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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에르난데스, 부활의 기회가 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로빈 판 페르시, 카가와 신지를 영입하면서 '공격수 왕국'이 되었다. 두 명의 이적생 외에도 웨인 루니, 대니 웰백, 하비에르 에르난데스 같은 기존에 팀 공격을 주름잡았던 공격수들을 보유했다. 시즌 초반 부상으로 최대 2개월 결장이 불가피한 루니의 붙박이 선발 출전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공격수가 많아졌다.

그러나 맨유에게 고비가 찾아왔다. 판 페르시와 카가와가 A매치 기간에 부상을 당했다. 판 페르시는 지난 11일 헝가리전에서 허벅지 부상을 당하면서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됐다. 카가와는 등부상을 당하면서 11일 이라크전에 결장했다. 두 선수의 부상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선수 보호 차원에서 오는 15일 저녁 11시(이하 한국시각) 위건전에서 결장하거나 풀타임 출전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맨유는 루니를 포함해서 세 명의 선수가 부상으로 신음중이다.

위건전에서는 에르난데스와 웰백의 선발 출전 가능성이 커졌다. 에르난데스는 올 시즌 3경기 중에 1경기 교체 출전에 그쳤으며 웰백은 3경기에서 측면 미드필더로 뛰었다. 맨유가 4-2-3-1로 전환하면서 지금까지 팀 내 입지가 축소되었거나 주 포지션에서 기용되지 못했다. 위건전에서는 퍼거슨 감독 앞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

특히 에르난데스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올 시즌 초반 루니-판 페르시와의 원톱 경쟁에서 밀렸다. 2010/11시즌 27경기 13골 1도움, 2011/12시즌 28경기 10골 2도움(프리미어리그 기준) 기록했지만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웰백과의 주전 경쟁에서 밀려난 분위기였다. 3월 18일 울버햄프턴전 2골 이후에는 시즌 종료까지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제한적인 출전 시간에 의해 경기력이 위축됐다.

에르난데스는 프리미어리그 진출 첫 시즌에 맨유 미래를 빛낼 영건으로 각광받았다. 시즌 후반기 맹활약을 통해 당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달성했던 디미타르 베르바토프(풀럼)와의 주전 경쟁에서 이겼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FC 바르셀로나전에서는 선발 출전했고 베르바토프는 18인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두번째 시즌에는 스탯이 나쁘지 않았음에도 웰백의 성장세를 꺾지 못했다. 최전방에서 볼을 기다리면서 골을 노리는 자신만의 패턴이 상대 수비에게 읽혔다. 무엇보다 이타적인 기질이 부족하다. 루니와 웰백처럼 동료 선수와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골을 시도하거나 주변에 있는 선수의 득점 창출을 도와주는 타입이 아니다. AC밀란의 간판 공격수였던 필리포 인자기(은퇴)처럼 천부적인 위치선정을 자랑하지만 공격 패턴이 단조로운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지난달에는 아스널 이적설이 제기됐다. 판 페르시가 아스널에서 맨유로 떠나면서 자신의 입지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결과적으로 맨유에 남았지만 최소 박싱데이 이전까지 프리미어리그에서 선발 출전 기회가 넉넉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칼링컵과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리그에서 로테이션 출전에 의해 실전 감각을 키우겠지만 루니-판 페르시에 가려진 존재감을 해소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루니-판 페르시가 부상당하면서 위건전 선발 출전 기회가 찾아왔다. 위건은 지난 시즌 후반기였던 4월 11일 맨유와의 홈 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두는 이변을 일으켰다. 당시 맨유가 승점 1점이라도 획득했다면 맨체스터 시티와의 우승 경쟁에서 이겼을 것이다.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릴 두 팀의 경기는 맨유 입장에서 지난 시즌 패배를 복수할, 올 시즌 1위 첼시를 따라잡을 중요한 기회다. 에르난데스의 분발이 필요한 이유다.

에르난데스는 2010/11시즌 위건과의 두 경기에서 3골 뽑았다. 2010년 11월 20일 홈 경기에서 후반 19분 교체 멤버로 출전하여 1골 넣었고, 2011년 2월 26일 원정 경기에서는 76분 소화하면서 2골 작렬하여 팀의 4-0 대승을 이끌었다. 반면 2011/12시즌 위건과의 두 경기에서는 골이 없었다. 올해 4월 11일에는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면서 후반 13분 교체 되었고 팀은 0-1로 패했다. 이번 위건전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만약 에르난데스가 위건전에서 맹활약 펼치면 맨유의 공격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루니와 판 페르시가 자극받게 된다. 맨유가 4-4-2 포메이션으로 회귀해도 에르난데스의 자리는 최전방 밖에 없다. 위건전에서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에르난데스는 지난 11일 A매치 코스타리카전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판 페르시-카가와와 달리 A매치 기간에 웃었다. 그 리듬을 위건전에서 재현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