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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기사회생 아스널, 위기의 리버풀

 

아스널이 리버풀전에서 프리미어리그 시즌 첫 승을 거두었다. 한국 시각으로 2일 저녁 9시 30분 안필드에서 진행된 2012/13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 리버풀 원정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전반 31분 루카스 포돌스키, 후반 23분 산티아고 카솔라가 골을 터뜨렸으며 두 이적생은 나란히 1골 1도움 기록했다.

이로써 아스널은 2경기 연속 0:0으로 비겼던 불운에서 벗어나 승점 3점을 얻으며 8위에 올랐다. 반면 리버풀은 리그 3경기에서 1무2패에 그쳐 18위로 추락했다.

'판 페르시 없는' 아스널, 포돌스키-카솔라 펄펄 날았다

아스널의 취약점은 판 페르시 이적 공백이다. 지난 2경기에서 슈팅 40개(유효 슈팅 5개)를 난사했지만 골을 터뜨리지 못했다. 판 페르시 대체자였던 포돌스키-지루가 부진하면서 골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루는 리버풀 원정에서도 침묵했다. 패스 정확도 30%에 그쳐 동료 선수와의 연계 플레이에 어려움을 겪었다. 위치선정도 좋지 못했다. 상대 수비가 예상치 못한 공간으로 재빨리 접근해서 골을 노리거나 패스 지점을 확보할 필요가 있었지만 경기 내내 아게르-스크르텔의 견제에 시달렸다. 프리미어리그 특유의 빠른 템포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아스널은 포돌스키와 카솔라가 골을 넣으면서 지루의 부진을 만회했다. 전반 31분 카솔라가 리버풀 진영쪽으로 빠르게 접근하면서 박스 왼쪽을 비집었던 포돌스키에게 패스를 밀어줬다. 포돌스키는 존슨과의 스피드 싸움에서 이기면서 슈팅 공간을 확보했고 왼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23분에는 카솔라가 추가골을 터뜨렸다. 왼쪽 측면에서 포돌스키와 원투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박스 왼쪽 안으로 접근한 뒤 왼발 슈팅으로 골을 터뜨렸다. 볼이 리버풀 골키퍼 레이나의 몸을 맞고 굴절되는 행운이 따랐다.

특히 공격형,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던 선수들의 패스 정확도가 90%대를 기록했다.(아르테타 95%, 디아비 91%, 카솔라 90%) 아르테타는 팀에서 가장 많은 패스를 연결하면서(92개) 적극적인 수비를 펼치며 중원의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디아비는 박스 투 박스 역할을 성실히 수행했다. 한때 기복이 심했지만 리버풀전에서는 잠재력이 폭발하면서 송의 이적 공백을 메웠다. 카솔라는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3번의 결정적 패스를 날리면서 너른 시야와 정확한 패싱력으로 팀 공격을 조율했다. 여기에 골까지 넣으면서 아스널의 새로운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아스널은 리버풀전에서 무실점 수비로 승리했다. 깁스는 보리니를 봉쇄했으며 젠킨슨은 팀에서 가장 많은 태클을 날렸다.(6개) 베르마엘렌은 두 번이나 상대팀 슈팅을 막아냈으며 메르데자커는 터프한 수비로 리버풀 선수들을 괴롭혔다. 지난 시즌과 달리 포백의 호흡이 잘 맞았다. 골키퍼 마노네는 4번의 슈퍼 세이브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미드필더들이 자주 수비에 가담하고 상대방을 압박하면서 포백이 안정감을 보였다. 벵거 감독이 패스 축구를 선호하는 로저스 감독의 성향을 간파했는지 미드필더들이 평소보다 수비에 비중을 두었다. 밀집수비가 형성되면서 리버풀 공격을 번번이 끊었다. 올 시즌 3경기 모두 무실점을 기록했다.

'18위' 리버풀, 무엇이 문제인가?

리버풀은 지나친 공격이 화를 불렀다. 수비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친 것이 독이 되었던 것. 스털링은 18세의 어린 나이 때문인지 몸싸움이 떨어졌으며, 수아레스는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보리니는 오른쪽 측면에 적응하지 못했다. 스리톱이 제 구실을 못하면서 선수들의 무게 중심이 앞쪽으로 쏠렸고 수비까지 엷어졌다. 세 명의 미드필더 사이에서 수비 빈 공간이 노출되는 경우도 있었다.

무엇보다 포돌스키에게 선제골을 내주지 말았어야 했다. 아스널에게 몇차례 역습을 허용당하는 상황에서 수비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3선 간격을 좁히지 못하면서 아스널 선수들의 침투를 허용했고 끝내 카솔라-포돌스키 콤비에 의해 선제골을 빼앗겼다. 실점 이후에는 전반 33분과 40분에 걸쳐 오른쪽 측면에서 또 역습을 허용했다. 팀이 수비에 신경썼다면 스리톱 불안을 극복하고 전반전을 0-0으로 마치면서 하프타임때 공격 전술을 변경할 여유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0-1 이후에도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한 끝에 또 실점했다.

리버풀은 4-3-3을 활용하면서 미드필더를 역삼각형으로 배치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앨런의 공격력은 좋았지만 수비력에서는 믿음직하지 못했다. 아게르-스크르텔과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포백을 도와주지 못했다.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사힌-제라드도 마찬가지. 라인을 앞쪽으로 올리면서 압박을 펼쳤지만 활동 반경이 앞쪽으로 올라오면서 뒷 공간이 벌어졌다. 앨런만으로는 포백을 보호하기가 역부족 이었다. 아스널의 공격적인 팀 컬러를 간과했다.

사힌과 제라드의 부진도 아쉬웠다. 사힌은 지난 시즌 레알 마드리드에서 4경기 출전에 그쳤으며 리버풀 임대까지 늦어지면서 새로운 동료 선수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이 짧았다. 아스널전에서 동료 선수와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르는 창의적인 공격력을 발휘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후반 8분에는 아스널 진영 중앙에서 중거리 슈팅을 날릴 타이밍을 얻었으나 스스로 기회를 놓쳤다. 도르트문트 시절의 감각을 찾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제라드는 로저스 감독이 추구하는 패스 축구에 어울리지 못했다. 선 굵은 축구에 너무 익숙해진 것. 32세의 노장 선수가 하루 아침에 기량이 달라질 수는 없겠지만 아직까지는 로저스 감독이 원하는 축구에서 겉도는 모습을 보였다. 팀 성적이 살아나려면 에이스의 힘이 필요하다.

-리버풀vs아스널, 출전 선수 명단-

리버풀(4-3-3) : 레이나/엔리케-아게르-스크르텔-존슨/사힌(후반 22분 쉘비)-앨런-제라드/스털링-수아레스-보리니(후반 9분 다우닝)
아스널(4-2-3-1) : 마노네/깁스-베르마엘렌(후반 45분 코시엘니)-메르데자커-젠킨슨/아르테타-디아비/포돌스키(후반 37분 산투스)-카솔라-옥슬레이드 챔벌레인(후반 28분 램지)/지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