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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의 새로운 고민, 판 페르시 의존증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21일 토트넘 원정에서 1-1로 비겼다. 전반 25분 로빈 판 페르시 골에 의해 한동안 1-0으로 리드했으나 경기 종료 직전 클린트 뎀프시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면서 승점 1점 획득에 그쳤다. 2위 맨체스터 시티와의 승점 차이는 7점에서 5점으로 좁혀졌다.

이날 맨유는 화이트 하트레인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슈팅 5-25(유효 슈팅 2-8, 개) 점유율 49-51(%)의 열세를 드러냈다. 토트넘 선수들의 골 운이 따랐다면 최소 1-2로 패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 선두 팀으로서 90분 동안 슈팅이 5개에 그친 것이 아쉬움에 남았다. 베일-레넌을 앞세운 토트넘 측면의 빠른 발을 막기 위해 수비에 비중을 두었음을 감안해도 1위 팀 답게 승부처에서 정면 승부를 펼치는 배짱이 필요했다. 만약 추가골을 넣었다면 거듭된 공세를 펼쳤던 토트넘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었다.

한 가지 눈여겨 볼 것은, 판 페르시가 토트넘전에서 6경기 연속골(7골, 각종 대회 기준)을 터뜨렸다. 최근 11경기에서는 11골 기록했다. 문제는 판 페르시 이외에는 지속적으로 골을 넣어줄 선수가 마땅치 않다. 판 페르시가 출전했던 최근 5경기를 보면 알 수 있다. 맨유는 5경기에서 11골 넣었으며 판 페르시는 6골 기록했다. 나머지 5골은 하비에르 에르난데스 2골, 톰 클레버리 1골, 네마냐 비디치 1골, 상대팀 자책골 1골 이었다. 공격수 에르난데스의 2골은 위건전 기록이다. 판 페르시 의존증을 풀어줄 득점 자원이 마땅치 않음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팀들은 원톱 혹은 최전방 공격수 득점력을 높이는데 주력한다. 공격수의 본분은 골이기 때문. 하지만 팀이 꾸준히 승리하려면 특정 선수의 골 감각에 의존하는 득점력을 반드시 풀어야 한다. 그 선수가 상대팀의 집중 견제에 맥을 못추거나 뜻하지 않게 결장할 경우 팀이 이기기가 쉽지 않다.

맨유는 2009/10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실패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당시 프리미어리그 32경기에서 26골 넣었던 웨인 루니의 득점력에 의존한 것이 독으로 작용했다. 루니가 시즌 후반기에 부상으로 결장하자 디미타르 베르바토프(현 풀럼)가 최전방 공격수로 올라왔으나 번번이 고립되는 모습을 보였다. 맨유의 공격력과 승점 관리에 안좋은 영향을 끼쳤다. 특히 2010년 4월 3일 첼시전 부진으로 팀의 1-2 패배를 빌미를 제공했다. 그리고 맨유는 첼시에게 승점 1점 차이로 밀려 우승을 놓쳤다.(첼시전이 끝난지 며칠 뒤에는 공격수 에르난데스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그 이전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현 레알 마드리드)라는 축구 천재의 활약에 힘입어 잉글랜드와 유럽, 세계를 제패했다. 당시 호날두 의존증은 두말 할 필요 없었다. 하지만 호날두에 의존하는 득점력은 2008/09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FC 바르셀로나전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호날두를 원톱으로 올리고, 루니와 박지성(현 퀸즈 파크 레인저스) 같은 이타적인 선수들을 윙 포워드로 활용하면서 호날두 득점력을 돕는 전술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호날두가 최전방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면서 맨유 공격이 원활하게 풀리지 못했고 끝내 우승에 실패했다.

본래의 화제로 전환하면, 맨유의 판 페르시 의존증이 짙어진 이유는 나머지 공격 옵션들의 행보가 좋지 않다. 팀 내 프리미어리그 득점 2위 에르난데스는 13경기에서 8골 2도움 기록했다. 스탯은 좋으나 백업 멤버를 면치 못했다. 한때는 지속적으로 골을 터뜨리며 판 페르시 의존증을 해소했으나 팀 내 입지는 달라지지 않았다. 대니 웰백은 각종 대회를 포함하여 24경기에 나섰으나 1골 4도움에 그쳤다. 맨유 주전으로 활약했던 지난 시즌 활약상과 대조적이다. 그나마 루니는 프리미어리그 14경기 7골 7도움으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주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음을 감안할 필요가 있으다. 하지만 두 번의 부상이 아쉽다.

공격 성향의 미드필더들은 더욱 처참하다. 애슐리 영, 루이스 나니, 안토니오 발렌시아, 카가와 신지의 올 시즌 폼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다. 특히 영과 발렌시아는 시즌 개막 후 지금까지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영은 지난 시즌에 비해 수비력이 개선되었으나 오히려 득점력이 둔화됐다. 발렌시아의 침체된 공격력은 토트넘전에서도 여전했다. 카가와는 부상 복귀 이후 도르트문트 시절과 같은 임펙트를 과시하지 못했다. 부상을 감안해도 지금까지의 활약을 놓고 볼 때 이적료 1400만 파운드(약 235억 원)의 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나니는 부상과 부진으로 팀 내 입지가 좁아졌다.

맨유의 판 페르시 영입이 성공작인 것은 분명하다. 허나 아직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확신할 단계가 아니다. 앞으로 맨체스터 시티보다 많은 승점을 얻으려면,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려면 판 페르시 의존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판 페르시의 지속적인 맹활약과 더불어 나머지 공격 옵션들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