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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2012/13시즌 EPL 결산, 핫 이슈 10가지

 

2012/13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가 9개월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두 시즌 만에 우승 트로피를 되찾으며 잉글랜드 클럽 중에서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20번째 우승을 이루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폴 스콜스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했으며 정들었던 올드 트래포드와 아름다운 작별을 했다. 올 시즌 최고의 선수는 토트넘의 가레스 베일이 되었으며 첼시는 유로파리그에서 우승했다. 그러나 박지성과 윤석영이 소속된 퀸즈 파크 레인저스(이하 QPR)는 강등됐다.

 

 

[사진=맨유의 EPL 우승으로 끝났던 2012/13시즌. 퍼거슨 감독은 맨유에 EPL 20번째 우승을 안겨주고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상단 (manutd.com)]

 

1. 맨유, 프리미어리그 통산 20번째 우승

 

맨유는 28승 5무 5패(승점 89)를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 통산 20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시즌 개막전 에버턴 원정 0-1 패배로 불안한 출발을 나타냈으나 그 이후 4연승을 질주했고, 첼시-아스널-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같은 빅 클럽들을 제압하며 1위 경쟁에서 우세를 점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25일 QPR전부터 3월 30일 선덜랜드전까지 18경기 연속 무패(16승 2무, 승점 50)를 질주한 것이 승점 관리에 탄력이 붙게 됐다. 같은 기간 맨시티(2위)는 18경기에서 12승 2무 4패(승점 38)에 만족했고 시즌 중반의 행보에서 맨체스터 두 팀의 명암이 엇갈렸다. 맨유 우승의 일등공신은 올 시즌 득점왕 판 페르시(26골)다.

 

2. 아듀! 알렉스 퍼거슨-폴 스콜스

 

'맨유의 살아있는 전설' 퍼거슨 감독과 스콜스는 20일 웨스트 브로미치전이 현역 감독과 선수로서 마지막 경기가 됐다. 퍼거슨 감독은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21시즌 동안 13회 우승을 이루며 맨유 제국을 완성시켰다. 1998/99, 2007/08시즌에는 UEFA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했다. 그의 후임은 11년 동안 에버턴을 지휘했던 모예스 감독으로 확정됐다. 스콜스는 2010/11시즌을 마친 뒤 은퇴했으나 지난해 1월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맨유 중원에서 패스가 원활하게 공급되도록 특유의 노련미를 발휘했고 팀의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공헌했다. 그의 올해 나이는 39세(1974년생)다.

 

3. 첼시-아스널, EPL 빅4 지켰다

 

런던 클럽끼리의 빅4 경쟁에서는 첼시와 아스널이 웃었다. 첼시는 여러 대회 일정을 소화하며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심했으나 베니테즈 감독의 합리적인 로테이션 시스템에 의해 과부하를 견뎌냈다. 프리미어리그 3위와 유로파리그 우승은 베니테즈 감독이 칭찬 받아야 할 성과. 아스널은 시즌 중반까지 4위권 바깥을 맴돌았으나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 이후부터 달라졌다. 여유로운 일정을 보내더니 선수들이 실전에서 최대한의 역량을 쏟았다. 시즌 막판 10경기에서 8승 2무(승점 26)를 기록하며 토트넘과의 경쟁에서 앞섰다. 5위로 마친 토트넘은 같은 기간 5승 2무 3패(승점 17)에 머물렀다. 북런던 두 팀의 명암이 시즌 막판에 엇갈렸다.

 

4. EPL 챔스 굴욕, 그러나 첼시는 유로파리그 우승

 

프리미어리그가 챔피언스리그를 지배했던 시절은 이제 옛날이 됐다. 올 시즌 대회 8강 진출팀을 배출하지 못한 굴욕을 당한 것. 맨유와 아스널은 16강 진출에 그쳤고 첼시와 맨시티는 32강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특히 맨시티는 32강 6경기 내내 첫 승이 불발되며(3무 3패) 지난 시즌에 이어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 1월에 발표된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 베스트 11에는 프리미어리그 소속 선수가 단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첼시는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프리미어리그의 체면을 살렸다. 결승에서 벤피카를 2-1로 물리치고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이어 두 시즌 연속 유럽 대항전을 접수했다.

 

5. 가레스 베일, 2012/13시즌 EPL 최고의 선수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는 우승팀 맨유에서 배출되지 않았다. ?위 토트넘의 에이스 베일이 2010/11시즌 이후 두 시즌 만에 PFA(영국 프로축구선수협회)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다. 프리미어리그 34경기에서 21골 4도움 올렸으며 득점 3위를 기록했다. 미드필더로서 가장 많은 골을 터뜨린 것. PFA 올해의 영플레이어상과 FWA(영국 축구기자협회) 올해의 선수상까지 싹쓸이하며 2006/07시즌의 호날두(현 레알 마드리드, 당시 맨유) 이후 3관왕을 달성한 선수가 됐다. 불과 몇년 전에는 평범한 왼쪽 풀백이었으나 빠른 순발력과 가공할 킥력을 갖춘 스페셜리스트로 완성되어 프리미어리그를 평정했다.

