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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시티vsQPR, 부자 구단들의 극과 극

 

올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가 개막하기 전까지 퀸즈 파크 레인저스(이하 QPR)의 강등을 예상했던 사람들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박지성을 비롯하여 선수 영입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중위권 진입을 예상하는 반응이 많았다. 일각에서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달성했던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를 운운하며 QPR의 밝은 미래를 기대했다.

그러나 QPR은 개막전 스완지 시티전 0-5 대패로 불안한 출발을 보이더니 시즌 내내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7위 레딩과의 승점 차이는 6점이나 리그 25경기에서 단 2승 밖에 거두지 못한 성적을 놓고 볼 때 꼴찌에서 벗어나도 강등권에서 탈출할지 의문이다. '제2의 맨시티가 될 것인가?'라는 기대와 달리 오히려 챔피언십 강등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맨시티가 빅 클럽으로 성장하는 과정과 너무 달랐다.

공통점은 휴즈 경질, 하지만 그 이후가 달랐다

맨시티와 QPR의 공통점은 전임 사령탑이 휴즈 전 감독이었다. 그는 2008년 6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맨시티,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QPR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두 부자 클럽에서 기대만큼의 실적을 거두지 못하면서 시즌 도중 경질됐다. 단조로운 공격 전술과 허술한 수비 조직력도 마찬가지. 2008/09시즌의 맨시티와 올 시즌 QPR이 휴즈 전 감독을 내친 것은 옳았다.

하지만 그 이후의 선택이 달랐다. 맨시티가 새로운 사령탑으로 영입한 만치니 감독은 팀을 프리미어리그 중위권에서 우승팀으로 도약시켰다. 조직력이 약한 팀 컬러로 유명했던 맨시티를 세 시즌 연속 프리미어리그 최소 실점 1위 팀으로 탈바꿈 시켰다. 지난 시즌에는 팀을 프리미어리그 최다 득점 1위로 올려 놓으며 짜임새 넘치는 공격 전개를 자랑하게 됐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 약한 면모가 아쉽지만 맨시티를 프리미어리그 No.1으로 도약시킨 영향력을 무시하기 어렵다.

반면 QPR은 레드냅 감독을 영입했다. 어떤 관점에서는 그 선택이 옳았다. 1월 이후 프리미어리그 5경기에서 패하지 않았다.(1승4무) 5경기 동안 단 1실점만 허용할 정도로 수비 조직력을 강하게 키웠다. 첼시전 1-0 승리, 토트넘전-맨시티전 0-0 무승부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

그러나 5경기에서 2골에 그친 아쉬움이 있었다. 강등권 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승점 3점이며 지속적으로 많은 골을 넣을 필요가 있지만 레드냅호는 그렇지 못했다. 타랍의 지나친 개인 위주 플레이를 제어하지 못했으며, 마키-타랍 같은 미드필더들의 원톱 전환은 실패작이었고, 역습의 짜임새가 부족하다. 공격 옵션들의 역량이 전체적으로 미흡한 '악조건' 속에서도 득점력을 강화하지 않으면 강등권 탈출을 기대하기 어렵다.

월드 클래스급 공격수의 유무

맨시티는 만수르 구단주 부임 후 첫 시즌이었던 2008/09시즌 10위를 기록했다. 2007/08시즌 9위보다 한 계단 내려간 것. 많은 골을 터뜨려야 할 공격수의 존재감이 약했다. 카이세도-음와루와리-바셀 등 기존 공격수들이 제 몫을 다하지 못하자 2009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테베스(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데바요르(당시 아스널, 현 토트넘) 영입에 2500만 파운드(약 434억 원)씩 투자했다. 아데바요르는 제 몫을 다하지 못했지만 테베스는 2009/10, 2010/11시즌 독보적인 활약을 과시하며 맨시티 공격을 책임졌다. 맨시티는 테베스 영입을 기점으로 최전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입장이 됐다.

반면 QPR은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월드 클래스급 공격수를 영입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지난 시즌 17위 클럽이 수준급 공격수를 데려오는데 동기부여적인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사실이나 시세-자모라-존슨으로는 최전방의 무게감이 약했다. 올해 1월 이적시장을 통해 계약했던 레미는 월드 클래스급 공격수가 아니다. 이전 소속팀 마르세유의 벤치워머로 전락하지 않았다면 QPR 유니폼을 입지 않았을 것이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25경기에서 18골에 그친 QPR로서는 레미의 물 오른 득점력을 기대할 수 밖에 없다.

이적생들의 레벨이 달랐다

맨시티는 2008년 여름 이적시장 마감일에 호비뉴를 영입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레알 마드리드의 주요 멤버였던 그의 영입에 3250만 파운드(약 564억 원)라는 당시 프리미어리그 최고 이적료를 쏟았다. 그때를 기점으로 이적생 보강에 엄청난 자금을 지출했다. 다른 빅 클럽의 수준급 선수와 계약한 것도 돈의 영향이 컸다. 특히 아스널로부터 아데바요르, 나스리, 클리시, 콜로 투레를 데려오면서 전력 강화를 꾀했다.

반면 QPR은 달랐다. 얼마전에 계약했던 삼바 영입에 클럽 역사상 최고 이적료(1250만 파운드, 약 217억 원)를 투자했지만,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면 QPR이 특정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쏟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투자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나 프리미어리그를 평정할 가치가 충분한 선수를 영입하려면 그에 걸맞는 두둑한 금액을 지출할 수 밖에 없다. 지난 두 번의 이적시장에서 빅 클럽 출신 선수를 여럿 보강했지만 골키퍼 세자르를 제외하면 대부분 주전 경쟁에서 밀렸거나 재계약에 실패한 케이스였다.

기존 선수를 내친 것과 안내친 것의 차이

맨시티는 이적시장을 통해 수준급 선수들을 보강하면서 기존 선수들을 정리했다. 2008/09시즌 주요 멤버 중에서 현재 맨시티에 남아있는 선수는 콤파니, 리차즈, 사발레타 뿐이다. (참고로 하트는 기븐과의 주전 경쟁에서 밀리면서 2009/10시즌 버밍엄에 임대됐다.) 당시 에이스였던 아일랜드(애스턴 빌라)는 팀의 거듭된 이적생 영입에 의해 입지를 잃게 됐다. 맨시티로서는 팀의 전력 강화를 위해 우수한 선수들을 끊임없이 영입했었다.

QPR도 1월 이적시장에서 여러명의 선수를 보강했지만 맨시티와는 차이점이 있다. 신구 멤버간의 갈등이 현지 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불거진 것. 레드냅 감독이 박지성의 주장직을 힐에게 넘긴 것은 기존 멤버들을 믿으면서 선수단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비춰진다. 실제로 레드냅 감독 부임 이후에는 박지성, 보싱와, 그라네로, 호일렛 같은 휴즈 체제에서 영입된 선수들의 팀 내 입지가 약해졌다. 특히 보싱와는 레드냅 감독과의 관계가 악화된 상황. 그렇다고 기존 멤버들의 경기력이 월등했던 것은 아니다. 타랍과 마키의 활약상이 그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