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가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의 경질을 공식 발표했다. 한국 시간으로 14일 오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를 알린 것. 만치니 감독의 경질은 이미 예견되었다. 지난 주말 FA컵 결승 위건전 0-1 패배로 48시간 이내에 경질될 것이라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제기되었고 결국 현실이 됐다. 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어도 팀을 떠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근본적인 경질의 원인은 만치니 감독의 한계에서 비롯됐다.
만치니의 한계, UEFA 챔피언스리그 징크스
만치니 감독의 경질은 두 시즌 연속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리그 탈락에서 비롯됐다. 2011/12시즌 3승 1무 2패(A조 3위) 2012/13시즌 3무 3패(D조 4위)로 고개를 떨궜다. 특히 올 시즌 6경기에서는 프리미어리그 디펜딩 챔피언 답지 않게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는 굴욕을 당했다. 대진운이 안좋았을 수도 있다. 지난 시즌 A조에서는 바이에른 뮌헨과 나폴리, 올 시즌 D조에서는 도르트문트와 레알 마드리드 같은 강호의 벽을 넘지 못했다. 두 시즌 연속 죽음의 조에 포함되었던 것. 그러나 팀의 화려한 선수 구성을 놓고 볼 때 32강 탈락 자체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러한 맨시티의 고전은 프리미어리그의 챔피언스리그 침체로 이어졌다. 잉글랜드가 UEFA 리그 랭킹 2위로 밀려난 것도 맨시티의 두 시즌 연속 32강 탈락의 여파가 작용했다. 다시 1위를 되찾으려면, 독일 분데스리가에게 2위 진입을 허용하지 않으려면 맨시티가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분발해야 한다. 문제는 만치니 감독이 고질적으로 챔피언스리그에 약했다. 인터 밀란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어졌던 한계였다.
만치니 감독은 2007/08시즌까지 인터 밀란의 세리에A 3연패를 이끌었던 지도자였다. 그러나 시즌 종료 후 경질됐다. 챔피언스리그에 약한 면모가 문제였다. 2004/05시즌과 2005/06시즌 8강, 2006/07시즌과 2007/08시즌 16강 진출에 만족했다. 인터 밀란이 1964/65시즌 이후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던 클럽임을 감안해도 만치니 감독은 단 한 시즌이라도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을 경험하지 못했다. 특히 막판 두 시즌에는 이전 두 시즌보다 성적이 좋지 않았으며 유럽 대항전에 약한 지도자라는 오명을 남겼다. 결국 인터 밀란은 무리뉴 감독을 영입했고 2009/10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성공했다.
인터 밀란에서 쫓겨난 만치니 감독은 2009년 12월 맨시티 사령탑을 맡았다. 프리미어리그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팀의 빅4 도약 및 우승을 이끌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맨시티에서도 유럽 대항전에 약한 징크스를 이겨내지 못했다. 두 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32강 탈락으로 인터 밀란 시절보다 더 안좋은 결과를 내고 말았다. 2010/11, 2011/12시즌 유로파리그에서는 16강에서 탈락했다. 유럽 대항전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지도자가 아닌 것이 드러나고 말았다.
지난 시즌에는 여론에서 맨시티의 챔피언스리그 32강 탈락을 선수단의 경험 부족으로 꼽는 인상이었다. 훌륭한 기량을 지닌 선수들을 활발히 영입했을 뿐 팀은 그동안 챔피언스리그 단골 진출과 거리감이 멀었다. 그러나 맨시티는 올 시즌에 또 탈락했고 3무 3패라는 참담한 성적을 냈다. 경험 부족 때문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경험 부족한 팀들이 선전했다. 도르트문트는 레알 마드리드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고 파리 생제르맹과 말라가는 8강에 올랐다. 32강 조별리그에서는 셀틱이 FC 바르셀로나를 2-1로 꺾는 이변을 연출하며 16강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네 팀은 맨시티보다 스쿼드가 강하다고 볼 수 없다. 지도자가 팀의 전술적 완성도를 높인 것이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 특히 파리 생제르맹은 맨시티와 똑같은 부자 클럽이다. 비록 8강에서 FC 바르셀로나의 벽을 넘지 못했으나 1~2차전 모두 비겼다.(원정 다득점 열세로 탈락)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험이 있는 안첼로티 감독이 팀을 잘 이끌었다는 뜻이다. 같은 이탈리아 국적의 만치니 감독과 대조적이다.
맨시티가 유럽 최고의 클럽이 되고 싶다면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해야 한다. 그러나 만치니 감독 체제에서는 역부족이었다. 만치니 감독이 팀을 프리미어리그 강호로 이끌었던 성과는 칭찬할 부분이다. 2010/11시즌 FA컵 우승과 2011/12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은 만치니 감독의 공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만치니 감독이 챔피언스리그에 약한 징크스는 맨시티가 발전하는데 있어서 걸림돌로 작용한다. 맨시티가 만치니 감독을 경질한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
만치니 감독은 두 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32강 탈락을 만회할 기회마저 놓쳤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 우승 트로피를 내줬고 FA컵 결승에서는 위건에게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무엇보다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판 페르시를 영입하지 못한 것이 뼈아프다. 당시 판 페르시의 거취는 맨시티행으로 기우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만치니 감독은 공격수 4인 체제(아궤로, 테베스, 제코, 발로텔리)를 그대로 유지하며 판 페르시 영입을 포기했고 이는 판 페르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으로 이어졌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판 페르시 효과에 힘입어 프리미어리그를 제패했다. 결과적 관점에서 만치니 감독에게 아쉬운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