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홍명보호가 런던 올림픽 3위 입상에 실패했으면 기성용은 일찍 은퇴했을지 모른다. 기성용은 20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에서 서른 살 언저리에 은퇴할 계획이 있었음을 밝혔다. 월드컵 3회 출전, 올림픽 2회 출전, 아시안컵 2회 출전, 유럽리그 200경기 출전을 이루고 군대를 가면서 축구를 그만두려 했다는 원래 계획을 공개한 것. 이미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뛰었으며 2014년 브라질,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 소화하면 29세가 된다. 그 시기에 은퇴했다면 한국 축구는 귀중한 자산을 잃었을 것이다.

기성용은 런던 올림픽 동메달 획득으로 병역 혜택을 받게 됐다. 서른 살 즈음에 은퇴할 예정이었던 계획을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선수 생활을 연장하겠다는 자신의 결단만 있으면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한국 대표팀 중원을 짊어질 수 있다. 아울러 유럽리그에서 롱런했을 것이다. 어느 팀에서 뛰든 지속적인 맹활약을 펼치면 박지성의 뒤를 이어 유럽리그에서 족적을 남길 한국의 축구 영웅이 탄생했을 것으로 보인다. 기성용 뿐만이 아니다. 박주영, 구자철, 김보경, 지동원 같은 런던 올림픽 세대들도 충분히 가능성 있다. 볼턴의 주축 이청용도 마찬가지.

그 중에서 기성용에게 관심이 가는 이유는 중앙 미드필더라는 점이다. 한국 축구는 전통적으로 측면 위주의 공격을 선호했다. 윙어들이 빠른 스피드로 측면을 질주하면서 크로스를 띄우면 공격수가 전방에서 마무리 짓는 패턴이다. 이 때문에 측면에서 특출난 기량을 발휘하는 스페셜리스트들이 끊임없이 등장했다. 하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부터 대표팀과 K리그에 걸쳐 중앙 공격을 강화하는 팀들이 많아졌다. 기성용과 구자철 같은 공수에 걸쳐 부족함이 없는 중앙 미드필더들이 K리그에서 육성되면서 마침내 대표팀과 유럽리그에서 꽃을 피우게 됐다.

기성용은 딥 라잉(Deep lying) 플레이메이커다. 이탈리아의 안드레아 피를로처럼 중원에서 공격을 풀어주는 역할이다. 과거의 한국 축구와 다른 유형의 인물이다. 그때는 한국의 플레이메이커하면 수준급 공격력에 비해서 수비력 혹은 체력이 떨어지는 약점이 있었다. 또는 플레이메이커를 두지 않고 윙어의 빠른 발에 의존하거나 롱볼 축구를 일관하는 팀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 축구가 달라졌다. 기성용이 한국의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 2012년 런던 올림픽 3위 입상을 공헌했고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두각을 떨치면서 중앙 미드필더가 한국 축구를 주도하게 됐다.

