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축구 대표팀이 2013 컨페더레이션스컵 개막전 브라질전에서 0-3 완패를 당했다. 한국 축구팬 입장에서는 기분 좋은 소식이다. '영원한 맞수' 일본의 축구가 잘 되는 것을 보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며 이는 오래전부터 누적되었던 심리다. 일본이 컨페더레이션스컵을 비롯하여 1년 뒤에 치러질 브라질 월드컵에서 부진하기를 원하는 축구팬들이 많을 것임에 틀림 없다.
[사진=컨페더레이션스컵 브라질전 일정을 알리는 일본 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메인 (C) jfa.or.jp]
그러나 일본의 브라질전 패배를 비웃어선 안 된다. 일본 축구를 옹호하는 마음에서 이러한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한국 대표팀의 2011년 아시안컵 4강 일본전 승부차기 패배가 안타까울 뿐이다. 한국이 2011년 아시안컵에서 우승했다면 지금쯤 태극 전사들은 브라질에서 컨페더레이션스컵을 치렀을 것이다. 컨페더레이션스컵은 각 대륙의 챔피언끼리 맞붙는 '미니 월드컵'이다. 차기 월드컵 개최국에서 컨페더레이션스컵이 펼쳐지며 월드컵 우승팀, 대회 개최국을 포함한 총 8개국이 참가한다. 아시아에서는 아시안컵 우승팀이 출전하며 이번 대회에서는 일본이 2011년 아시안컵 우승팀 자격으로 대회에 나섰다.
컨페더레이션스컵은 세계의 축구 강호들과 맞붙으며 실력을 겨루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다. 강팀과 친선전을 치를 때 거액의 대전료을 투자하는 부담이 따르나 컨페더레이션스컵은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다. 한국 대표팀은 2001년 한일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프랑스-멕시코-호주와 겨루며 세계 축구 무대에 적응했다. 그 경험이 이듬해 한일 월드컵 4강 진출에 도움 됐다. 만약 한국 대표팀이 이번 컨페더레이션스컵에 출전했다면 브라질 월드컵을 위한 적응을 했을 것이다. 마치 브라질 월드컵에 참가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을 것임에 틀림 없다. 코칭스태프와 대한축구협회도 브라질 월드컵을 어떻게 준비할지 현장에서 구상했을 것이다.
물론 컨페더레이션스컵에 출전했다고 월드컵 성적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일본은 2005년 독일 컨페더레이션스컵 B조 3위(1승 1무 1패)를 기록했으나 이듬해 독일 월드컵에서는 F조 4위(1무 2패)의 처참한 성적표를 남겼다. 심지어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팀은 차기 월드컵을 제패하지 못하는 징크스가 존재한다. 그러나 컨페더레이션스컵 출전은 마이너스보다 플러스가 더 크다. 세계 강호들과 맞붙을 기회가 적은 한국 입장에서 참가에 욕심을 부려야 하는 대회다. 안타깝게도 아시안컵 우승 실패로 2013년 6월에는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 전념해야 한다.
한국의 컨페더레이션스컵 출전이 어느 시점에 성사될지는 의문이다. 한국은 1960년 이후 반 세기 동안 아시안컵 우승에 실패했으며 2022년 월드컵 개최마저 좌절됐다. 2015년에는 호주에서 아시안컵을 치러야 한다. 그러나 호주의 개최국 이점을 놓고 볼 때 우승을 확신하기 어렵다. 2002년 이후 월드컵을 다시 유치한다는 보장도 없다. 현실적으로 아시안컵 우승만이 컨페더레이션스컵에 참가하는 유일한 방법이나 아시안컵 징크스가 걸림돌이다.
일부 축구팬들은 아시안컵을 무시하는 심리가 있는 듯 하다. 2010년 12월 박지성의 아시안컵 참가 논란이 대표적인 예다. 박지성은 당시 소속팀이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전으로서 꾸준히 공격 포인트를 올리며 팀 전력을 지탱했다. 라이벌 아스널전에서는 결승골까지 넣었다. 그러나 알렉스 퍼거슨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박지성의 아시안컵 참가를 아쉬워하는 인터뷰를 하면서 일부 축구팬들이 '박지성의 아시안컵 출전을 반대한다'는 주장을 했다. 심지어 서명 운동까지 벌어졌다. 이들의 논리는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전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시안컵을 우습게 여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아시안컵은 대륙 대항전으로서 대표팀이 선수를 차출할 권리가 있다.
한국은 아시아의 축구 강국이다. 그러나 현 시점을 기준으로 아시아 No.1이라고 꼽기에는 어색함이 있다. 일본이 지난 4번의 아시안컵에서 3번이나 우승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아시아 최고의 클럽팀을 가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한국이 No.1 이었으나 아시아 최강의 대표팀을 뽑는 아시안컵은 일본이 최강이었다.
한국 입장에서 더욱 아쉬운 것은 2011년 8월 A매치 일본 원정 0-3 완패다. 친선전임을 감안해도 0-3 패배는 치욕적이다. 아시안컵 4강 일본전 승부차기 패배를 복수하는데 실패했다. 한국은 지난해 런던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을 2-0으로 제압했으나 23세 이하 대표팀 전적일 뿐이다. 한국 대표팀은 앞으로 진정한 아시아 최강이 되기 위한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2015년 아시안컵은 반드시 우승해야 한다. 그래야 2017년 러시아 컨페더레이션스컵에 참가하여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착실하게 준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