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즈 파크 레인저스(이하 QPR)의 지난 주말 애스턴 빌라전 패배는 챔피언십 강등이 눈 앞에 다가왔음을 의미한다. 최근 사우스햄프턴, 선덜랜드 같은 중하위권 팀을 상대로 2연승을 거두며 잔류의 희망이 보이는 듯 했으나 애스턴 빌라전에서 2-3으로 패하면서 꼴찌 탈출에 실패했다. 17위 애스턴 빌라와의 승점 차이는 4점에서 7점으로 벌어졌다. 남은 8경기에서 5경기를 이겨야 극적으로 잔류할 명분을 얻으나 지난 30경기에서 4경기 이긴 성적으로는 17위 진입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애스턴 빌라전에 대한 아쉬움이 짙을 수 밖에 없다. 경기 내용을 떠나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승점 3점을 따내지 못하면 1점이라도 얻으며 상대팀의 승점 관리를 어렵게 했어야 한다. 하지만 수비가 불안했다. 애스턴 빌라의 골잡이 크리스티안 벤테케 봉쇄에 몰두했던 탓인지 다른 선수들을 막는데 소홀했다. 후반 36분에는 벤테케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면서 패했다. 최근 5경기 연속 실점(총 11실점)도 매끄럽지 않다. 라이언 넬슨(현 토론토 감독)의 은퇴 공백을 메우기 위해 크리스토퍼 삼바 영입에 구단 최고 이적료를 투자했으나 오히려 실점이 늘었다.
더욱 아쉬운 것은 2골 넣고도 패한 것이다. QPR이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2골 이상 넣었던 경기는 총 6경기에 불과하다. 그 중에 3경기가 최근이었을 만큼 시즌 내내 득점력이 저조했다. 올 시즌 최소 득점 1위(30경기 26득점)로서 최전방에 믿음직한 공격수가 없었다. 팀의 빈약한 득점력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로익 레미가 1월말부터 2월 중순까지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것이 팀 전력에 안좋은 영향을 끼쳤다. 그나마 부상 복귀 이후 4경기에서는 2골 기록했다.
QPR에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5골 이상 터뜨린 선수가 없다. 보비 자모라, 아델 타랍이 팀 내 최다 득점 공동 1위를 기록중이나 4골에 불과하다. 애초부터 걸출한 공격수가 없었던 것이 오랫동안 꼴찌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대표적 원인이었다. 지난해 여름과 올해 1월 이적시장에 걸쳐 공격적인 선수 영입을 펼쳤던 팀이 맞는지 의심될 정도. 스완지 시티가 프리미어리그 득점 공동 4위(28경기 15골) 미구엘 미추 영입에 220만 파운드(약 37억 원)라는 헐값을 투자하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던 것과 대조적이다.
그런 QPR은 최근 3경기에서 7골 넣으며 득점력 부족에서 벗어났다. 토트넘에서 데려온 안드로스 타운젠드, 저메인 지나스 같은 미드필더들이 2골씩 넣으면서 레미 의존도를 줄인 효과가 컸다. 그와 동시에 승점 6점(2승1패)를 따냈다. 최근 득점력이 좋아진 것이 팀의 승점 관리에 도움이 됐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 될 경우 극적인 프리미어리그 잔류를 장담 못해도 최소한 꼴찌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QPR의 발동은 늦었다. 득점력이 좋아진 타이밍이 더 빨랐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승점을 얻었을 것이다. 타랍과 제이미 마키 같은 개인 성향이 짙은 공격 옵션들의 원톱 전환도 없었을 것이며 벤치를 지킨 시간이 많았을지 모를 일이다. 박지성의 공격 포인트도 늘었을 것이다. QPR의 문제점 중 하나는 전방에서 박지성의 종패스를 받아내면서 골 기회를 얻거나 또는 박지성과 원투 패스를 주고 받을 만한 적임자가 없다. 그나마 최근에는 제이 보스로이드, 타운젠드가 박지성이 찔러준 공격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골을 터뜨렸으나 그 이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탁월한 기량을 자랑하는 공격형 미드필더 혹은 중앙 미드필더가 없었던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레알 마드리드 출신 에스테반 그라네로의 프리미어리그 적응 실패가 팀의 득점력에 안좋은 영향을 끼쳤다. 일각에서는 그라네로의 기량을 높이 평가하는 뉘앙스이나 지난 1월 30일 맨체스터 시티전 부진에서 보듯 이름값에 어울리지 못한 활약을 펼쳤다. 공교롭게도 맨체스터 시티전 이후 60분 이상 소화한 경기가 없으며 최근 2경기에서는 결장했다. 지나스와의 출전 시간 경쟁에서 밀렸다.
QPR은 전형적인 중소 클럽 답지 않게 많은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거액의 돈을 쏟았다. 이적시장 행보만을 놓고 볼 때 프리미어리그 중위권 진입에 성공할 것처럼 보였다. 첼시와 맨체스터 시티, 파리 생제르맹, 광저우 에버그란데처럼 돈을 많이 쓰는 팀들의 성공 사례가 늘어나는 현실을 놓고 볼 때 QPR 돌풍은 결코 틀린 예상이 아니었다. 허나 QPR에는 다른 팀보다 많은 약점들이 누적됐다. 그 중에서 득점력 저하는 팀의 순위 향상을 더욱 어렵게 했다. 최근에 골이 늘었으나 여전히 꼴찌에 머무는 현실이다. 3경기에서 7골 넣은 기세마저 반짝에 그칠 경우 강등이 확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