그런 기성용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스완지 시티(이하 스완지) 이적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지 시간으로 20일 잉글랜드 공영 방송 <BBC>는 "셀틱은 기성용을 스완지로 이적시키는 것을 동의했다"고 밝혔다. 휴 젠킨슨 스완지 시티 회장은 스코틀랜드 TV 채널 <STV>를 통해서 "우리는 기성용과 그의 에이전트와 개인 협상에 돌입했다"며 영입 완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을 전했다. 스완지 홈페이지에 기성용을 영입했다는 발표가 등장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기성용은 스완지로부터 조 앨런 대체자로 낙점받게 됐다. 앨런이 리버풀로 떠나면서 그를 대신할 적임자가 필요했던 것. 아마도 기성용은 스완지로부터 런던 올림픽 활약상을 높이 평가 받은 것으로 보인다. 8강 영국전에서는 앨런과의 맞대결에서 이기면서 한국이 상대팀과의 중원 싸움에서 이기는데 큰 역할을 해냈다. 당시 영국의 선발 선수 11명 중에 4명(앨런, 싱클레어, 테일러, 코커)이 지난 시즌 스완지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스완지는 영국 단일팀 경기를 봤을 것이며 기성용이 어떤 유형의 선수인지 알게 되면서 영입을 결정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중앙 포지션에서 성공했던 한국인 선수가 존재하지 않았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두각을 떨쳤던 박지성-이영표-설기현-이청용은 윙어 혹은 풀백으로 활동했다. 그나마 박지성이 지난 1~2시즌 동안 중앙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 출전 횟수가 늘었지만 측면에 있을때의 경기력이 더 좋았다. 반면 이동국-김두현-조원희 같은 공격수와 중앙 미드필더들은 프리미어리그에서 꽃을 피우지 못하고 국내로 돌아왔다. 지난해 여름 프리미어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박주영과 지동원 같은 공격수들도 소속팀에서 두각을 떨치지 못했다. 박주영은 아스널을 떠날 것으로 보이며 지동원은 선덜랜드가 경험있는 공격수 영입을 추진하면서 올 시즌에도 주전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한국인 선수가 프리미어리그의 중앙에서 성공하기 힘들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프리미어리그는 중앙에서의 압박이 거칠고 집요하다. 어느 리그든 압박이 존재하지만 프리미어리그는 중앙쪽에서 상대 공격 옵션에게 빈 공간을 쉽게 내주지 않으려 한다. 특히 프리미어리그의 중앙 미드필더들은 전체적으로 체격 조건이 발달되었으며 몸싸움이 강하다. 신장이 크지 않은 선수도 수준급 수비력을 뽐낸다. 최근에는 중앙 미드필더의 공격력 질에 따라 프리미어리그 클럽의 전력이 좌우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의 중앙에서 성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기성용이 스완지에서 성공하면 한국인 선수로는 최초로 중앙 미드필더가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하게 된다.(박주영과 지동원은 계속 지켜봐야 겠지만) 최근에는 박지성이 퀸즈 파크 레인저스 4-2-3-1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고 있지만, 기성용은 박지성과 달리 중앙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특히 프리미어리그는 유럽 최고의 리그다. 기성용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수준 높은 볼 배급을 과시하면서 상대방 공격을 틀어 막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흥미롭다. 한국 축구의 새로운 발전이다.

한국 축구는 박지성 시대의 뒤를 이을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 박지성은 여전히 프리미어리그에서 잘하지만 1년 7개월전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이제는 대표팀을 짊어질 새로운 핵심 주자의 등장이 필요하다. 기성용이 중심이 될 수도 있고 구자철-김보경-이청용 등이 팀의 구심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한국 축구에서 중앙의 전술적 비중이 커졌다. '기성용 시대'가 충분히 다가올 수 있는 상황이다. 이미 허정무호-조광래호, 그리고 홍명보호에서는 기성용이 대표팀 중앙 공격의 젖줄 역할을 했다. 이제 남은 것은 박지성 처럼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하는 것이다.

Posted by 나이스블루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아메로 2012.08.21 19: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올림픽에서의 동메달획득으로 군면제도 했고 이제 기성룡선수의 앞날이 탄탄대로가 되길 바랍니다^^

  2. 현군 2012.08.21 22: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성용선수의 프리미어리그 성공적인 안착을 기원합니다,

  3. 이제 밥줘 능가하는 공격수만 찾으면 됨. 2012.08.21 22: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나라 미드필드 자원은 많다. 하지만 공격수가 많지 않은 것이 문제.. 우리나라 에서도 루니같은 공격수가 나와야 하는 데...

  4. kkamssie 2012.08.22 10: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성공하기 어려운조건이지만(중앙미드필더이므로),그나마 스완셀로나로 이적해서 기대감을 갖게하네요.

  5. TISTORY 2012.08.22 11: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TISTORY입니다.



    티스토리 메인에서 '기성용 선수'를 주제로 회원님의 글을 소개해드렸습니다.^^
    혹시 노출과 관련하여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tistoryeditor@daum.net 메일을 통해 말씀해주세요!


    앞으로도 재미있고 유익한 글로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