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대결'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1차전은 무승부로 끝났다. 한국 시간으로 14일 오전 4시 45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펼쳐진 2012/13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1-1로 비겼다. 전반 20분 대니 웰백이 선제골을 넣었으며 전반 30분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동점골을 넣으며 친정팀을 상대로 득점을 올렸다. 그 이후 두 팀은 여러차례 슈팅을 주고 받았으나 추가골을 얻지 못하고 경기를 끝냈다. 16강 2차전은 3월 6일 오전 4시 45분 올드 트래포드에서 진행된다.
[전반전] 웰백 선제골, 호날두 동점골...팽팽한 접전
경기 초반은 예상대로 레알이 공세를 펼쳤다. 전반 2분 케디라, 4분 디 마리아, 5분 코엔트랑, 6분 라모스, 7분 호날두 슈팅을 통해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넣으려 했다. 특히 코엔트랑 슈팅은 골대를 강타하며 결정적인 골 기회를 얻기도 했다. 수비에 비중을 두었던 맨유의 작전을 무너뜨리며 상대팀의 조급한 공격을 유도하겠다는 의도였다. 수비시에는 포어체킹과 미드필더들의 전방위적인 압박을 통해서 맨유 역습 속도를 떨어뜨렸다. 이 때문에 맨유 공격이 번번이 끊기면서 레알이 경기 주도권을 쥐게 됐다.
맨유는 그동안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원정에서 선 수비-후 역습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레알 원정도 마찬가지였으나 그 특징을 무리뉴 감독이 간파하면서 맨유의 역습이 원활하지 못했다. 맨유 수비진이 레알 공격 옵션들의 포어체킹에 의해 전방으로 볼을 배급할 공간을 찾는 타이밍이 느렸다. 존스-캐릭 같은 수비형 미드필더들도 레알 선수들의 압박에 시달렸다. 카가와-루니-웰백으로 짜인 2선 미드필더 라인이 서로 볼을 주고 받을 기회가 많지 않았던 이유.
전반 초반에 고전했던 맨유는 전반 20분 선제골을 얻으며 1-0으로 리드했다. 웰백이 문전에서 루니의 왼쪽 코너킥을 헤딩골로 연결한 것. 레알의 세트피스 수비 약점을 노린 골 장면이었다. 웰백 근처에 있던 라모스의 대인마크가 느슨했다. 레알로서는 전반 초반 공세를 펼쳤을 때 골을 넣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전반 30분 호날두 동점골로 만회했다. 호날두는 박스 중앙에서 디 마리아의 왼쪽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냈고 볼은 맨유 골망을 출렁였다.
레알은 전반 36분 슈팅 11-6(유효 슈팅 5-5, 개) 점유율 56-44(%)로 앞섰다. 패스 시도 1위(23개)를 기록했던 알론소를 중심으로 공격을 풀어가면서 호날두-외질-벤제마-디 마리아가 번갈아가며 침투를 시도했다. 그러나 맨유의 포백 뒷 공간을 흔드는 패스가 적었다. 벤제마의 포지셔닝이 어정쩡했다. 맨유는 루니의 낮은 패스 성공률(전반 42분까지 47%), 카가와의 임펙트 부족이 약점으로 꼽혔다. 루니는 중앙과 측면을 오가면서 수비에 많은 힘을 쏟으며 공격 전개 완성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었지만 카가와는 전반 초반 침투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카가와 부진은 판 페르시의 최전방 고립으로 이어졌다.
[후반전] 무득점으로 끝난 후반전, 데 헤아 선방 빛났다
레알은 후반전이 되자 호날두를 중앙으로 이동시켰다. 벤제마가 전반전에 부진하자 최전방에서 맨유 포백과 싸워줄 또 다른 선수가 필요했다. 호날두가 중앙으로 이동할 때는 코엔트랑이 오버래핑을 펼치거나 벤제마 움직임이 왼쪽으로 빠졌다. 맨유의 수비망을 벗겨내기 위해 호날두 중심의 공격을 펼치겠다는 뜻이다. 호날두는 후반 3분 슈팅에 이어 2분 뒤 침투를 시도하며 골을 의식했다. 상대팀 맨유는 수비에 집중했다. 미드필더 라인을 내리면서 레알이 공격하다 지치는 타이밍이 오기를 기다렸다.
후반 10분에는 경기 흐름이 달라졌다. 레알이 무게 중심을 낮추면서 맨유가 지공을 펼치게 됐다. 허나 맨유가 주도권을 잡은 것이 아니다. 레알은 맨유 후방에서 공격이 시작될 때마다 포어체킹을 펼치며 상대팀 선수를 강하게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맨유 수비진에서 결정적인 실책을 허용할 뻔했으며 불필요한 롱볼을 날렸다. 후반 16분에는 코엔트랑이 맨유 골대 왼쪽에서 케디라 크로스를 슬라이딩하며 왼발 슈팅을 날렸으나 발이 볼에 정확히 닿지 못하고 데 헤아 선방에 막혔다. 1분 뒤에는 웰백이 위협적인 문전 침투를 선보이기도 했다.
후반 중반에는 양팀이 여러 차례 슈팅을 주고 받았으나 골이 터지지 않았다. 골 운이 따라주지 않았던 것. 중앙 공격의 완성도가 떨어졌던 공통점이 있었다. 레알은 호날두를 중앙으로 이동시켰던 작전마저 맨유의 단단한 수비를 허물지 못했다. 벤제마 대신에 교체 투입했던 이과인은 후반 31분 슈팅을 제외하면 상대 수비를 공략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맨유는 카가와를 교체하고 긱스를 투입하면서 루니를 중앙으로 이동시켰으나 수비에 집중한 나머지 2선 미드필더들의 공격 전개가 제한적이었다. 후반 27분에는 판 페르시가 두 번이나 슈팅을 날렸으나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데 헤아는 후반 36분까지 세이브 8개를 기록했다. 고비 때마다 레알의 슈팅을 막아내며 맨유의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그의 연이은 선방이 없었다면 맨유는 1차전에서 패했을 것이다. 양팀 선수들 중에서 가장 활약이 돋보였다. 두 팀의 1차전은 1-1로 끝났다. 그동안 스페인과 레알 원정에 약했던 맨유에게는 나쁘지 않은 결과다. 2차전을 홈에서 치르는 유리함을 놓고 볼 때 8강 진출의 희망을 얻게 됐다. 반면 레알은 1차전에서 이기지 못한 것이 2차전 원정에서 다득점으로 이겨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함께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그 명암은 달랐다.
-레알vs맨유, 출전 선수 명단-
레알(4-2-3-1) 로페즈/코엔트랑-바란-라모스-아르벨로아/알론소(후반 38분 페페)-케디라/호날두-외질-디 마리아(후반 30분 모드리치)/벤제마(후반 15분 이과인)
맨유(4-4-1-1) : 데 헤아/에브라-에반스-퍼디난드-하파엘/카가와(후반 19분 긱스)-존스-캐릭-웰백(후반 28분 발렌시아)/루니(후반 39분 안데르손)/판 페르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