 

6. '막장' QPR, 이렇게 최악일 줄이야...

 

QPR 강등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시즌 개막전 스완지 시티전 0-5 대패를 시작으로 16경기 연속 무승(7무 9패)의 부진을 겪으면서 일찌감치 강등의 조짐이 나타났다. 휴즈 전 감독의 전략 부재와 선수단 장악 실패가 뼈아팠고 레드냅 감독은 팀의 성적 부진 책임으로 고액 연봉자를 탓하는 등 적절치 못한 인터뷰로 구설수를 낳았다. 타랍과 마키는 무리한 개인 플레이로 빈축을 샀고 삼바와 그라네로는 이적료 값을 해내지 못했다. 선수단 내분이 불거지는가 하면 최근에는 레미가 성폭행 혐의로 체포됐다. 막장 행보를 거듭했던 QPR은 끝내 4승 13무 21패에 그치면서 꼴찌로 시즌을 마쳤다. 소위 '돈 쓰는 클럽'이 맞는지 의심되는 성적이었다.

 

7. 박지성-윤석영의 아쉬움, 기성용의 선전

 

박지성은 2003년 유럽 진출 이후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QPR에서 많은 경기에 선발 출전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팀의 강등, 주장 박탈, 부상, 주전 경쟁 탈락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다. 팀의 챔피언십 강등에 의해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뛰지 못할수도 있다. 앞날의 거취는 올해 여름 이적시장의 관전 포인트. 지난 1월 QPR로 둥지를 틀었던 윤석영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반면 기성용은 스완지 시티의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로 정착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전체 패스 성공률 1위를 기록했으며(92.7%) 캐피털 원 컵에서는 팀의 우승을 공헌했다. 지난 10일에는 배우 한혜진과의 결혼이 발표됐다.

 

8. 스완지 시티의 캐피털 원 컵 우승과 위건의 FA컵 우승

 

캐피털 원 컵 우승 트로피는 스완지 시티에게 돌아갔다. 4강 1~2차전에서 첼시를 상대로 1승 1무 및 2경기 무실점을 기록한 것이 우승의 분수령이 됐다. 결승에서는 4부리그에 소속된 브래드포드 시티에게 5실점을 안겨주는 일방적인 경기를 펼치며 1912년 창단 이후 사상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기성용은 결승에서 센터백으로 전환하며 매끄러운 패스 연결을 자랑했다. 불과 얼마전까지 '생존왕'으로 명성을 떨쳤던 위건은 FA컵 결승에서 맨시티를 1-0으로 이기는 파란을 일으켰다. 구단의 81년 역사상 처음으로 FA컵 챔피언이 된 것. 그러나 우승의 영광은 사흘 뒤에 슬픔으로 돌변했다. 아스널 원정에서 1-4로 대패하면서 챔피언십으로 강등됐다.

 

9. 아자르 볼보이 가격 논란과 수아레스 핵이빨 사건

 

지난 1월 24일 캐피털 원 컵 4강 2차전 스완지 시티-첼시 경기 도중에 돌발 사건이 벌어졌다. 첼시의 아자르가 오른발로 스완지 시티 볼보이의 복부를 가격했던 것. 볼보이가 고의적으로 볼을 빨리 내주지 않은 것이 아자르를 화나게 했다. 당시 첼시는 통합 스코어에서 0-2로 밀렸다. 그 이후 아자르는 공식 사과했고 3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게 됐다.

 

4월 22일 리버풀-첼시 경기에서는 리버풀의 수아레스가 엽기 행각으로 물의를 빚었다. 경기 도중 첼시 수비수 이바노비치의 팔을 이빨로 물었던 것. 미국의 프로 복서 타이슨이 1997년 훌리필드의 귀를 이빨로 물어 뜯었던 핵이빨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심지어 타이슨은 수아레스의 트위터를 팔로우했다. 결국 수아레스는 1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10. 올 시즌 EPL 최고의 이적생과 최악의 이적생은?

 

올 시즌에는 판 페르시(맨유) 베르통헨, 뎀벨레(이상 토트넘) 세자르(QPR) 같은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이적생으로 꼽을만한 선수들이 여럿 있다. 그 중에서 '기성용 동료' 미추는 220만 파운드(약 37억 원)의 저렴한 이적료 답지 않게 프리미어리그 득점 5위(19골) 및 소속팀의 캐피털 원 컵 우승을 이끄는 진가를 발휘했다.

 

반면 최악의 이적생으로는 마린(첼시) 삼바, 그라네로(이상 QPR) 리차드슨(풀럼) 등이 거론된다. 그 중에서 마이콘, 싱클레어, 로드웰(이상 맨시티)는 부상 혹은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은 끝에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마이콘은 과거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으며, 싱클레어는 빅 클럽 적응에 실패했고, 로드웰은 이적료 1500만 파운드(약 254억 원, 추정)의 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