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박지성이 골을 못넣는 원인, QPR 전술 때문

 

퀸즈 파크 레인저스(이하 QPR)가 또 다시 리그 첫 승에 실패했다. 한국 시각으로 2일 오전 4시 로프터스 로드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2/13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웨스트햄전에서 1-2로 패했다. 전반 3분 매튜 자비스, 전반 35분 히카르두 바즈 테에게 실점했으며 후반 12분에는 아델 타랍이 만회골을 넣었으나 더 이상의 골은 없었다. 이로써 QPR은 2무4패로 리그 19위에서 최하위 20위로 추락하며 강등 위협을 받게 됐다. 웨스트햄은 7위(3승2무1패)로 올라섰다.

박지성은 왼쪽 윙어로 선발 출전했으나 눈에 띄는 경기력을 펼치지 못하고 후반 10분 교체됐다. 경기 종료 후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인상없는 활약으로 일찍 교체됐다"는 혹평과 함께 평점 6점을 기록했다. 언뜻보면 박지성 부진을 웨스트햄전 패배와 연관짓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근본적으로 박지성이 부진할 수 밖에 없었다

박지성은 55분 동안 볼 터치 20회, 패스 11개, 패스 성공률 73% 기록했다. 평소에 비해 패스 횟수와 성공률이 부족하며 볼을 잡을 기회까지 많지 않았다. 개인의 힘으로 웨스트햄 수비를 농락하기에는 버거운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QPR 주장임에도 후반 10분에 교체된 것은 이날 경기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음을 뜻한다. '박지성은 공격력이 부족하다'고 꼬집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조커였던 타랍은 교체 투입된지 2분 만에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웨스트햄 골문을 흔들었다. 그 이후에는 QPR 선수들의 몸놀림이 민첩해지면서 동점골 기회를 잡았다. 후반 30분 디아키테의 경고 누적 퇴장이 없었다면 경기는 어떻게 끝났을지 모른다. 하지만 타랍의 골은 동료 선수와의 연계 플레이 보다는 개인 역량으로 해결했다. 시즌 초반 교체 멤버로 밀렸던 수모를 풀기 위해 임펙트를 발휘할 필요가 있었지만, 다른 관점에서는 QPR의 평소 공격 전개가 안좋았다는 뜻이다.

QPR 공격력은 짜임새가 부족하다. 매 경기마다 공격수와 미드필더 사이의 연계 플레이가 지속적이지 못하거나 상대 수비에 읽히기 쉬운 패스들이 많다. 박스 안쪽을 공략하는 패스 플레이도 전체적으로 위력이 떨어진다. 원투패스에 의해 상대 수비진을 완벽하게 벗겨내는, 킬러 패스로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르는, 공격수가 동료의 패스를 받는 동작이 신속한 장면이 자주 연출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요약하면 공격의 뚜렷한 컨셉이 없다. 어느 팀이든 고유의 전술적인 스타일이 존재하지만 QPR에는 그런 맛이 없다.

토트넘전까지는 조직력 부재를 감안할 필요가 있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12명 영입하면서 팀원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다. 하지만 웨스트햄전은 어떻게든 이겼어야 했다. 전반전에 2골 내줬지만 0-2를 3-2로 뒤집거나 2-2 무승부를 연출하는 저력을 발휘했어야 한다. 이번에도 선수들이 서로 합심하면서 패스를 통해 골을 터뜨리는 장면을 연출하지 못했다. 휴즈 감독 전술에 결점이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박지성의 웨스트햄전 부진도 마찬가지. 왼쪽 윙어치고는 수비적인 비중이 컸다. 지난 토트넘전에서도 수비에 치중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번 경기에서는 왼쪽 풀백이었던 힐이 제 구실을 못하면서 수비 가담이 많았지만 딱히 공격적인 임무가 경기력에서 눈에 띄지 않았다. 이 때문에 볼 터치가 적었고 패스 성공률까지 떨어졌다. 아무리 경기력이 좋지 못한 선수라도 자신이 의도하려는 패턴은 있다. 하지만 박지성은 공격을 주도하지 못했다. 개인 경기력 문제가 아닌 휴즈 감독이 박지성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어쩌면 휴즈 감독은 박지성을 수비력 좋은 선수로만 인식하는지 모른다. 리그 첫 경기 스완지전에서는 박지성을 4-2-3-1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했었다. 그러나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이었던 2009/10, 2010/11시즌 왼쪽 윙어로 출전했을 때 이전 시즌보다 공격쪽에서 움직임이 활발했다. 루니를 비롯한 동료와의 연계 플레이가 원활했으며 킬러 패스를 찔러주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한때는 골이 부족한 약점까지 이겨냈다. 그러나 지금의 QPR에서는 '맨유 박지성'과 다르다. 두 팀의 경기력 수준 차이를 감안해도 박지성이 마음놓고 공격에 참여할 기회가 마땅치 않다.

박지성의 골을 기대하는 사람의 시각에서는 그의 왕성하지 못한 공격력을 지적할지 모른다. 그러나 박지성이 그런 사람들 타입에 맞는 경기를 펼치면 상대팀에게 뒷 공간이 뚫리면서 팀의 왼쪽 수비가 불안해지는 단점이 있다. 박지성 컨셉과 어울리지 않는다. 아울러 QPR은 맨유와 달리 리그에서 수비가 약한 팀 중에 하나다.(리그 최다 실점 2위, 6경기 13실점)

아직 올 시즌 골이 없는 박지성의 공격력이 살아나려면 세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는 휴즈 감독에 의해 공격적인 비중이 많아져야 한다. 수비에 치중하는 윙어가 골을 넣는 것은 쉽지 않다. 둘째는 든든한 왼쪽 풀백이 필요하다. 파비우-보싱와 같은 왼쪽 풀백 활용 가능한 자원들이 부상당했고, 그들의 공백을 메우는 백업 풀백이 부진하면서 박지성 공격력을 위축시킨 것이다. 현대 축구에서 풀백이 얼마나 중요한지 QPR을 통해 깨닫게 된다.

그리고 세번째는 동료들이 박지성 패스를 잘 활용해야 한다. 3라운드까지는 박지성이 많은 득점 기회를 만들어냈으나 동료가 골 기회로 이용하지 못했다. 박지성의 득점 기회를 도와주려는 공격수의 이타적인 플레이 또한 요구된다. 오는 6일 웨스트 브로미치 원정에서는 어떻게 개선될지 지켜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