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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손흥민 레버쿠젠 이적, 챔스에서 카가와 이겨라

 

'손세이셔널' 손흥민의 레버쿠젠 이적이 성사됐다. 같은 날 첼시 이적이 발표된 안드레 쉬를레를 대체하는 목적으로 2013/14시즌부터 레버쿠젠에서 활약한다. 이적료를 봐도 레버쿠젠의 즉시 전력감으로 영입됐다. 정확한 이적료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현지 언론에 의하면 1000만 유로(약 150억 원)로 알려졌다. 레버쿠젠 역사상 최고 이적료다. 다음 시즌 많은 경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의 레버쿠젠 이적은 앞으로 1년 남은 브라질 월드컵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만약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했다면 새로운 리그에 적응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최악의 경우 프리미어리그 클럽에서 지속적인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여 경기 감각이 떨어지는 문제점에 직면했을지 모를 일이다. 브라질 월드컵을 앞둔 시점에서 좋은 현상이 아니다. 그렇다고 함부르크에 남는 것은 곤란했다. 팀의 허술한 수비에 의해 최전방에서 종종 고립되기 일쑤였다. 이제는 레버쿠젠 이적을 통해 상위권 클럽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돌파구를 찾았다. 어쩌면 2014년 6월의 손흥민은 지금의 손흥민보다 더 성장할지 모를 일이다.

 

 

[사진=손흥민 레버쿠젠 이적을 발표한 분데스리가 공식 홈페이지 메인 (C) bundesliga.de]

 

또 다른 소득은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이다. 레버쿠젠은 바이에른 뮌헨, 도르트문트와 달리 챔피언스리그에서 경쟁력이 있는 독일 클럽이 아니다. 2011/12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분데스리가의 눈부신 성장을 놓고 볼 때 2012/13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팀 도르트문트처럼 돌풍을 일으킬 잠재력이 있다. 만약 유럽의 수준 높은 클럽을 거듭 물리치면 2001/02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달성했던 저력을 비슷하게 재현할지 모를 일이다. 손흥민은 챔피언스리그 맹활약을 통해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으며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물론 레버쿠젠의 성적이 좋아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만약 손흥민이 챔피언스리그에서 두각을 떨치면 '일본 축구의 에이스' 카가와 신지(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를 압도할 명분을 얻게 된다. 카가와는 맨유의 로테이션 멤버이며 다음 시즌 꾸준한 선발 출전 기회를 얻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레알 마드리드전 부진이 뼈아프다. 이적료 1400만 파운드(약 247억 원)를 기록한 선수 답지 않게 챔피언스리그에 강한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도르트문트에 있을 때는 팀이 32강에서 탈락했다.(2011/12시즌) 이러한 행보가 다음 시즌에도 지속되면 맨유에서 입지를 지키는데 어려움이 찾아올 수도 있다.

 

손흥민도 카가와와 더불어 챔피언스리그에서 분발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다만, 카가와에 비하면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선발 출전 빈도가 높을지 모를 일이다. 손흥민은 이적료를 봐도 레버쿠젠에서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할 것이며 카가와는 2012/13시즌 활약상이 전체적으로 미흡했다. 다른 관점에서는 카가와가 챔피언스리그에서 주전 자격으로 많은 경기를 소화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포지션 경쟁자는 웨인 루니다. 만약 루니가 잔류하면 카가와의 다음 시즌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맨유는 루니가 팀에 남기를 원하고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챔피언스리그 활약상이다. 카가와는 지금까지 챔피언스리그에서 두각을 떨치지 못했다.

 

그런 손흥민에게 챔피언스리그는 카가와를 이길 수 있는 돌파구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카가와를 따라잡는 느낌이 짙었다. 카가와는 도르트문트의 분데스리가 2연패를 공헌했으며 특히 2011/12시즌 분데스리가 31경기에서 13골 8도움 기록했다. 그 당시의 손흥민은 함부르크의 로테이션 멤버였다. 하지만 카가와는 1989년생이며 손흥민은 1992년생이다. 특히 손흥민은 2012/13시즌을 통해 유망주의 껍질을 깨고 분데스리가의 새로운 스타로 발돋움했다.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레버쿠젠의 돌풍을 주도하면 카가와를 제치고 현존하는 아시아 최고의 선수로 떠오를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챔피언스리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월드컵과 더불어 지구촌 축구팬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별들의 전쟁' 이다. 박지성이 아시아의 영웅으로 명성을 떨쳤던 근본적 배경에는 PSV 에인트호번과 맨유 시절을 통해 챔피언스리그에 강한 면모를 보여줬던 스토리가 있었다. 2008/09, 2010/11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선발로 나섰을 만큼 유럽 대항전에서 자신의 장점을 마음껏 과시했다. 이제는 손흥민이 박지성에 이어 한국 축구의 매운맛을 챔피언스리그에서 발휘할 때다.

 

변수는 레버쿠젠의 성적이다. 아무리 손흥민의 챔피언스리그 경기력이 좋아도 팀 전력이 불안하면 성적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반면 맨유는 매 시즌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 후보 중에 하나로 주목을 끌었다. 비록 지난 두 시즌 성과가 좋지 않았으나 그동안 쌓아왔던 명성을 무시하기 어렵다. 손흥민이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카가와를 이길지 여부에 대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는 유럽 정상급 축구 스타로 발돋움하기 위한 중요한 무대다. 손흥민이 챔피언스리그에서 폭풍 질주하면서 시원하게 골 넣는 모습을 앞으로 오랫동안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