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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가레스 베일, 호날두와 닮아가고 있다

 

해리 레드냅 퀸즈 파크 레인저스 감독은 한국 축구팬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지도자다. 하지만 토트넘 사령탑 시절 가레스 베일을 왼쪽 풀백에서 왼쪽 윙어로 변신 시켰던 선택은 옳았다. 레드냅이 토트넘을 지휘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베일은 없었을 것이다.

 

베일은 지난 9일 뉴캐슬전에서 2골 넣으며 토트넘 2-1 승리를 이끌었다. 그와 동시에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 5위(22경기 13골)로 뛰어 올랐다. 지난달 30일 노리치전, 지난 3일 웨스트 브로미치전에 이어 3경기 연속골을 터뜨린 것. 각종 대회를 포함하여 올 시즌 18골 넣으며 특급 공격수 못지 않은 득점력을 과시했다. 측면 미드필더로서 많은 골을 넣는 기질은 레알 마드리드의 왼쪽 윙어이자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와 세계 No.1을 다투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보는 듯 하다.

 

특히 베일의 전반 5분 왼발 무회전 프리킥 골은 호날두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박스 오른쪽 바깥에서 왼발로 날렸던 프리킥이 어느 순간에 아랫쪽으로 내려오면서 뉴캐슬 골망을 흔들었다. 상대 골키퍼의 판단이 조금 늦었을 정도로 슈팅 세기가 제법 컸다. 호날두의 장기인 무회전 프리킥을 베일이 해냈다. 후반 33분에는 결승골을 터뜨렸다. 하프라인을 넘어서는 과정에서 볼을 터치하자 전방쪽으로 빠르게 질주했고, 박스 왼쪽 안으로 접근하자 낮은 왼발 슈팅으로 골을 추가했다.

 

베일은 최근 3경기 연속골을 달성하면서 슈팅 22개를 날렸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부터 많은 슈팅을 '난사'했던 호날두와 흡사하다. 골 욕심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팀 플레이에 소극적인 성향으로 바뀐 것은 아니다. 뉴캐슬전에서는 팀에서 크로스 시도가 가장 많았으며(7개) 인터셉트 3개와 태클 1개를 기록했다. 패스는 선발로 나섰던 필드 플레이어 중에서 가장 적었지만(31개) 뉴캐슬 수비의 집중 견제를 받는 상황에서 동료 선수에게 많은 패스를 받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베일의 활발한 슈팅은 토트넘의 주 전술이 됐다. 다른 팀 처럼 공격수의 골 생산에 의지하지 않고 경기 상황에 따라 베일을 비롯한 공격 옵션들이 골고루 슈팅을 날리고 있는 것. 토트넘과 겨루는 팀의 압박을 분산시키면서, 상대팀의 오른쪽 측면 공격을 약화시키는 이점이 있다. 최근에는 베일의 중앙 이동이 잦아지면서 상대팀 수비형 미드필더 또는 중앙 미드필더가 후방을 의식할 수 밖에 없게 됐다. 토트넘이 경기를 주도하게 되는 이유.

 

베일은 호날두를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왼쪽 풀백으로 뛰었던 토트넘 유망주 시절은 호날두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로 군림했던 때였다. 당시에는 측면 수비수였지만 몇몇 경기에서 왼쪽 윙어로 전환하면서 빠른 순발력과 날카로운 돌파를 과시하며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포지션 경쟁자 이영표(벤쿠버)와 왼쪽 측면에서 공존했던 경험도 있었다. 호날두의 플레이를 지켜보며 자신의 장점으로 습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았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레알 마드리드의 영입 관심을 받고 있다. 호날두의 프리미어리그 복귀설과 맞물리며 '호날두 대체자'로 떠오르게 됐다. 레알 마드리드가 토트넘에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제시하지 않거나 토트넘의 잔류 의사가 완강하면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 둥지를 트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토트넘은 예전보다 치열해진 빅4 경쟁 속에서 베일을 반드시 지키고 싶어할 것이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영입 관심은 '과거의 호날두처럼' 계속 이어질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절정의 경기력을 과시하는 슈퍼스타를 끊임없이 데려오며 전력을 보강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토트넘의 플레이메이커였던 루카 모드리치와 계약했던 경험이 있다. 베일은 올해 여름 이적시장을 뜨겁게 달굴 인물 중에 한 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의 앞날 거취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는 호날두와 닮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