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특공대'가 아우크스부르크의 승리를 합작했다. 구자철은 시즌 3호골을 넣었으며 지동원은 독일 분데스리가 데뷔전에서 풀타임 출전하며 부지런히 뛰었다. 이러한 활약속에 아우크스부르크는 21일 뒤셀도르프전에서 3-1로 승리했다. 분데스리가 17위를 유지했으나 승점 12점(2승6무10패)을 기록하며 16위 호펜하임(3승4무11패, 승점 13점)과의 승점 차이를 1점으로 좁혔다. 과연 지구 특공대가 강등권 탈출을 꿈꾸는 아우크스부르크의 시즌 후반기 대도약을 이끌지 무척 기대된다.
구자철 시즌 3호골 그리고 지동원 맹활약
구자철은 팀이 1-0으로 앞섰던 전반 45분에 시즌 3호골을 터뜨렸다. 골대 근처에서 베르너의 왼쪽 크로스를 오른발 발리 슈팅으로 밀어 넣었다. 베르너 크로스가 골대쪽에서 바운드 된 것이 자신을 마크했던 판 덴 베르그를 따돌리는 기회로 작용하면서 슈팅을 날릴 공간을 확보하게 됐다. 이날 4-1-4-1의 오른쪽 윙어로 나섰으나 때에 따라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지동원을 비롯한 동료 선수들과 연계 플레이를 펼쳤으며 핵심 패스는 팀 내에서 가장 많았다.(5개) 세 번의 공중볼 경합 승리와 두 번의 태클에 이르기까지 궂은 역할을 도맡으며 팀 승리를 공헌했다.
그런 구자철은 DFB 포칼컵을 포함한 지난 4경기에서 골이 없었던 아쉬움을 해소했다. 2선 미드필더에게 꾸준한 득점력을 요구하는 것이 무리일 수는 있으나 구자철이 미들라이커가 되어야 아우크스부르크의 강등권 탈출이 탄력을 받게 된다. 아우크스부르크는 분데스리가 최소 득점 2위(18경기 15골) 팀이다. 원톱 몰데스(8경기 6골)로는 역부족이다. 구자철을 비롯한 2선 미드필더들이 지속적으로 골을 터뜨리며 팀 승리의 쐐기를 박아야 한다. 참고로 구자철은 지난 시즌 후반기에 5골을 넣으며 아우크스부르크의 분데스리가 잔류를 공헌했다.
지동원 맹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모라벡과 함께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면서 공수 양면에 걸친 적극적인 활약을 펼쳤다. 이날 12.19Km를 뛰며 양팀 선수 중에서 가장 많은 활동량을 과시했으며, 슈팅 4개 중에 3개가 유효 슈팅 이었으며, 볼 터치는 팀 내에서 4번째로 많았다.(51개) 태클 1개와 인터셉트 2개, 적극적인 수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다. 특히 전반 38분에는 하프라인을 넘어서는 과정에서 구자철 패스를 받은 뒤 앞쪽으로 질주하면서 왼발 중거리 슈팅을 날렸다. 그 볼이 상대 골키퍼 왼팔을 맞추지 않았다면 득점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
이날 지동원은 비장한 각오로 경기에 임했다. 경기 내내 의욕적인 몸놀림을 과시했던 것. 자신의 약점으로 꼽혔던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올 시즌 전반기 선덜랜드에서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던(리저브 경기 제외) 여파로 실전 감각 저하가 우려되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1월 이적시장이 개장하자마자 아우크스부르크에 임대되면서 팀의 터키 전지훈련에 합류하여 새로운 동료들과 발을 맞췄다. 팀에서 에이스로 활약중인 구자철의 존재감도 자신의 적응에 힘이 되었을 것이다. 지금의 기세라면 앞으로 분데스리가에서 보여줄 것이 많다.
구자철-지동원, 뭉쳐야 강한 존재
구자철과 지동원을 일컫는 '지구 특공대'는 단순한 수식어가 아니다. 두 선수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1년 아시안컵, 2012년 런던 올림픽으로 이어지는 지난 세 번의 굵직한 국제 대회에서 맹활약 펼쳤다.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의 경우 팀 성적을 놓고 보면 실패작 이었으나, 지구 특공대가 없었으면 두 대회에서 3위 입상을 장담할 수 없었다. 런던 올림픽 동메달 획득은 한국 축구의 자랑스런 쾌거였다.
공교롭게도 2011년 아시안컵은 박지성과 이영표의 대표팀 마지막 무대였다. 박지성과 이영표는 세 번의 월드컵과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 시절을 통해 한국 축구 최강의 콤비로 자리매김했다. 아시안컵에서도 한국의 왼쪽 측면을 책임지며 후배들을 독려했다. 그 대회에서 구자철은 5골, 지동원은 4골 터뜨리며 박주영 부상 공백을 메우는데 성공했다. 그때를 기점으로 지구 특공대라는 별칭이 붙으면서 한국 축구의 향후 10년을 밝게 비출 존재임을 알렸다. 지동원과 구자철은 런던 올림픽 대표팀에 이어 아우크스부르크에서도 뭉치면서 팀 공격을 짊어지게 됐다.
지구 특공대는 박지성-이영표에 이은 한국 축구 최강의 콤비가 될 수 있는 존재다. 지금까지 세 개의 대표팀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충분한 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앞으로 헤쳐가야 할 길이 험하다. 아우크스부르크의 강등권 탈출을 주도하기가 쉽지 않다. 16위 호펜하임과의 승점이 1점 차이에 불과하나, 분데스리가 16위는 2부리그 3위 팀과의 플레이오프를 통해 잔류 또는 강등 여부가 결정된다. 15위 이내의 성적을 거두어야 플레이오프 걱정 없이 1부리그에 잔류한다. 아우크스부르크는 15위 뉘른베르크와의 승점 차이가 9점으로 벌어져 있다. 남은 16경기에서 엄청난 승점을 쌓아야 한다.
구자철과 지동원은 원 소속팀에서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된 공통점이 있다. 지금의 소속팀에서 경기력을 발전시켜야 다음 시즌 원 소속팀 또는 제3의 팀에서(아우크스부르크에 재임대되지 않을 경우) 입지를 굳힐 자신감을 얻게 된다. 풍부한 실전 감각과 유럽리그 경험에 힘입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 지구 특공대의 위력을 과시할 수 있다. 올 시즌 후반기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 '뭉쳐야 강한' 구자철과 지동원의 다음 경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