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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주영의 승부사 기질을 보고 싶다

 

'승부사' 박주영이 슬럼프에 허덕이는 걸까. 소속팀 셀타 비고에서 지난해 11월 30일 알메이라전 이후 8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쳤다. 프리메라리가에서는 지난해 11월 18일 마요르카전 이후 7경기째 골이 없는 상황. 지난 3일 오사수나전에서는 후반 15분에 교체 투입하면서 슈팅 2개를 날렸으나 유효 슈팅이 아니었다. 스페인 국왕컵을 포함하면 올 시즌 19경기에서 3골 1도움에 그쳤다. 지난해 9월 23일 헤타페전에서 자신의 데뷔골이자 팀의 결승골을 터뜨리며 명예회복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스페인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출전 시간이 들쑥날쑥하다. 로테이션 멤버 특성상 선발과 교체 출전이 빈번하나 풀타임 출전이 4경기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풀타임 출전을 얻기가 쉽지 않아졌다. 지난해 11월 18일 마요르카전 이후 8경기에 나섰으나 90분을 소화하지 못했다. 넉넉하지 않은 출전 시간 속에서 자신의 많은 재능을 발휘하기에는 제약이 따른다. 포지션도 일정하지 않다. 왼쪽 윙 포워드와 공격형 미드필더, 투톱 공격수 역할을 번갈아가고 있는 것. 일정한 경기 흐름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그의 소속팀 셀타 비고는 어느새 강등권으로 추락했다. 최근 프리메라리가 4경기 연속 무승(2무2패)에 빠지면서 18위로 밀려났다. 17위 오사수나와의 승점 차이는 1점이며, 강등권에서 탈출할 시간이 충분하나 지금의 내림세를 놓고 볼 때 포기하지 않는 투쟁심 없이는 강등권에서 벗어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무엇보다 득점력 개선이 필요하다. 최근 4경기에서 3골에 그쳤다. '에이스' 이아고 아스파스는 지난달 6일 바야돌리드전 2골 이후 5경기 연속 무득점에 빠졌다. 아스파스를 중심으로 공격을 펼치는 셀타 비고의 전술 수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이 박주영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셀타 비고의 강등권 탈출을 이끌 승부사로 거듭날 분위기가 조성된 것. 하지만 공격수로서 골을 넣는 존재감을 과시하지 못하면 소용 없다. 때에 따라 윙 포워드 또는 2선 미드필더로 활약할 때가 있으나 최전방 공격수 출신이었던 기대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오는 6일 A매치 크로아티아전이 중요하다. 비록 평가전이나 크로아티아가 최정예 멤버를 가동할 예정이라 한국에게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다. 대표팀에서는 이동국(전북) 김신욱(울산) 손흥민(함부르크)과 주전을 다투어야 하는 상황. 이전 대표팀 체제에서는 꾸준히 골을 터뜨리며 입지를 다졌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2011년 11월 11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전 이후 15개월 동안 대표팀에서 골이 없었다. 한때 병역 논란에 따른 대표팀 공백기가 있었으나 이동국과의 공존이 풀리지 않았다.

박주영은 만약 크로아티아전에서 골을 넣을 경우 대표팀 입지 강화와 더불어 소속팀 맹활약을 위한 자신감을 얻게 된다. 셀타 비고로서도 박주영의 골을 반가워 할 것이다. 아스파스 득점력 저하에 따른 대안이 될 수 있는 것. 적어도 박주영 득점력을 신뢰하는 분위기를 기대할 수 있다. 강등권 탈출을 위해 많은 골이 필요한 만큼 박주영의 분발은 꼭 필요하다.

이제는 박주영의 승부사 기질을 보고 싶다. 지난해 런던 올림픽 3~4위전 일본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승리를 안겨줬던 포스를 지속적으로 재현할 필요가 있다. 그 시작은 크로아티아전이 되어야 할 것이다. 골을 터뜨리지 못해도 그라운드에서 필사적으로 뛰며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2010/11시즌 AS모나코 강등, 2011/12시즌 아스널에서의 거듭된 결장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 시즌부터는 소속팀 불운에서 벗어나기를 많은 축구팬들이 기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