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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니에스타, 유럽 최고의 선수로 떠오르다

 

유로 2012에서 스페인 축구 대표팀의 우승을 이끌었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28, FC 바르셀로나, 이하 바르사)가 유럽 최고의 선수로 떠올랐다.

이니에스타는 31일 새벽(한국시각) 모나코 그리말디 포럼에서 진행된 '2011/12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 최우수 선수상(UEFA Best Player in Europe)' 시상식에서 리오넬 메시(바르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이하 레알)를 제치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UEFA 회원국 각국을 대표하는 53명의 기자단 투표에서 19표를 획득했다. 메시와 호날두는 17표를 얻었다.

'메시에 가려졌던' 이니에스타, 유럽 최고의 선수가 되다

UEFA 유럽 최우수 선수상은 지난해 신설된 상이다. 2009/10시즌까지 UEFA 올해의 클럽 축구 선수상을 시상했지만, 발롱도르가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과 통합하면서 UEFA 유럽 최우수 선수상으로 변경했다. 초대 수상자는 2010/11시즌 바르사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공헌했던 메시였다.

유럽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UEFA 유럽 최우수 선수상은 세계 최고의 선수를 뽑는 FIFA 발롱도르와 다른 개념의 상이다. UEFA 챔피언스리그와 대표팀 활약에 의해 유럽 최고의 선수를 선정한다. 2010년 FIFA 발롱도르는 메시가 수상했지만 2009/10 UEFA 올해의 클럽 축구 선수는 디에고 밀리토(인터 밀란) 였다. 인터 밀란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및 트레블(3관왕)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은 것. UEFA 올해의 클럽 축구 선수상을 포함한 역대 수상자를 살펴보면 당시 챔피언스리그 우승 주역이 받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이니에스타는 2011/12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지 못했다. 바르사가 4강에서 첼시에게 덜미를 잡히면서 결승 진출에 실패한 것.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는 라이벌 레알의 우승을 허용했다. 그럼에도 스페인의 유로 2012 우승 및 대회 최우수 선수(MVP)에 선정되면서 UEFA 유럽 최우수 선수상까지 거머쥐었다. 유로 2012 6경기에서 왼쪽 윙어로 활약하며 정교한 패싱력과 위협적인 돌파, 군더더기 없는 볼 컨트롤을 과시하며 상대팀 선수들을 농락했다.

비록 유로 2012에서 무득점에 그쳤지만 볼을 다루는 솜씨와 팀 공격을 풀어가는 창의성에 있어서는 단연 최고였다. 스페인 전술이었던 제로톱이 성공적으로 정착했던 이유. 제로톱의 단점은 전문 공격수가 없다. 미드필더들의 짜임새 넘치는 연계 플레이가 중요하다. 이니에스타는 주로 왼쪽 측면에서 활동하면서 때때로 중앙으로 접근해서 동료 선수들과 패스를 주고 받으며 상대 수비를 교란했다. 웬만해선 볼을 빼앗기지 않으며 끊임없는 패스를 전개했고 때로는 침투 패스와 돌파를 통해 결정적인 골 기회를 창출했다.

이니에스타의 수상이 의미있는 이유는 메시와 호날두 같은 당대 최고의 축구 천재들을 제쳤다는 점이다. 메시는 2011/12시즌 프리메라리가-챔피언스리그 동시 득점왕을 수상했으며 특히 프리메라리가에서 50골 터뜨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호날두는 레알의 프리메라리가 우승, 포르투갈 대표팀의 유로 2012 4강 진출을 이끌었다. 하지만 메시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루지 못했으며 아르헨티나 국적으로서 유로 2012와 해당 사항이 없다. 호날두는 챔피언스리그와 유로 2012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하면서 유럽 혹은 세계 최고의 선수임을 증명할 기회를 놓쳤다.

지금까지 이니에스타하면 메시에 가려진 조연 또는 주연급 조연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사비 에르난데스와 함께 바르사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메시의 골 생산을 도왔다. 메시가 그동안 많은 골을 터뜨렸던 이유로서 이니에스타, 사비의 영향력을 무시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니에스타는 그동안 바르사에서 이루어낸 업적에 비해서 FIFA 발롱드르 같은 굵직한 개인상 수상과 인연 없었다. 언제나 메시에게 상이 수여됐다. 마침내 유로 2012 최우수 선수에 이어 UEFA 유럽 최우수 선수가 되어 유럽 최고의 선수임을 인정받게 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격수 웨인 루니는 3년 전 이니에스타를 가리켜 '세계 최고의 선수'라고 칭찬했다. 그의 말처럼 이니에스타의 개인 기량은 메시에 뒤지지 않는다. 포지션과 팀 내 역할에서 메시와 다를 뿐이다. 지금까지 메시를 도우며 팀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UEFA 유럽 최우수 선수상은 유로 2012 우승과 더불어 그동안 축구 선수로서 분투했던 지난날의 노력을 보상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