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에서 '손흥민 빅 리그'라고 검색하면 손흥민의 유럽 빅 리그 진출 여부에 대한 일부 기자와 블로거의 글을 볼 수 있다. 마치 손흥민이 빅 리그 진출에 도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볼 수도 있다. 손흥민은 토트넘과 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빅 클럽들의 영입 관심을 받고 있다. 이들이 함부르크보다 더 좋은 클럽인 것은 분명하다. 한국 축구계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프리미어리그에 대한 인기가 높았으며 여전히 프리미어리그를 유럽 최고의 리그로 생각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손흥민의 빅 리그 진출 여부를 주목하는 것은 잘못됐다. 손흥민은 함부르크 소속이며 함부르크는 분데스리가 소속이다. 분데스리가는 UEFA(유럽축구연맹) 리그 랭킹 3위에 속한 유럽 빅 리그다. 이미 손흥민은 유럽 빅 리그에서 뛰고 있다. 구자철과 지동원(이상 아우크스부르크) 박정빈(그로이터 퓌르트) 같은 또 다른 한국인 분데스리가 선수들도 올 시즌 빅 리그 무대를 밟았다. 아무리 분데스리가가 프리미어리그보다 국내에서 인지도가 낮을지라도 빅 리그가 아니라는 뉘앙스의 의견을 나타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사진=손흥민 (C) 효리사랑]
'빅 리그'와 '빅 클럽'은 구분되어야 한다. 현재 손흥민 영입에 관심을 나타내는 클럽들은 세계 축구팬들에게 익숙한 빅 클럽들이다. 분데스리가의 도르트문트도 손흥민을 눈여겨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분데스리가는 빅 리그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시선에서 손흥민이 도르트문트로 이적하면 그의 빅 리그 진출이 불발되었다고 단정지을 것인가? 어쩌면 손흥민에게 프리미어리그 진출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현 시점에서는 붙박이 주전을 보장 받으며 챔피언스리그를 경험할 수 있는 빅 클럽으로 이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 가지 눈여겨 볼 것은, 독일과 잉글랜드 리그 격차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 UEFA 리그 랭킹은 최근 5시즌 유럽 대항전에서 획득한 점수에 의해 순위가 결정된다. 독일은 현재 UEFA 리그 랭킹 3위(79.328점)이며 2위 잉글랜드(82.677점)를 3.349점으로 추격중이다. 2008/09시즌 점수를 제외하면 독일은 66.641점, 잉글랜드는 67.677점이 된다. 2013/14시즌부터 두 리그의 격차가 좁아지게 된다. 만약 분데스리가 클럽들의 챔피언스리그 선전이 계속되고 잉글랜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UEFA 리그 랭킹 2위가 독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사실, UEFA 리그 랭킹 2위와 3위를 구분짓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잉글랜드와 독일은 다음 시즌에도 똑같이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4장을 유지한다. 다만, 3위와 4위는 다르다. 현재 4위를 기록중인 이탈리아 세리에A(64.147점)는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3장에 불과하다. 불과 얼마전까지는 세리에A 4팀이 챔피언스리그에 나섰으나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분데스리가에게 3위를 내주고 말았다. 한때 유럽 3대 리그에 속하지 못했던 분데스리가는 세리에A에 이어 프리미어리그를 밀어낼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
다만, 분데스리가가 프리미어리그에 비해 결코 부족함이 없는 리그임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분데스리가는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를 접수했다.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양대 산맥을 꺾고 동반 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반면 프리미어리그는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팀을 배출하지 못했다. 올 시즌만을 놓고 보면 분데스리가의 경기력이 유럽 최고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분데스리가는 프리미어리그, 프리메라리가에 비해 재정이 건전하다. 프리미어리그는 인건비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단점이 있으며 프리메라리가는 일부 팀이 임금 체불에 시달렸다. 반면 분데스리가는 다수의 팀들이 흑자를 내고 있다. 인건비를 무리하게 지출하지 않는 특징과 더불어 유럽 최고 수준의 평균 관중을 기록하며 수익이 향상됐다. 대형 선수 영입보다는 우수한 유망주 발굴에 초점을 맞추며 손흥민 같은 수준급 인재들이 끊임없이 등장했다. 이는 독일 대표팀의 세대교체 성공으로 이어져 메이저 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는 비결이 됐다.
적어도 한국 축구계에서 프리미어리그가 분데스리가보다 우수한 것은 인기 단 하나 뿐이다. 프리미어리그가 박지성과 이청용 같은 스타들의 맹활약을 계기로 국내 축구팬들을 열광시킨 것은 분명하다. 한때는 프리미어리그가 챔피언스리그에서 독보적인 강세를 나타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분데스리가의 실속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분데스리가도 프리미어리그와 똑같은 유럽의 빅 리그다. 손흥민 빅 리그 진출이 아닌 빅 클럽 진출 여부를 주목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