며 골을 통해 상대 팀을 이기는 것에 목적을 맞춰야 한다. 한국형 축구는 골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 어떤 전술을 활용하든 골은 당연히 필요한 존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