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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 스포츠 선수들의 아름다운 도전

 

지난달 전국 장애인 체육대회가 진행되었다면 이번에는 지적장애인 스포츠 선수들을 위한 대회가 마련됐습니다. '제35회 전국지적장애인체육대회'가 지난 17일과 18일에 걸쳐 한국체육대학교에서 개최됐습니다. 대한지적장애인스포츠협회가 주최한 장애인 스포츠 대회로서 대한장애인체육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가 후원했습니다. 경기종목은 수영, 실내 조정, 탁구, 댄스 스포츠이며 참가 인원은 400여명 이었습니다. 전국 특수학교, 특수학급, 시설, 복지관 등에 소속된 지적장애 및 자폐성장애인이 참가했던 대회입니다.

제가 현장을 찾았던 17일에는 개회식을 비롯하여 탁구, 실내조정, 댄스스포츠 종목이 열렸습니다. 지적장애인 스포츠 선수들의 열정이 뜨거웠던 현장을 생생히 공개합니다.

[사진=전국지적장애인체육대회 개회식 모습]

오후 2시 30분 : 제가 한국체육대학교 오륜관에 도착했을 때는 전국지적장애인체육대회 식전행사가 펼쳐졌을 무렵 이었습니다. 태권도 시범단(한국체육대학교 태권도학과) 공연이 진행되었죠. 시범단의 멋진 품새 솜씨를 볼 수 있었으며 특히 격파에 성공할 때는 지적장애인 선수들이 박수를 치고 환호했습니다. 대부분의 선수가 미성년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호응이 좋았습니다. 선수들이 개회식때 지루함을 느끼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저는 개회식을 하는 도중에 건물 밖으로 나왔습니다. 17일 종목이었던 실내 조정, 탁구, 댄스 스포츠(18일에는 수영)가 어느 장소에서 펼쳐지는지 미리 파악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실내 조정과 탁구는 승리관, 댄스 스포츠는 필승관에서 진행됐습니다. 승리관과 필승관 사이의 거리는 멀지 않아서 다행 이었습니다. 특정 종목 보다는 3개 종목을 함께 보고 싶었기 때문에 장소를 확인하는 것은 중요했습니다. 대회 진행 도중에 다른 종목 장소를 찾느라 헤맬 필요가 없으니까요.


[사진=전국지적장애인체육대회 남자 탁구 개인 단식 결승전 모습]

[사진=남자 탁구 개인 단식 금메달을 획득한 장순호 선수]

오후 3시 : 개회식이 끝난 뒤에는 탁구에서 남녀 개인 단식 결승전을 치렀습니다. 알고봤더니 오전에 예선전이 완료 되었더군요. 남자 개인 단식에서는 장순호 선수(미추홀 학교) 여자 개인 단식에서는 임미연 선수(서울시립지적장애인복지관)가 우승했습니다. 제가 구경했던 남자 개인 단식에서는 장순호 선수의 압도적인 활약이 눈에 띄었습니다. 1세트 11-1, 2세트 11-4, 3세트 11-4로 세트 스코어 3-0으로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옆 탁구대에서 경기를 펼쳤던 임미연 선수도 국가대표급 실력을 과시하며 앞으로의 밝은 내일을 예고했죠.

[사진=여자 탁구 개인 복식이 펼쳐진 모습]

오후 3시 25분 : 남녀 개인 단식 결승전이 끝난 뒤에는 남녀 개인 복식, 남녀 단체전이 펼쳐졌습니다. 대회에 출전했던 탁구 선수들이 하루에 최대 3개 종목을 소화했습니다. 개인 단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해도 개인 복식과 단체전을 통해 금메달을 따낼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1위에 오르지 못했다고 크게 실망하거나 울었던 선수는 저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차분하게 경기를 펼쳤더군요.

관중석에서 경기를 봤던 저로서는 여러 종목의 대결을 보면서 행복했습니다. 경기장에 탁구대가 8개 놓여지면서 다양한 종목의 진행이 가능했습니다. 올림픽 탁구 중계를 TV로 보는 것보다 현장감이 넘치더군요. 개인적으로 탁구 기술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지적장애인 탁구 선수들이 라켓으로 탁구공을 받아 넘기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속의 희열을 느꼈습니다. 스포츠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종목임을 실감했습니다.

[사진=전국지적장애인체육대회 실내 조정 경기 모습]

[사진=실내 조정에 활용되었던 시뮬레이션 스크린. 선수가 몇m 이동했는지, 상대를 얼마나 추월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오후 3시 40분 : 탁구장 옆에서는 실내 조정이 진행됐습니다. 실내 조정은 수상에서 열리는 일반 조정과 경기 방식이 달랐습니다. 일반 조정은 배를 타면서 경기하지만 실내 조정은 시뮬레이션 스크린 앞에 놓여진 운동기구(실내 조정 경기에 맞게 특수 설계 되었겠죠.)에 앉으면서 경기합니다. 동절기 특성상 물가에서 경기 진행이 힘들기 때문에 운동기구가 일종의 배 역할을 하게 됩니다. 흔히 조정하면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봤던 8인 단체전을 떠올리게 하지만 실내 조정은 개인전, 혼성 단체전이 가능했습니다.

