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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바르사 챔스 탈락 위기, 호날두에게 기회

 

어쩌면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이 실현될지 모를 일이다. 16강 1차전 AC밀란 원정에서 0-2로 패한 것. 점유율에서 65-35(%)로 앞섰을 뿐 슈팅에서 6-8(개)로 밀렸을 정도로 비효율적인 공격 전개를 거듭하며 AC밀란의 지역 방어를 공략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리오넬 메시도 부진했다.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 답지 않게 상대 수비 조직을 흔드는 움직임과 번뜩이는 재치는 보기 드물었다. 바르사는 아직 2차전이 남았지만 AC밀란이 극단적인 수비를 펼칠 것으로 보여 8강 진출 전망이 어두워졌다.

바르사의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은 메시의 2013년 FIFA 발롱도르 수상 여부에 안좋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항상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에서 FIFA 발롱도르 수상자가 배출되지 않았지만, 2008/09시즌과 2010/11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이자 올 시즌 유력한 우승 후보팀의 16강 탈락은 충격적인 일이다. 메시가 4년을 넘어 5년 연속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임을 증명할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다. 16강 탈락으로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최대 5경기를 치를 수 없는 만큼 한 시즌 혹은 한 해 최다골을 새롭게 수립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물론 바르사는 180분 중에 90분을 끝냈을 뿐이다. 1차전 90분은 0-2로 졌지만 2차전 90분에서 대량득점으로 압도적인 완승을 거둘 경우 극적으로 8강에 오를 수 있다. 특히 메시는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레버쿠젠전에서 5골 넣으며 바르사의 7-1 대승을 이끌었다. 그때의 경험이라면 AC밀란과의 2차전에서 기적을 연출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1차전에서 완패를 당한 것이 뼈아프다. 경기 내용 또한 상대팀이 의도하는 전략에 말려들면서 힘든 90분을 보냈다.

바르사의 16강 탈락은 메시에게 좋지 않은 일이다. 그럴 경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이하 레알)의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 등극 가능성이 무르익을 수 있다. 호날두가 속한 레알은 16강 1차전 홈 경기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1-1로 비겼다. 전반 20분 대니 웰백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전반 30분 호날두가 동점골을 넣으며 팀을 패배 위기에서 구해냈다. 호날두는 이 골로 부락 일마즈(갈라타사라이)와 함께 챔피언스리그 득점 공동 선두(7골)를 기록중이다. 레알이 토너먼트에서 승승장구를 거듭할 수록 대회 득점왕 등극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레알도 바르사와 더불어 8강 진출 전망이 좋은 편은 아니다. 두 팀 모두 16강 탈락 가능성이 존재한다. 다만, 레알은 바르사와 달리 1차전에서 패하지 않았다. 2차전이 원정 경기라는 불리함이 있으나 원정 다득점 원칙에 의해 2-2로 비기거나 또는 이길 경우 8강 진출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호날두에게 올드 트래포드는 매우 익숙한 장소다. 친정팀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기 때문. 현지 팬들에게 거센 야유를 받을만한 선수도 아니다. 호날두에게는 마치 홈 경기를 치르듯이 2차전에 임하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필 존스가 부상을 당했다. 지난 19일 레딩전 도중에 발목을 다치고 교체되면서 16강 2차전 출전 전망이 불투명하게 됐다. 아직 정확한 부상 진단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레알전에 결장할 경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호날두 봉쇄 작전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레알이 16강에서 탈락할 경우 바르사 성적을 떠나 호날두가 메시를 이기지는 않을 듯 하다. 호날두가 2008년 이후 세계 No.1을 되찾으려면 레알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어야 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챔피언스리그 남은 토너먼트 경기에서 분발해야 한다. 바이에른 뮌헨, 파리 생제르맹, 도르트문트 같은 까다로운 빅 클럽들과 상대할 수 있고 '현 시점에서 확률이 낮지만' FC 바르셀로나와 맞붙을 수도 있다. 프리메라리가 3위 추락으로 바르사에게 우승을 헌납할 처지인 만큼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올인해야 하며 호날두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호날두의 또 다른 과제는 챔피언스리그 득점왕이다. 라이벌 메시가 지난 4시즌 동안 챔피언스리그에서 4시즌 연속 득점왕에 등극한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많은 경기를 치를수록 골을 넣을 기회가 많아진다. 바르사의 AC밀란 원정 패배는 호날두에게 충분한 동기 부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