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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럭비,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흔히 스포츠하면 축구와 야구같은 인기 스포츠를 비롯해서 양궁과 사격 같은 올림픽에서 국위선양을 하는 효자 종목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TV에 지속적으로 전파된 스포츠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아마도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스포츠 종목이 매우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장애인 스포츠에서는 비장애인 선수와 다른 방식의 경기를 펼치는 종목들이 있습니다. 제가 지난달에 취재했던 실내조정의 경우 물가가 아닌 실내에서 진행되는 스포츠입니다. 이번에는 휠체어럭비를 소개할까 합니다.

대한장애인럭비협회가 주최한 '2012 전국휠체어럭비 왕중왕전'이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이틀동안 천안시장애인종합체육관에서 개최됐습니다.(대한장애인체육회, 문화체육관광부 등 후원) 전국휠체어럭비 왕중왕전은 2012년 휠체어럭비 최강의 팀을 가리는 대회입니다. 쿼드부, 오픈부, 일반부로 나뉘어서 진행되었으며 서울휠라인, 경북아틀라스(쿼드부, 오픈부 동시 출전) 경기고양시불스, 충남래피드, 인천텀블러, 나사렛대학교래피드, 중부대학교가 참여했습니다. 제가 찾았던 11월 30일에는 예선전이 펼쳐졌습니다. 현장 모습을 공개합니다.

처음으로 봤던 휠체어럭비는 일반 럭비와 공이 다른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일반 럭비에서는 타원형 공으로 볼을 다투지만 휠체어럭비에서는 배구공과 비슷한 공이 쓰였습니다. 경기를 계속 보면서 일반 럭비와 다른 부분이 여럿 있더군요.

휠체어럭비는 손을 많이 쓰는 종목 이었습니다. 상대팀 공격을 막거나, 횡방향으로 방향을 틀거나, 패스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 휠체어를 빨리 끌어야 합니다. 손의 움직임이 바빠질 수 밖에 없죠. 동료 선수와 패스를 주고 받을 때와 몸싸움을 펼칠 때 손을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체 혹은 척추가 좋지 못한 장애인들이 참여하는 종목이다보니 손이 중요할 수 밖에 없죠.

휠체어럭비는 실내에서 진행되는 장애인 스포츠로서 한 팀당 4명의 출전이 가능하며 8분 4피리어드로 운영됩니다. 득점 방식은 공을 소유했을 때 자신의 휠체어 바퀴가 코트 좌우 사이드에 놓여진 콘 2개 안으로 들어오면 1점을 얻게 됩니다.

휠체어럭비 전용 휠체어입니다. 일반 휠체어와 다르더군요. 

오후 3시 30분 무렵에는 인천텀블러와 서울휠라인Q의 쿼드예선 2번째 경기가 펼쳐졌습니다.(유니폼 : 인천-파란색, 서울-흰색) 이날 많은 예선 경기가 진행되다보니 특정 경기를 집중적으로 보게 됐습니다.

[동영상] 인천텀블러와 서울휠라인Q의 1피리어드 일부 장면입니다. 휠체어럭비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생생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공을 다투는 장면에서 격렬함이 느껴졌습니다. 상대팀 선수 휠체어와 서로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보니 경기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게 됩니다. 의도적으로 상대팀 선수 휠체어와 접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격렬함만을 놓고 보면 아마도 장애인 스포츠 중에서 몇손가락 안에 포함될 것 같습니다.

공을 다투는 양팀 선수들. 1피리어드는 인천텀블러가 7-5로 앞섰습니다.

휠체어럭비는 핸드볼처럼 과도한 파울을 범한 선수에게 일정 시간 동안 퇴장 조치를 취하는 룰이 있었습니다.

인천텀블러는 2피리어드가 되자 전방에서 상대팀 공격을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강인한 체력 없이는 전방 압박이 어렵습니다. 2피리어드에서 점수 차이를 벌리는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축구로치면 포어체킹을 펼친 것이죠. 전방 압박이 주효했는지 2피리어드에서 19-11로 앞섰습니다. 상대팀보더 더욱 부지런했고, 더 집요했고, 더 많은 득점을 올렸습니다.

2피리어드가 끝난 뒤에는 휴식이 5분 동안 주어졌습니다. 인천텀블러 선수 2명이 코트에 누워 휴식을 취했습니다. 물론 코트에 눕기까지 일반인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많이 힘들었나 봅니다.

3피리어드가 시작했습니다. 서울휠라인Q가 역전하려면 3피리어드에 많은 득점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었죠.

인천텀블러의 전방 압박은 3피리어드에서도 거침 없었습니다. 3명의 선수가 전방 압박에 참여하면서 상대팀 공격 속도를 늦추거나 차단하는데 주력했습니다. 공을 소유하지 않은 선수도 막아야 할 대상 이었습니다. 코트 뒷쪽에는 1명을 배치하면서 최후방 수비를 담당했습니다. 상대팀의 빠른 역습을 대비하기 위해 수비쪽에 1명을 남겨뒀습니다. 공격시에는 짜임새 넘치는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여러차례 득점을 올렸습니다.

서울휠라인Q의 득점 방식도 시선을 끌게 했습니다. 왼쪽 끝에 있는 선수가 인천텀블러 수비 빈 공간을 포착하면서 앞쪽으로 빠르게 휠체어를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인천텀블러의 14번, 5번 선수가 공격을 저지할 수 있는 타이밍이라서 득점을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서울휠라인Q의 2번 선수가 콘쪽으로 접근하면서 인천텀블러 14번, 5번 선수의 동선을 차단했습니다. 왼쪽에 있는 동료의 득점을 도운 것이죠. 휠체어럭비에서도 동료를 위해 헌신하는 이타적인 플레이가 강조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3피리어드는 인천텀블러가 27-18로 앞서면서 사실상 승리를 굳혔습니다.

[동영상] 4피리어드는 코트 바깥에서 봤습니다. 인천텀블러가 32-25로 승리했습니다.

양팀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 심판, 경기 관계자와 함께 인사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인기 스포츠에서 보기 히든 좋은 분위기를 연출하더군요. 다음날 열린 전국휠체어럭비 왕중왕전 오픈부 결승에서는 서울휠라인P가 경기불스P를 54-48, 쿼드부 결승에서는 인천텀블러Q가 경북아틀라스Q를 43-36으로 제압하고 우승했습니다.

체육관에 도착하기 이전까지는 휠체어럭비가 어떤 종목일까 궁금했지만 직접 경기를 보니까 재미있더군요. 휠체어럭비 특유의 격렬함 때문인지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펼쳐졌습니다. 또 다른 재미는 다양성에 있었습니다. 때로는 농구를 보는 듯 했고 한편으로는 핸드볼과 유사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른 구기 종목들의 특징이 서로 혼합되면서 휠체어럭비가 완성된게 아닌가 싶습니다. 모처럼 색다른 종목을 보면서 스포츠의 세계가 넓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대한 장애인 체육회 블로그 기자단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