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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리버풀 조 앨런 영입, 포스트 제라드 육성하나?

 

2012/13시즌 프리미어리그 명예회복을 꿈꾸는 리버풀이 영국 축구 대표팀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조 앨런(22)을 영입했다. 앨런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 승격했던 스완지 돌풍을 일으켰던 인물. 당시 프리미어리그 36경기에서 4골 2도움 기록했으며, 91.2%에 빛나는 정확한 패싱력과 창의적인 경기 운영으로 팀 공격을 이끌었다. 스완지 사령탑이었던 브랜든 로저스 감독이 시즌 종료 후 리버풀로 떠났고, 로저스 감독이 앨런을 원하면서 영입이 성사됐다. 앨런의 이적료는 1500만 파운드(약 264억 원)로 알려졌다.

앨런은 리버풀의 즉시 전력감이다. 로저스 감독과 함께 스완지 비상을 주도했던 경험이 있으며, 22세 기대주치고 1500만 파운드라는 높은 이적료를 기록한 것은 리버풀에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는 의미다.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카가와 신지 영입에 1400만 파운드(약 246억 원)를 투자한 액수보다 근소하게 많다. 리버풀은 스티븐 제라드, 루카스 레이바, 찰리 아담, 조던 헨더슨, 제이 스피어링 같은 중앙 미드필더들이 즐비하면서 앨런을 보강했다. 중원 옵션의 포화를 감수하면서 앨런을 영입한 것은 전력 강화의 목적이 강하다.

리버풀의 올 시즌 불안 요소 중 하나는 꾸준히 제 몫을 다해 줄 중앙 미드필더가 마땅치 않다. 제라드는 그동안 리버풀 에이스로 활약했지만 내년이면 33세이며 체력 안배가 필요하다. 지난 두 시즌 동안 부상 여파로 프리미어리그 총 39경기 출전에 그쳤다. 루카스는 부상으로 장기간 뛰지 못했던 실전 감각 저하가 우려되며, 아담은 지난 시즌 경기력이 미흡했다. 22세 영건 헨더슨은 오른쪽 윙어를 번갈아가며 경험을 쌓았지만 기복이 심했으며, 스피어링은 리버풀 주축 선수로 뛰기에는 내공을 더 쌓아야 한다. 새로운 중앙 미드필더 영입이 필요했던 이유다.

그런 리버풀의 앨런 영입은 포스트 제라드를 육성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리버풀이 앞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장기적으로 제라드를 대체할 선수가 필요하다. 제라드는 지난여름 유로 2012에서 증명했듯 여전히 실전에서 절정의 경기력을 과시했지만 이제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언젠가 노쇠화에 시달릴지 모른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몇 년째 폴 스콜스 대체자를 발굴하지 못했던 것을 리버풀이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앨런과 제라드는 다른 유형의 미드필더다. 하지만 앨런이 패스를 통해서 공격을 풀어가는 플레이메이커 기질과 젊은 나이를 놓고 보면 잠재적으로 제라드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는 인물이다. 로저스 감독과 궁합이 맞는 것도 또 하나의 장점. 스완지 돌풍은 앨런의 패싱력과 로저스 감독이 추구하는 패스 축구에서 빚어진 작품이었다. 만약 로저스 체제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면 앨런의 가치가 드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앨런이 제라드처럼 리버풀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득점력을 키워야 한다. 팀의 새로운 에이스로 거듭나려면 골을 통한 임펙트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지난 시즌 스완지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음을 생각해도 36경기 4골의 성적은 제라드에 비해 득점력이 좋지 않다는 인식을 갖게 한다. 하지만 제라드도 10년 전에는 득점력이 특출나지 않았다. 2002/03시즌 프리미어리그 37경기 5골, 2003/04시즌 프리미어리그 33경기 4골 기록했다. 그 이후 7-10-7-11-16골 터뜨리면서 득점력이 향상됐다. 앨런이 리버풀에서 착실하게 성장하면 지금보다 장점이 풍부한 선수로 거듭날 것이다.

다만, 앨런이 프리시즌에 런던 올림픽을 치르면서 리버풀 선수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이 짧은 것이 올 시즌 활약의 변수다. 중원에서 활동하는 미드필더는 기본적으로 동료 선수와의 호흡이 중요하다. 패스를 정확하게 찔러주는 것도 좋지만 패스를 주고받는 선수와의 약속된 움직임이 더 요구된다. 될 수 있으면 팀에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한편, 리버풀은 앨런을 보강한 것과 동시에 기성용 영입전에서 빠질 것으로 보인다. 중앙 미드필더로 활용 가능한 자원을 데려오면서 또 다른 중앙 미드필더와 계약할 필요성이 없어졌다. 기성용은 런던 올림픽 8강 영국전 승리 이후부터 아스널, 맨체스터 시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영입 관심을 받고 있으며 한국 대표팀의 동메달 획득으로 병역 혜택까지 받았다. 8강 영국전에서 앨런, 애런 램지(아스널) 톰 클래버리(맨체스터 유나이티드)보다 우수한 공격력을 과시했던 그가 어느 팀으로 이적할지 앞날의 행보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