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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첼시, 이래도 램파드를 내칠 것인가?

 

결과론적 관점이지만, 첼시가 지난 시즌 종료 후 디디에 드록바(갈라타사라이)와 작별한 것은 실수였다. 올 시즌 전반기 공격수 부족으로 페르난도 토레스의 무리한 출전을 감행했으나 오히려 선수를 지치게 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32강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결정적 공헌을 했던 드록바를 그리워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드록바는 30대 중반에 접어들었지만 기량이 크게 쇠퇴하지 않았다. 실제로는 계약 기간에 대한 서로의 입장을 하나로 좁히지 못하면서 그를 떠나보냈지만 한동안 그의 빈 자리를 실감했다.

첼시가 30대 이상의 선수에게 1년 재계약을 제시하는 원칙을 세운 취지는 나쁘지 않다. 나이가 많은 선수는 어느 시점에서 노쇠화에 시달릴 수 밖에 없으며 팀 전력에 안좋은 영향을 끼친다. 팀이 지속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젊은 선수들을 실전에서 육성해야 한다. 또한 노장 선수는 장기간 잔류를 위해 매 경기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팀의 영광과 함께했던 레전드라면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최근 논란거리가 된 프랭크 램파드 거취 문제도 마찬가지다. 램파드는 올 시즌 종료 후 첼시와의 계약이 만료되나 아직 재계약을 맺지 못했다. 선수 본인은 잔류를 원했으나 첼시와의 계약 연장에 별 다른 진전이 없다. 지난달 초 복수의 잉글랜드 현지 언론에서는 램파드 에이전트 스티브 커트너의 말을 인용하며 램파드가 구단 관계자로부터 재계약 불가 방침을 전달 받았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아직 시즌 중이라 번복 될 가능성이 있겠지만, 2001년부터 12년 동안 첼시를 빛냈던 레전드가 팀에 계속 남아있는 것을 구단이 원치 않는 것은 분명하다.

램파드가 첼시로부터 재계약 제안을 받지 못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노쇠화 조짐 때문이다. 2011/12시즌 전반기 경기력이 떨어지면서 당시 사령탑이었던 안드레 빌라스-보아스 감독(토트넘)에 의해 출전 시간이 줄어들게 됐다. 그 이후 평소의 폼을 되찾으며 팀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공헌했지만 올 시즌 초반에 또 다시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0월 23일 샤흐타르전에서는 부상으로 전반 17분에 교체되면서 50여일 동안 경기에 뛰지 못했다. 좀처럼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았던 예전과 달랐다. 전성기가 끝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램파드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최근 프리미어리그 9경기에서 7골 넣었다. 지난 3일 뉴캐슬전에서는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골을 터뜨리며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10호골이자 프리미어리그 최초로 10시즌 연속 두 자리수 골을 작렬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4일 뒤 A매치 브라질전에서는 후반 15분에 결승골을 넣으며 잉글랜드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잉글랜드가 23년만에 브라질을 꺾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 A매치를 비롯한 각종 대회를 포함하면 최근 14경기에서 9골 몰아쳤다. 올해 나이가 35세인지 의심 될 정도로 수비형 또는 중앙 미드필더로서 엄청난 득점력을 자랑했다.

램파드는 올 시즌 팀 내 프리미어리그 득점 공동 1위를 기록중이다.(후안 마타와 함께 10골 기록) 원톱 토레스(7골)보다 더 많은 골을 넣었다. 10골 중에 4골은 페널티킥 골이었지만 첼시에서 가장 우수한 킥력을 자랑했기에 키커를 맡을 수 있었다. 이러한 램파드의 득점력은 2년 동안 토레스 침체로 고민에 빠졌던 첼시의 위안거리가 됐다. 마타와 더불어 공격수 못지 않은 득점력을 과시한 것이 팀 전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

물론 미드필더로서 골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램파드는 4-2-3-1의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강력한 압박을 펼치며 포백 보호에 충실해야 하며, 앵커맨으로서 쉴새없이 정확한 패스를 연결하는 것이 주 임무다. 하지만 램파드처럼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골을 터뜨려 줄 수비형 미드필더는 흔치 않다. 미켈-하미레스-루이스 같은 동료 수비형 미드필더들의 경우 득점력이 발달된 선수들은 아니다.(그렇다고 하미레스의 득점력이 나쁜편은 아니다.) 더욱이 미켈은 기복이 심하며 하미레스-루이스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경험이 적다. 첼시에는 램파드처럼 노련한 미드필더가 여전히 필요하다.

어쩌면 첼시는 올 시즌 종료 후 빅 네임의 수비형 미드필더 또는 중앙 미드필더를 영입할지 모른다. 마이클 에시엔이 레알 마드리드에서 임대 복귀해도 프리미어리그를 호령할 자질을 갖춘 중원 사령관은 꼭 필요하다. 1월 이적시장에서는 마루앙 펠라이니(에버턴)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 같은 미드필더들이 첼시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선수 영입이 능사가 아니다. 오랫동안 팀을 위해 헌신했던 선수를 배려하며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하는 것이 도리다. 노장 선수를 방출하거나 재계약을 원치 않는 분위기가 만연하면 훗날 30대 이상의 선수들이 충분한 동기부여를 갖기 힘들 것이다. 그 선수들은 팀의 리더 역할을 맡거나 라커룸 분위기를 주도한다. 기량 하락 조짐 또는 세대교체를 이유로 램파드와 계약 연장을 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램파드는 최근에 많은 골을 넣으며 자신이 블루스에 필요한 선수임을 실력으로 입증했다. 첼시가 드록바를 놓쳤던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빠른 시일내에 램파드와 재계약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