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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아스널, 빅4 수성 위한 3가지 조건

아스널이 지난 주말 웨스트 브로미치를 2-0으로 제압하면서 프리미어리그 순위를 10위에서 7위로 끌어올렸다. 4위 에버턴과의 승점 차이를 2점으로 좁히면서 빅4 수성의 희망을 봤다. 지난 시즌 이맘때 4위권 바깥에 머물렀음을 떠올리면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진출권 자격을 얻을 가능성이 결코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스널이 올 시즌 빅4를 지킬지는 확실치 않다. 지난 시즌과 달리 로빈 판 페르시(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믿음직한 골잡이가 없으며 곧 다가올 1월 이적시장에서 주력 선수의 이탈이 예상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아스널이 명문 클럽의 위상을 지키려면 4위권 이내 성적으로 시즌을 마쳐야 한다. 이를 위한 3가지 조건이 있다.

월컷-사냐를 지켜야 한다

아스널은 지난 몇시즌 동안 주력 선수의 이탈이 잦았다. '셀링 클럽'이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가 붙었을 정도. 내년 1월 이적시장에서는 월컷과 사냐가 떠날 것으로 예상되는 분위기다. 아스널의 내년 달력에서 제외된 것을 계기로 이적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월컷은 내년 여름 아스널과 계약이 만료되며, 아스널이 월컷 이적료를 얻을 기회는 1월 이적시장 뿐이다. 여전히 부채가 쌓인 아스널로서는 월컷 이적료를 얻을 수 밖에 없다. 월컷은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첼시 같은 프리미어리그내 명문 클럽들의 영입 대상으로 떠올랐으며, 잉글랜드 선수라는 프리미엄이 작용할 경우 적지 않은 이적료가 예상된다. 사냐는 월컷에 비해 계약 기간이 넉넉한데다 지난 10월말 부상 복귀 이후 풀타임 출전이 늘었다. 그동안 꾸준한 활약을 펼치면서 인터 밀란의 영입 관심을 받게 됐다.

만약 월컷-사냐가 내년 1월 북런던을 떠날 경우 아스널의 전력 약화는 불 보듯 뻔하다. 두 선수는 팀의 오른쪽 측면을 주름잡고 있으며, 이들의 대체자로 분류되는 옥슬레이드-챔벌레인과 젠킨슨 같은 유망주들이 많은 경기를 뛰면서 체력이 뒷받침할지 의문이다. 경험이 중요한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좋은 활약 펼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 물론 월컷은 교체 출전이 빈번했다. 하지만 아스널의 기존 윙어 중에서 월컷만큼 오른쪽에서 폭발적인 드리블 돌파와 강력한 임펙트로 경기 분위기를 바꿔놓는 존재는 드물다.

무엇보다 아스널은 셀링 클럽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극복해야 한다. 주력 선수와의 작별이 반복되면서 7시즌 연속 무관에 시달렸고 이는 명문 클럽의 위상에 어느 정도 타격을 입었다. 우승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으려면 근본적으로 주력 선수를 지켜야 한다. 더욱이 챔피언스리그에서 분발할 필요가 있다. 만약 챔피언스리그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둘 경우 많은 수입을 얻게 된다. 팀의 재정 개선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월컷-사냐를 잔류시켜야 한다.

분노의 영입 or 대형 선수 영입

아스널은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 막판에 '분노의 영입'을 단행한 이력이 있다. 지난해 8월 28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2-8 대패를 계기로 메르데자커, 산투스, 아르테타, 박주영(현 셀타 비고 임대), 베나윤(당시 첼시에서 임대, 현 웨스트햄 임대)을 영입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5명 중에서 메르데자커, 아르테타를 영입 성공작으로 분류할 수 있다.(산투스는 보류) 따라서 내년 1월에 새로운 선수들을 대거 영입할지 모른다는 가정을 해볼 수 있다.

다만, 1월 이적시장에서 공격적인 선수 영입을 펼치기에는 부담이 크다. 기존 선수와 이적생사이의 호흡이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 이적생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오히려 팀의 전력 약화로 이어질 우려가 따른다. 또한 복수의 선수 영입을 단행하려면 월컷-사냐가 팀을 떠나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아스널이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 막판에 5명의 선수를 영입한 것은(임대 포함) 파브레가스-나스리-클리시-에부에가 떠나면서 엄청난 이적료 수익을 얻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컷-사냐와 작별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면 이야기는 다를 수 있다.

현실적으로는 대형 선수 영입이 설득력을 얻는다. 2009년 1월 이적시장 마감 당일 아르샤빈 영입을 계기로 4위권 수성에 성공했던 전례를 생각해야 한다. 당시 아르샤빈은 러시아의 유로 2008 4강 진출 주역으로 활약하여 이적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아스널은 아르샤빈 영입을 위해 구단 역사상 최고 이적료(1500만 파운드, 약 259억 원)를 지출했다. 그 이전까지의 아스널은 빅4 탈락 위기에 빠졌으나 아르샤빈 효과에 의해 상위권을 사수했다. 제대로된 선수 영입이 팀을 달라지게 했다.

아스널은 1월 이적시장에서 공격수, 윙어를 보강할 것으로 보인다. 지루는 판 페르시 대체자라는 믿음감을 심어주지 못했고 오른쪽 측면에서는 월컷의 이적을 대비해야 한다. 공격수 영입 후보로는 훈텔라르(샬케 04) 에르난데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오른쪽 윙어 후보로는 나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로페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손흥민(함부르크) 타랍(퀸즈 파크 레인저스) 자하(크리스탈 팰리스)가 거론된다.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1월 이적시장을 통해 앙리(뉴욕 레드불스)를 임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승점 관리, 더욱 철저해야 한다

아스널은 그동안 빅6와의 전적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2009/10시즌 4승1무7패, 2010/11시즌 4승4무4패, 2011/12시즌 4승1무5패(각종 대회 포함)에 그쳤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는 2승1무2패를 기록했으나 강팀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승점 관리에 철저하려면 강팀과의 경기에서 꾸준히 승점 3점을 따낼 필요가 있다.

홈 경기는 최대한 많이 이겨야 한다. 맨체스터 두 팀이 프리미어리그에서 많은 승점을 기록했던 비결 중 하나는 홈 경기에서 쉽게 패하지 않았다. 아스널의 홈 경기 승점만을 놓고 보면 2010/11시즌 5위, 2011/12시즌 4위였으며 올 시즌 현재까지는 공동 8위(4승2무2패)에 그쳤다. 9월 29일 첼시전(1-2) 12월 1일 스완지 시티전(0-2) 패배가 아쉬웠던 이유. 리그 개막전이었던 선덜랜드전에서는 23개의 슈팅을 날리고도 0-0 무승부에 그쳤다. 앞으로는 홈 경기에서 상대팀 전력에 관계없이 승점 3점을 따낼려는 투철한 의지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