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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레알 원정 불리한 맨유, 하지만 해법이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한국 시간으로 14일 오전 4시 45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과 맞붙는다.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경기로서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경기. 대회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레알을 넘어야 유럽 제패의 희망을 얻게 된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자신의 천적인 조세 무리뉴 감독과의 지략 대결에서 이기기 위해, 로빈 판 페르시와 웨인 루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의 맞대결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맨유 선수들은 레알과의 자존심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것이다.

맨유, 1차전 무승부는 나쁘지 않은 결과

하지만 맨유의 1차전 레알 원정 전망은 좋지 않다. 역대 스페인 원정에서 2승8무10패로 고전했다. 역대 레알 원정에서는 2무2패를 기록하며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다. 특히 레알은 챔피언스리그 홈 경기에서 9연속 무패(8승1무)를 기록했다. 1경기 평균 득점이 평균 3.67골 이었을 정도로 안방에서 많은 골을 터뜨렸다. 퍼거슨 감독이 무리뉴 감독에게 약한 전적(2승6무6패)도 맨유에게 불리한 요소로 꼽힌다. 특히 무리뉴 감독이 맡은 팀과의 원정 경기에서 이긴 전적이 없다. 통계만을 놓고 보면 레알의 1차전 승리를 예상하기 쉽다.

맨유를 좋아하는 축구팬이라면 자신이 지지하는 팀이 레알 원정에서 승리하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는 180분 경기다.(결승전 제외) 90분을 이기지 못하면 나머지 90분을 통해 만회할 수 있는 것이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의 매력이다. 맨유는 8강 진출을 위해 1차전 원정에서 비기고 2차전 홈에서 이기는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 되도록이면 1차전에서 스코어 우위를 점할 필요가 있지만 현실 가능성은 의문이다. 1차전 무승부는 나쁘지 않은 결과다.

퍼거슨 감독은 2008/09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인터 밀란과 격돌했다. 상대팀 사령탑은 무리뉴 감독이었다. 그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퍼거슨 감독이 무리뉴 감독과의 역대 전적에서 밀리는 것이 맨유의 불안 요소로 꼽혔다. 허나 맨유는 16강 2경기에서 1승1무를 기록하고 8강에 진출했다. 1차전 원정에서 0-0으로 비기고 2차전 홈에서 2-0으로 이겼다. 1차전에서 인터 밀란의 공격을 저지하는데 초점을 맞추면서 1골도 내주지 않았던 것이 상대팀을 꺾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지면서 2차전을 잡았다.

1차전에서는 왼쪽 윙어로 나섰던 박지성이 인터 밀란의 오른쪽 풀백이었던 마이콘 공격을 저지한 것이 맨유가 무실점 경기를 펼쳤던 원동력이 됐다. 당시 마이콘은 세계 최고의 오른쪽 풀백으로 꼽혔으며 인터 밀란 오른쪽 측면 공격의 독보적인 존재로 활약했다. 그런 마이콘을 박지성이 전방 압박으로 상대하면서 평소 만큼의 공격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끈질긴 면모를 발휘했고 이는 인터 밀란의 공격이 주춤했던 원인으로 작용했다.

맨유가 2007/08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 FC 바르셀로나와 격돌했을 때를 떠올릴 필요도 있다. 맨유는 1차전 바르셀로나 원정에서 0-0으로 비겼으나 2차전 홈에서는 1-0으로 승리했다. 특히 1차전 원정에서는 점유율 27-73(%) 슈팅 7-20(유효 슈팅 1-6, 개)에서 밀렸음에도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때도 박지성이 수비형 윙어로서 맹활약을 펼쳤다. 맨유가 선 수비-후 역습을 활용하는데 적잖은 도움이 됐다. 2007/08시즌 바르셀로나 원정, 2008/09시즌 인터 밀란 원정을 놓고 볼 때 맨유는 이번 레알 원정에서 최소한 지지 않는 면모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맨유, 1차전 원정에서 실점하지 말아야 한다

맨유는 1차전 레알 원정에서 선 수비-후 역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챔피언스리그 강팀과의 경기에서 선 수비-후 역습을 활용한 경우가 많았다.(특히 박지성이 존재했던 시절) '레알 라이벌' 바르셀로나와의 경기에서도 점유율보다는 수비 안정에 주력했다. 역대 스페인 원정과 레알 원정에 약했던 만큼 적어도 상대팀에게 실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점유율을 늘리는 경기를 펼쳤지만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는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레알과의 정면 대결은 위험하다. 레알은 지난 9번의 챔피언스리그 홈 경기에서 평균 3.67골을 기록했다. 플레처 시즌 아웃으로 중원에서 전투적으로 싸울 선수가 마땅치 않은 맨유로서는 레알의 파상공세를 막기가 쉽지 않다. 캐릭-클레버리 중원 조합의 후방 부담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이유. 측면 수비도 불안한 구석이 없지 않다. 애슐리 영은 과거에 비해 수비적인 움직임이 많아졌으나 본래 수비력이 좋았던 선수는 아니며, 발렌시아는 수비적인 역량이 좋으나 예전보다 폼이 떨어졌다. 두 윙어는 올 시즌 공격력이 좋지 않은 공통점까지 안고 있다.

맨유가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칠 가능성이 높은 또 다른 이유는 포백의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서다. 왼쪽 풀백 에브라는 예전보다 기량이 떨어졌다는 평가이며, 하파엘은 과거에 비해 경기력이 발전했으나 호날두 봉쇄 여부에 대해서는 물음표이며, 비디치-퍼디난드 센터백 조합은 2000년대 후반에 비해 포스가 강하지 않다. 레알은 맨유 수비의 약점을 물고 늘어질 것이며, 맨유는 수비 약점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미드필더들의 수비 가담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발렌시아는 호날두를 막아야 하는 하파엘을 도우며 수비적인 비중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맨유가 무승부에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승리욕이 넘쳐나는 스포츠 선수들의 본성을 떠올리면 때에 따라 공격을 시도하며 골을 노릴 것이다. 애슐리 영(웰백)-루니(카가와)-발렌시아(나니)로 구성될 2선 미드필더들의 짜임새 넘치는 역습 전개가 중요하다. 레알 수비를 단번에 무너뜨리는 공격을 통해야만 한다. 원톱 판 페르시가 후방에서 연결된 볼을 받아내는 움직임이 의욕적이면서 골을 노리는 집중력이 좋은 만큼 역습에 대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윙어들의 공격력이 무뎌질 경우 판 페르시가 고립 될 수도 있다. 윙어들의 경기력이 맨유의 레알 원정 결과와 경기 흐름을 좌우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맨유가 역습보다는 점유율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도 없지 않다. 공격에 집중하려는 레알 선수들의 리듬을 떨어뜨리기 위해 느린 템포의 패스를 주고 받을 것이다. 최근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이러한 전략으로 재미를 봤다. 하지만 점유율에 비중을 둘 경우 레알의 포어체킹을 견뎌낼지 의문이다. 퍼거슨 감독이 어떤 전략을 펼칠지 알 수 없으나 적어도 1차전 원정에서 실점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