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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수아레스, 오언-토레스처럼 리버풀 떠날까?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지만, 올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공격수는 루이스 수아레스(26, 리버풀)다. 프리미어리그 29경기에서 22골 작렬하며 득점 1위를 기록중이다. 지난 시즌 득점왕이었던 로빈 판 페르시(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9경기 19골)보다 3골 더 많이 넣은 것. 판 페르시의 최근 부진을 놓고 볼 때 수아레스의 득점왕 등극이 예상된다.

그럴 경우 프리미어리그에서 12년 만에 빅4 이외의 클럽에서 득점왕이 탄생한다. 리버풀의 현재 성적은 7위이며 빅4 재진입 전망이 어둡다. 그나마 수아레스의 득점력이 뒷받침했기에  7위를 기록할 수 있었다. 리버풀이 27~29라운드에서 12골 몰아치며 3연승 거둘 때 수아레스는 5골 넣으며 팀 승리를 공헌했다.

하지만 리버풀에게 7위라는 성적은 어울리지 않다. 한때 빅4였던 프리미어리그 명문 클럽으로서 7위는 만족스럽지 못한 순위다. 이는 수아레스의 약점으로 꼽힌다. 올 시즌 득점왕을 거머쥐어도 소속팀에 잔류할 경우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유로파리그 출전마저 장담할 수 없다. 스완지 시티의 캐피털 원 컵 우승으로 프리미어리그 7위팀은 다음 시즌 유로파리그 출전 티켓을 얻지 못한다.(UEFA 페어 플레이 랭킹은 논외)

최근 불거진 수아레스 이적설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도 챔피언스리그 때문이다. 수아레스에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진 클럽은 바이에른 뮌헨, FC 바르셀로나, 유벤투스다. 세 팀 모두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했으며 올해 여름 공격수를 보강할 가능성이 있는 공통점이 있다. 바이에른 뮌헨은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이 선호하는 제로톱에 어울릴 공격수, 바르셀로나는 리오넬 메시를 보조할 윙 포워드, 유벤투스는 세리에A에서 많은 골을 넣어줄 골잡이가 필요하다.

세 클럽이 수아레스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그의 소속팀 리버풀 성적 때문일 것이다. 리버풀은 다른 빅 클럽들과 달리 챔피언스리그 진출 전망이 불투명하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최고의 득점 감각을 발휘했던 수아레스로서는 챔피언스리그 출전을 갈망할 것으로 보인다. 선수 본인이 리버풀에 남는다고 할지라도 챔피언스리그에 욕심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수아레스의 올해 여름 이적은 쉽지 않을 것이다. 소속팀과의 계약 기간이 2018년까지이며, 리버풀에게 수아레스 이적은 커다란 전력 손실을 의미한다.

그러나 수아레스가 리버풀에 이적을 요청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이유가 챔피언스리그 출전 때문이라면 리버풀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마음이 약해졌음을 뜻한다. 리버풀이 수아레스 잔류를 설득해도 클럽을 향한 충성심이 떨어진(회복할 수 있지만) 선수를 안고 가는 것은 전력적인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 2011년 1월 이적시장 막판에는 페르난도 토레스의 이적 요청을 거부했으나 며칠 뒤 첼시의 이적료 5000만 파운드(약 846억 원) 제안을 받으면서 작별했던 전례가 있었다.

이 대목에서 리버풀의 과거가 떠오른다. 마이클 오언(현 스토크 시티, 은퇴 예정), 토레스 같은 리버풀 출신의 간판 공격수들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유로 안필드를 떠났다. 오언은 2004년 여름에 레알 마드리드, 토레스는 2011년 1월에 첼시로 둥지를 틀었다. 실제로 토레스는 2011/12시즌 첼시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멤버로 활약했다. 수아레스도 챔피언스리그 출전 혹은 우승을 목적으로 리버풀을 떠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오언과 토레스가 리버풀을 떠났던 선택은 한마디로 최악이었다. 오언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은 자신의 축구 인생 슬럼프가 찾아오는 계기가 됐다. 리버풀의 붙박이 주전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로테이션 멤버로 격이 떨어지면서 1년 만에 스페인 무대를 떠났다. 토레스는 첼시 이적 유혹을 뿌리치고 리버풀에 잔류했다면 프리미어리그 최악의 먹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첼시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했을 뿐 이적 후 2년 넘도록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수아레스의 미래가 어찌될지는 누구도 모른다. 오언-토레스처럼 챔피언스리그를 위해 리버풀을 떠날 수 있거나 아니면 두 선수와 다른 선택을 내릴 수 있다. 만약 전자를 선택할 경우 새로운 팀에서 실패하지 않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함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수아레스의 거취는 올해 여름 이적시장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