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레딩을 물리치고 FA컵 8강에 진출했다. 한국 시간으로 19일 오전 5시 올드 트래포드에서 진행된 2012/13시즌 잉글리시 FA컵 5라운드(16강) 레딩전에서 2-1로 이겼다. 후반 24분 루이스 나니, 후반 27분 하비에르 에르난데스 골에 힘입어 홈에서 값진 승리를 거둔 것. 후반 36분에는 조비 맥아너프에게 실점했으나 남은 시간까지 리드를 지켰다. 이로써 맨유는 미들즈브러-첼시 승자와 8강에서 맞붙게 됐다.
레딩전 승리, 재경기 면했다
맨유는 레딩을 이겼지만 쉬운 경기가 아니었다. 후반 19분 판 페르시 교체 투입 이전까지 레딩의 밀집 수비를 뚫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애슐리 영과 발렌시아가 윙어답지 않게 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지 못하면서 맨유의 중앙 옵션들이 상대팀의 밀착 방어에 시달려야 했다. 전반 38분에는 존스가 맥아너프와 볼을 다투는 과정에서 오른쪽 발목 부상을 당하고 교체됐다. 부상당한 존스는 다음달 6일에 펼쳐질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레알 마드리드전 출전이 불투명해졌다.
또한 맨유는 후반 36분 맥아너프에게 골을 내주면서 남은 시간을 위태롭게 보냈다. 추가 실점을 허용했다면 경기를 2-2로 마치며 추후 마제스키 스타디움에서 재경기를 치렀을 것이다. 재경기는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병행중인 맨유 선수들의 체력적인 부담을 키우는 존재다. 만약 레딩과의 원정 경기에서 이번처럼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면 주력 선수들을 교체 투입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FA컵이 두 대회보다 중요성이 떨어지는 것을 놓고 볼 때 '예정에 없는 경기'에 임하는 것 자체가 좋은 현상이 아니다. 재경기를 면한 것은 레딩전 최대의 소득이라 할 수 있다.
밀집 수비에 대한 내성을 길렀다
맨유의 다음 프리미어리그 상대는 퀸즈 파크 레인저스(이하 QPR)다. 꼴찌팀이지만 레드냅 감독 부임 이후 수비가 안정됐다. 특히 빅6 클럽을 상대로 밀집 수비를 펼치며 승점을 얻는 효과를 봤다. 지난달 3일 첼시전 1-0 승리, 12일 토트넘전 0-0 무승부, 30일 맨체스터 시티전 0-0 무승부가 그 예. 프리미어리그 최강의 화력을 보유한 맨유가 QPR의 밀집 수비를 극복할지 의문이 든다. 그 뿐만이 아니다.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확정짓기 이전까지 약팀과의 경기에서 밀집 수비를 뚫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조기 우승을 위한 과제라 할 수 있다.
레딩전 승리는 밀집 수비에 대한 내성을 기르는 계기가 됐다. 어떻게 공격을 풀어가면 박스쪽에 모여있는 상대팀 선수들의 움직임을 분산 시키는지 노하우를 터득했다. 맨유가 후반 19분 이전까지 밀집 수비에 시달렸던 원인은 상대팀 수비를 흔드는 움직임이 효과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누군가 볼이 없을 때의 움직임을 늘리거나 상대팀 선수 뒷 공간에서 패스를 받으려는 움직임을 취하는 장면이 거듭 이어지지 못했다. 후반 19분 판 페르시 교체 투입은 적중했다. 레딩 수비가 판 페르시쪽에 시선이 쏠리면서 다른 맨유 선수들이 빈 공간을 파고들 틈을 얻었다.
맨유의 2골은 레딩의 밀집 수비를 무너뜨렸던 장면이었다. 후반 24분 발렌시아가 박스 오른쪽에서 밀어준 컷백이 나니의 오른발 슈팅에 이은 선제골이 됐다. 발렌시아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컷백을 받을 지점을 확보한 나니의 집중력과 위치선정을 칭찬할 수 있는 부분. 후반 27분에는 에르난데스가 박스 중앙에서 나니의 오른쪽 측면 크로스를 헤딩 슈팅으로 받아냈다. 노마크 상황에서 빠른 타이밍의 크로스를 띄웠던 나니의 재치가 빛났던 장면. 또한 맨유의 2골은 나니-에르난데스-발렌시아를 향한 레딩 수비가 느슨했던 특징이 있었다. 빠른 볼 처리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며 두 번의 득점을 얻어냈다.
나니-에르난데스, 백업 멤버들의 맹활약
나니는 레딩전에서 1골 1도움 기록했다. 올 시즌 부상과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이적설이 끊이지 않았으나 레딩전에서 모처럼 해결사 기질을 발휘했다. 애슐리 영과 발렌시아의 올 시즌 무득점으로 측면 공격 약화를 고민하게 된 맨유의 갈증을 충분히 풀었다. 레딩전 기세를 계속 이어갈 경우 판 페르시-루니를 향한 상대 수비의 시선이 분산되면서 맨유의 공격력 강화 및 우승 도전이 힘을 얻을 것이다.
에르난데스는 레딩전에서 시즌 15호골을 성공시켰다. 넉넉하지 않은 출전 시간 속에서 이루어낸 성과. 최근 2경기 연속 결장했으나 레딩전 결승골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판 페르시-루니의 존재감을 놓고 볼 때 이번 경기가 붙박이 주전 도약을 굳히는 터닝 포인트가 되지 않겠지만, 판 페르시의 백업 혹은 No.3 공격수로서 100% 몫을 해냈다. 골 결정력과 위치선정 만큼은 다른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다. 맨유 입장에서는 에르난데스 같은 선수가 필요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