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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손흥민 12호골, 이것이 '원톱의 품격'

 

'손세이셔널' 손흥민이 시즌 12호골을 터뜨리며 함부르크의 대승을 이끌었다. 한국 시간으로 11일 오후 10시 30분 라인 넥카 아레나에서 진행된 2012/13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33라운드 호펜하임 원정에서 1골 1도움 기록하며 팀의 4-1 승리를 공헌했다. 전반 18분 데니스 디에크마이어의 오른쪽 크로스를 헤딩 슈팅으로 밀어 넣으며 선제골을 터뜨렸다. 전반 35분에는 골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공급했던 패스가 데니스 아오고의 골로 이어지면서 시즌 2번째 도움을 기록했다.

 

함부르크는 후반 15분 페트르 이라첵 추가골에 의해 3-0으로 앞서면서 승리를 굳혔다. 1분 뒤 케빈 볼란드에게 만회골을 허용했으나 후반 43분 아르티옴스 루드네브스 골에 의해 4-1로 달아나면서 승점 3점을 따냈다. 함부르크는 7위(14승 6무 13패)를 기록했으며 호펜하임은 17위(7승 7무 19패)를 유지하며 강등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손흥민의 1골 1도움이 지동원-구자철이 활약중인 16위 아우크스부르크에게 도움이 됐다.

 

 

[사진=손흥민 (C) 효리사랑]

 

손흥민 1골 1도움, 원톱으로서 강렬한 존재감 과시

 

함부르크와 호펜하임은 서로 비슷한 전략으로 경기에 나섰다. 어느 한 팀의 일방적인 공격보다는 전방 압박에 의한 공방전을 이어가며 상대 팀의 공격이 쉽게 전진하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경기가 지루한 감이 있었으나 전방 압박이 거듭될 수록 호펜하임에게는 불리했다. 호펜하임은 올 시즌 분데스리가 최다 실점 1위(함부르크전 이전까지 32경기 62실점) 팀으로서 중앙 수비가 취약하다. 공격 자원들이 앞쪽에서 활발히 움직였으나 수비 밸런스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전반 중반에 접어들더니 수비 공간을 내주는 문제점이 노출했다.

 

손흥민의 전반 18분 선제골은 호펜하임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렸던 결정적 장면이었다. 디에크마이어가 오른쪽 측면 빈 공간을 파고들며 페널티 박스쪽으로 크로스를 올린 것이 손흥민의 헤딩골로 이어진 것. 호펜하임의 측면 수비가 허물어진 것이 디에크마이어에게 좋은 기회가 되었고 손흥민이 골을 넣는 발판이 됐다. 특히 손흥민은 호펜하임의 센터백을 맡는 아브라함과 술레 사이에서 헤딩골을 넣었다. 볼의 궤적을 끝까지 읽는 집중력이 상대 팀의 중앙 수비가 취약한 틈을 노렸던 비결이 됐다. 원톱으로서 상대 수비의 약점을 공략하면서 골까지 터뜨렸다.

 

그 이후 손흥민은 연계 플레이에 주력했다. 2선으로 내려오거나 측면으로 이동하면서 동료 선수에게 패스를 공급한 것. 호펜하임 선수들의 시선을 자신쪽으로 유도하며 상대 팀의 수비 밸런스를 무너뜨리기 위한 작전이었다. 전반 27분 역습 상황에서 하프라인을 통과했을 때는 호펜하임 선수 2명을 앞에 놓고 오른쪽에 있던 이라첵에게 대각선 패스를 밀어줬다. 이라첵 슈팅이 골대 안으로 향했다면 손흥민은 이날 1골 2도움을 기록했을 것이다.

 

전반 35분에는 손흥민이 도움을 기록했다. 2선에서 연결된 로빙 패스를 트래핑하며 호펜하임 센터백 뒷 공간을 파고든 뒤 상대 팀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이 연출됐다. 끝까지 볼을 간수하며 골대 왼쪽으로 패스를 밀어줬고 근처에 있던 아오고가 골을 터뜨렸다. 이번에도 상대 수비의 약점을 제대로 공략했다. 후방에서 공급된 볼을 터치했을 때의 위치선정과 더불어 골대 앞쪽으로 빠지는 움직임이 절묘했다. 그 이후 뒷쪽에서 재빨리 접근했던 상대 팀 수비의 방해를 받았으나 위축되지 않았다. 골대 오른쪽 바깥으로 방향을 틀면서 상대 팀 골키퍼를 제치는 재치를 발휘했다.

 

손흥민의 1골 1도움은 함부르크가 압도적인 경기 흐름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됐다. 2-0 리드로 점점 승리를 굳힌 것. 만약 손흥민이 최전방에서 고립되었다면 함부르크는 득점과 승점 획득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손흥민은 원톱으로서 상대 수비를 괴롭히며 제 몫을 해냈다. 함부르크와 호펜하임의 전력 차이를 고려해도 손흥민이 원톱에 어울리는 선수임을 이번 경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그야말로 원톱의 품격을 보여줬다.

 

손흥민, 레반도프스키 or 괴체 대체자 될까?

 

손흥민은 12호골을 통해 자신의 이적시장 가치를 높였다. 지금 기세라면 빅 클럽 이적은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이다. 다만, 어느 빅 클럽에서 최적의 포지션을 맡아 지속적인 선발 출전 기회를 보장 받을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특히 도르트문트는 다른 빅 클럽들에 비해 손흥민이 원톱 또는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많이 출전할 수 있는 매리트가 있다. 토트넘은 디포와 아데바요르 중에 한 명을 정리해야하며 첼시는 레버쿠젠 공격수 쉬얼레 영입을 앞두고 있다. 반면 도르트문트는 레반도프스키와 작별할 분위기이며 괴체는 바이에른 뮌헨 이적이 확정됐다.

 

일각에서는 손흥민 도르트문트 이적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손흥민이 레반도프스키 또는 괴체를 대체하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레반도프스키는 올 시즌 분데스리가 득점 2위(30경기 22골)이며 분데스리가 정상급 공격형 미드필더다. 과연 손흥민이 도르트문트에서 통할지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손흥민이 빅 클럽의 원톱 또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리잡으려면 현 시점에서는 도르트문트가 최적의 팀이다. 토트넘은 아데바요르의 부활이 심상치 않으며 아스널과 첼시는 각각 요베티치와 쉬얼레 같은 다른 공격수 영입을 원하는 인상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펠라이니 영입설이 제기된 상황.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손흥민은 원톱으로서 검증된 자원이다. 측면 미드필더도 맡을 수 있으나 골 결정력이 뛰어난 선수로서 원톱이 최적의 포지션이다. 때에 따라 공격형 미드필더도 맡을 수 있다. 적어도 손흥민의 체격(183cm/76kg)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레반도프스키(184cm/79kg)와 큰 차이가 없으며 원톱은 체격 조건보다 득점과 연계 플레이 등으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재주가 요구되는 포지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