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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손흥민, 시즌 15골 달성을 기대하며

 

'손세이셔널' 손흥민(21, 함부르크)이 분데스리가 디펜딩 챔피언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멀티골을 터뜨렸다. 한국 시간으로 9일 오후 11시 30분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진행된 2012/13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1라운드 도르트문트 원정에서 2골 넣으며 함부르크의 4-1 대승을 이끌었다. 전반 26분 시즌 8호골, 후반 44분 시즌 9호골을 작렬했으며 경기 종료 후 독일 일간지 <빌트>로 부터 자신의 투톱 파트너였던 아르티옴스 루드네브스와 함께 양팀 선수 최고 평점(1점, 독일은 평점이 낮을 수록 평가가 좋음)을 기록했다.

손흥민 8-9호골, 매우 통쾌했다

우선, 손흥민의 전반 13분 오버헤드킥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박스 중앙에서 디에크마이어가 오른쪽에서 찔러준 크로스를 오른발 오버헤드킥으로 받아냈다. 볼이 도르트문트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면서 득점을 올리지 못했으나 오버헤드킥을 시도한 것 자체가 놀랍다. 자신을 마크했던 산타나의 시선이 디에크마이어쪽으로 향한 것을 눈치채자마자 오버헤드킥을 날리는 재치를 발휘했다. 그만큼 박스 안에서 자신감이 강하다는 뜻이다.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꼽히는 골 결정력 부족은 손흥민에게 결코 어울리지 않는다.

손흥민의 자신감 넘치는 활약은 시즌 8호골 장면에서 두드러졌다. 전반 26분 후방에서 길게 연결된 볼을 하프라인에서 받자마자 전방쪽으로 질주했다. '독일 국가대표' 훔멜스를 제치고 드리블 돌파를 시도한 것. 박스 오른쪽 안으로 접근한 뒤에는 벤더-사힌을 앞에 두고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지난달 27일 '북독 더비' 베르더 브레멘전에서 연출했던 시즌 7호골에 이어 이번에도 자신이 직접 골 장면을 만들어냈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골을 터뜨리는 기질을 발휘했다. 아울러 이 골은 함부르크의 4-1 승리를 이끄는 결승골이었다.

후반 44분에 작렬했던 시즌 9호골은 한마디로 보너스였다. 골대 정면에서 얀센의 낮은 크로스를 누구의 마크도 받지 않고 오른발로 가볍게 밀어 넣었다. 도르트문트가 오른쪽 수비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손흥민을 노마크로 놔두는 실수를 범했다. 손흥민은 지난해 9월 22일 도르트문트전에 이어 도르트문트전 2경기 연속 멀티골을 작렬하며 '도르트문트 킬러'로 발돋움 했다. 도르트문트가 독일 챔피언임을 상기하면 현지 축구팬들에게 자신의 강렬한 존재감을 심어줬을 것이다.

손흥민, 지금 기세라면 15골 기대할 수 있다

함부르크는 도르트문트전 승리에 힘입어 분데스리가 5위(9승4무8패, 승점 31)로 뛰어올랐다. 4위 프랑크푸르트(11승4무6패, 승점 37)와의 승점 차이는 6점. 분데스리가는 4위까지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지며, 함부르크가 프랑크푸르트보다 더 많은 승점을 얻을 경우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기대할 수 있다. 손흥민의 지속적인 골 생산이 필요하게 됐다.

공교롭게도 손흥민이 골을 넣었던 7경기에서 함부르크는 6승1패를 기록했다. 손흥민이 시즌 1호골을 터뜨렸던 지난해 9월 16일 프랑크푸르트 원정 2-3 패배 이후 6경기 연속 '손흥민 골=함부르크 승리'라는 공식이 통했다. 그 중에 4경기에서는 결승골을 터뜨렸다. 함부르크 공격에 없어서는 안 될 옵션이 됐다. 시즌 전반기에는 공격수와 윙어, 공격형 미드필더를 오갔지만 최근에는 루드네브스와 함께 투톱을 맡으면서 이전보다 골 생산이 쉬워졌다. 핑크 감독으로부터 중앙 공격수의 재능을 인정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손흥민은 앞으로 분데스리가 13경기를 치러야 한다. 지금 기세라면 10골을 넘어 15골을 기대할 수 있다. 함부르크의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위해 동료 선수들에게 많은 골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좋은 공격수를 보유한 팀이라도 후방의 든든한 지원 없이는 골 생산이 힘들다. 팀원들이 도와줘야 공격수의 득점을 늘릴 수 있다. 손흥민은 7호골과 8호골 장면을 통해 스스로 골 장면을 만들 자질이 충분함을 과시했지만 때로는 동료 선수의 도움을 받으며 득점 횟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도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 함부르크에는 루드네브스(21경기 10골)라는 또 다른 골잡이가 있다. 손흥민-루드네브스 투톱 뒤에는 판 데르 파르트라는 걸출한 공격형 미드필더가 버티고 있다. 세 선수의 존재감만으로 상대 압박을 분산시킬 수 있다. 최근에는 베르더 브레멘전, 도르트문트전 같은 중요한 경기에서 골을 터뜨리며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길렀다. 자신의 득점력에 대한 믿음을 가지게 됐다. 어떤 상황에서든 골을 넣겠다는 의욕이 불타오를 것이다.

변수는 부상이다. 손흥민은 은근히 부상이 잦았으며 올 시즌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28일 샬케04전에서 오른쪽 허벅지 부상으로 결장한 것. 다행히 올 시즌에는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조심해야 한다. 앞으로 부상없이 지금의 페이스만 유지하면 국민들에게 골 소식을 계속 전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