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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한국 축구, 동아시안컵 우승은 중요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은 홍명보호가 동아시안컵에서 3전 3승을 거두며 우승하기를 바랄 것이다. 아시아 팀과 경기할 때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심리 때문에 무승부와 패배를 원치 않게 된다. 호주라면 몰라도 중국과 일본에게 비기거나 지는 것은 더욱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다. 이번 동아시안컵 5회 대회는 한국의 홈에서 펼쳐지며 호주-중국-일본을 차례로 물리치고 우승하는 시나리오를 기대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사진=홍명보호는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형 축구를 완성시켰다. 이제는 국가 대표팀에서 런던 올림픽 시절의 경기력을 재현해야 한다. (C)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홈페이지 메인(fifa.com)]

 

특이하게도 동아시안컵에서는 역대 개최국이 해당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2003년 일본 대회에서는 한국, 2005년 한국 대회에서는 중국, 2008년 중국 대회에서는 한국, 2010년 일본 대회에서는 중국이 우승했다. 한국과 중국이 두 번이나 번갈아가며 우승을 차지했으나 개최국 우승팀은 없었다. 어쩌면 홍명보호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할 수도 있다.

 

사실, 동아시안컵은 월드컵처럼 중요한 대회가 아니다. FIFA(국제축구연맹)이 아닌 EAFF(동아시아축구연맹)가 주관하는 대회로서 유럽파가 차출되지 않는다.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한국-일본-호주는 최상의 전력이 아닌 상태에서 이번 대회에 참가한다.

 

일본이 역대 동아시안컵에서 우승을 달성하지 못한 것과 중국이 두 번 우승한 것도 주목해야 한다. 그러나 일본은 최근 4번의 아시안컵에서 3번의 우승을 거머쥐었던 아시아의 대표적인 강팀이다. 중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번번이 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됐으며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했던 약체다. 한국이 동아시안컵에 너무 민감할 필요는 없다. 홍명보호가 특정 팀에게 졌다고, 우승하지 못했다고 '홍명보 감독을 경질하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동아시안컵, 가장 중요한 것은?

 

동아시안컵은 결과보다 내용이 더 중요하다. 홍명보 감독이 추구하려는 한국형 축구가 청소년 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을 넘어 국가 대표팀에서 통할지 주목된다. 이미 한국형 축구는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성공했다. 강력한 압박과 빠른 순발력, 왕성한 기동력을 바탕으로 상대 팀을 괴롭히는 승부 근성이 한국형 축구의 특징이다.

 

그러나 2010년 이후의 한국 대표팀은 어설픈 패스 축구로 일본에게 0-3으로 완패 당하면서 레바논전 패배로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 탈락 위기에 몰렸고, 구시대적인 롱볼 축구에 의해 최종 예선 막판 분위기가 좋지 못했다. 이제는 홍명보 감독 부임으로 한국형 축구가 국가 대표팀에서 자리잡을 때가 됐다.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르듯 한국의 축구 선수는 한국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축구를 해야 한다. 홍명보호는 동아시안컵을 통해 한국형 축구가 국가 대표팀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한국형 축구는 실점이 적을수록 위력을 발휘한다. 홍명보호는 런던 올림픽 6경기에서 5실점을 기록하며 세계 무대에서 짠물 수비로 좋은 성과를 남겼다. 이러한 경기력을 국가 대표팀에서 재현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이며 그 첫걸음이 바로 동아시안컵이다. 대표팀 소집 기간이 짧은 특성상 호주-중국-일본전에서 최상의 수비 조직력을 발휘할지 여부는 알 수 없다. 그 중에 호주전에서 포백을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김진수-김영권-홍정호-이용(김창수)는 대표팀에서 자주 발을 맞춰봤던 사이가 아니다. 하지만 강력한 수비를 구축할 수 있다는 확신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포백만 수비를 잘해서는 안된다. 4선이 모두 수비 강화에 힘을 써야 한다. 공격 옵션들은 전방 압박을 통해 상대 팀의 빌드업을 방해하야 하며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는 상대 팀 2선 혹은 3선과의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 공격 옵션은 공격만 잘해서는 안되는 것이 현대 축구의 특징이다. 염기훈-김동섭(김신욱)-이승기-고요한 같은 호주전에서 한국의 공격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선수들이 수비에 신경쓸 필요가 있다.

 

홍명보호는 동아시안컵을 통해 국가 대표팀의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해야 한다. 국가 대표팀은 2년 전 일본 원정 완패를 기점으로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최근에는 일부 선수가 SNS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으며 그 중에 한 명은 대한축구협회에 의해 엄중 경고 처분을 받았다. 홍명보호는 동아시안컵에서 국민들에게 좋은 경기 내용을 보여주며 지금의 어수선함을 떨쳐야 할 것이다. '원 팀, 원 스피릿, 원 골(One Team, One Spirit, One Goal)'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홍명보호는 오늘 저녁 7시 호주전에서 첫 출항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