실내 조정은 탁구 경기보다 늦게 진행됐습니다. 선수들이 몸을 푸는 시간이 길었습니다. 탁구에 비해 격렬한 움직임이 필요한 종목임을 느꼈습니다. 남자 일반부 1,000m 개인전 1조 경기를 봤더니 선수들이 힘들어 하더군요. 두 손으로 물체를 잡아당기고 상체를 뒤로 젖히는 행동을 반복하면서 체력이 단시간에 소모됐습니다. 경기에 출전했던 모든 선수들 연령대가 어리기 때문에 실내 조정 훈련이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메달 색깔을 떠나서 500m(16세 미만) 1000m(16세 이상)를 완주했던 모든 선수들의 집념이 대단했습니다.

[사진=전국지적장애인체육대회 메달]

[사진=전국지적장애인체육대회 댄스 스포츠 단체전(지적 라틴 단체전)에서 우승했던 전북 선수들]

오후 4시 39분 : 댄스 스포츠가 펼쳐진 필승관으로 이동했습니다. 제가 도착했을 때는 정식 경기가 모두 끝났더군요. 선수들의 연기를 못보고 시상식만 취재할 것 같아 약간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예정에 없던 앵콜(?) 공연이 펼쳐져서 다행 이었습니다. 종목별 우승팀 선수들이 한 번 더 연기를 하게 되었죠. 지적 라틴 단체전에서 우승했던 전북을 시작으로 여러 종목 연기가 펼쳐졌습니다. 지적 라틴 차차차-지적 라틴 2종목(차차, 룸바)은 이영주-김경실 선수(경북), 지적 라틴 자이브는 차윤영-윤미란 선수(전북), 지적 라틴 룸바에서는 김재훈-최미란(경북) 선수가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사진=지적 라틴 자이브에서 우승했던 차윤영-윤미란 선수(전북)]

 [사진=시상식에서 단체 촬영했던 댄스 스포츠 선수 및 관계자분들]

 [사진=댄스 스포츠에서 금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획득했던 차윤영 선수(전북)]

[사진=차윤영 선수와 함께 금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획득했던 윤미란 선수(전북). 저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오후 5시 : 윤미란 선수는 댄스 스포츠에서 차윤영 선수와 호흡을 맞추면서 금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따냈습니다. 시상식이 끝나고 저와 인터뷰를 하게 됐습니다.

-금메달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연습때 열심히 노력했는데 성과가 좋아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오늘 컨디션이 좋았나요?
"나쁜 편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요?
"지금은 단종목으로 나왔는데요. 연습을 더하고 다른 종목도 더해서 3종목, 5종목 계속 올라가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비록 장애가 있지만 노력하면 안되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고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릴 수 있어서 (전국지적장애인체육대회가) 뜻깊은 자리였던 것 같아요."

[사진=전국지적장애인체육대회 탁구 시상식 모습]

오후 5시 20분 : 탁구 종목에서도 시상식이 진행됐습니다. 

[사진=여자 탁구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획득했던 임미연 선수]

오후 5시 37분 : 탁구 종목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따냈던 임미연 선수와 인터뷰 했습니다. 우승 소감에 대해서는 "좋았고 재미있었어요"라고 답했으며, 평소 운동을 많이 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별로 안했어요"라고 웃으면서 말을 했습니다. 그러자 제가 재미있어서 그런것이냐고 물어 보니까 "네"라고 답변했습니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서는 "더욱 운동을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실내 조정 혼성 단체전 경기 모습]

오후 5시 45분 : 댄스 스포츠와 탁구는 일정을 마무리했지만 실내 조정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남녀 개인전이 끝난 뒤 혼성 단체전이 펼쳐졌습니다. 남자 선수와 여자 선수가 함께 힘을 모아서 금메달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사진=동료 선수를 응원하는 아름다운 모습] 

[사진=실내 조정 혼성 LTA-ID 1,000m 일반부 단체전에서 이진수-박보름 선수(인천시장애인조정연맹)가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두 선수는 개인전 포함해서 2관왕에 올랐습니다.] 

[사진=실내 조정에서 금메달 2개 획득한 이진수 선수]

오후 5시 49분 : 이진수 선수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개인전 금메달 소감에 대해서는 "처음에 운동할 때는 긴장을 하는 편이지만 운동을 다 마치면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라고 전했으며, "죽을 정도로 힘들지만 (훈련을) 다 마친 후에 보람을 느껴서 재미있어요"라며 운동의 재미를 표현했습니다. 참고로 이진수 선수와의 인터뷰는 혼성 단체전 이전에 진행했습니다.

[사진=전국지적장애인체육대회 실내 조정 시상식에서 단체 촬영했던 선수 및 관계자분들]

오후 6시 7분 : 실내 조정 시상식을 끝으로 전국지적장애인체육대회 17일 일정이 마무리 됐습니다. 경기에 출전했던 지적장애인 선수들이 스포츠를 통해 뜻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다음 대회에서 더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세웠을 겁니다. 선수들 중에는 언젠가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에 출전할 태극 전사 또는 태극 낭자가 있을 것입니다. 런던 패럴림픽에서는 남자 탁구의 손병준 선수, 남자 수영의 조원상 선수가 지적장애인 선수로서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전국지적장애인체육대회에 출전했던 선수들의 앞날이 기대됩니다.

*저는 대한 장애인 체육회 블로그 기자단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