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2012/13시즌 유럽 축구가 끝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여름 이적시장 열기가 뜨겁다. 바이에른 뮌헨은 라이벌 도르트문트의 에이스 마리오 괴체를 영입했으며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까지 노리고 있다. FC 바르셀로나는 '제2의 펠레'로 주목받는 네이마르와 계약한 상황. 레알 마드리드는 토트넘의 가레스 베일을 원하며, 도르트문트와 토트넘의 영입 레이더에 포착된 손흥민의 거취가 많은 축구팬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그리고 '의외의 팀'이 유럽 축구 이적시장의 신선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프랑스 2부리그에서 1부리그로 승격한 '박주영 전 소속팀' AS 모나코가 그 주인공. 모나코는 지난 주말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FC 포르투의 핵심이었던 주앙 무티뉴, 하메스 로드리게스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두 선수 영입에 7000만 유로(약 1015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았다. 최근에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공격수 라다멜 팔카오 영입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으며 이적료가 6000만 유로(약 870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6000만 유로는 프랑스 리그1 역대 최고 이적료에 해당한다.(현재 5000만 유로, 2012년의 티아구 실바)
[사진=라다멜 팔카오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모나코는 역대 유럽 축구 이적시장에서 1부리그 승격팀이 어마어마한 돈을 쓰며 굵직한 선수들을 데려오는 최초의 사례가 아닐까 싶다. 그 이전에도 소위 '돈을 쓰는' 승격팀이 존재했을지 몰라도 모나코의 지금까지 이적시장 행보는 웬만한 유럽 빅 클럽을 능가한다. 2011년 12월 러시아 출신의 갑부 드미트리 리볼로플레스의 인수에 의해 부자 구단으로 탈바꿈했다. 2013/14시즌 1부리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유럽 대항전 진출을 위해 선수 영입에 엄청난 거금을 쏟는 상황이다.
아직 팔카오 영입은 완료되지 않았다. 유럽 현지 언론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앞두고 있다는 보도까지 전해졌다. 팔카오가 다른 빅 클럽에 의해 하이재킹 될 수 있으나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아니다. 그의 높은 이적료를 감당할 빅 클럽과 부자 클럽(안지, 제니트 포함)이 몇 안된다. 특히 다수의 빅 클럽들은 챔피언스리그를 위해 FFP(재정적 페어 플레이)룰을 신경써야 한다. 팔카오 영입이 최악의 경우 FFP룰 위반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반면 모나코는 다음 시즌 유럽 대항전에 참가하지 않는다. 대형 선수 영입에 탄력이 붙었다.
모나코도 장기적 관점에서는 FFP룰을 걱정해야 한다. 홈 구장 루이 2세 스타디움의 관중석 규모가 약 1만 8천 석에 불과하며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부족하다. 경기장 입장료와 마케팅 수익을 통해 많은 매출을 올리는데 한계가 있다. FFP룰은 특정 기간의 적자가 일정 수준을 초과하면 유럽 대항전 출전이 금지된다. 그러나 FFP룰이 과연 공정한 제도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부자 클럽들이 구단주 재력이나 다른 단체과의 이해 관계에 따라 스폰서 계약을 통해 팀의 수익을 늘릴 소지가 있으며 일부 클럽은 실행에 옮겼다.
따라서 모나코는 FFP룰 위반을 면할 돌파구를 찾으면 대형 선수 영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팔카오에 이어 또 다른 빅 사이닝을 원하는 것은 FFP룰에 따른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한 어느 정도의 계산을 했거나, 또는 팔카오 같은 스타 선수 영입을 통해 풍부한 마케팅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아니면 전자와 후자 모두 해당할 수 있다.
퀸즈 파크 레인저스의 사례처럼 돈을 많이 쓴다고 팀 성적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모나코의 이적시장 행보는 선수들의 결속력이 느슨해질 우려가 있다. 그들은 맨체스터 시티를 본보기로 삼을 것이다. 맨체스터 시티가 2008년 호비뉴 영입으로 팀 성적이 갑자기 좋아진 것은 아니었다. 로베르토 만치니 전 감독이 팀을 완성시키기 이전까지 허술한 수비 조직력과 공격의 짜임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적시장 때마다 선수 이적료에 많은 돈을 지출한 끝에 중위권에서 상위권, 상위권에서 우승을 달성하는 단계를 밟았다.
모나코도 맨체스터 시티처럼 우승이 충분한 클럽으로 성장하기까지 대형 선수를 거듭 영입할 것이다. 돈을 쓰는 부자 클럽이라면 우승이나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욕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FFP룰을 걱정하지 않는 전략이 뒷받침되면 '카타르 자본을 앞세운' 파리 생제르맹과 프랑스리그 No.1을 다투는 날이 점점 빨라질 것이다. 모나코의 향후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