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런던 올림픽 3~4위전(11일 새벽 3시 45분)이 펼쳐질 영국 웨일즈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 한국이 8강에서 영국을 누르고 사상 첫 올림픽 4강 진출을 일구었던 뜻깊은 장소다. 이번에는 일본전 승리를 통해서 올림픽 최초의 메달 획득이라는 값진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이 경기가 끝난 뒤 역대 올림픽 대표팀 일본전 전적이 4승4무4패에서 5승4무4패가 되기를 기대한다. 4승4무5패는 보고 싶지 않은 시나리오다.
1. 한국vs일본, 수비력 백중세-공격력 일본 우세
한국과 일본은 런던 올림픽 5경기에서 각각 5실점, 3실점 범했다. 8강까지는 2실점, 무실점을 기록하는 강력한 수비력을 과시했다. 두 팀 모두 수비력은 백중세. 한국은 미드필더진의 강한 압박, 포어체킹, 공격수-미드필더-수비수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수비수들의 방어 부담을 줄여줬다. 일본은 자기 진영을 지키는 축구를 펼친다. 많은 선수가 활발히 수비에 가담하면서 상대 공격을 끊을 때 역습을 펼친다. 전형적인 일본 축구라면 점유율에 비중을 두겠지만 세키즈카 재팬은 선 수비-후 역습으로 나선다.
공격력에서는 한국이 일본보다 부족하다. 한국은 대회 5경기 중에 단 2경기에서만 골을 넣었을 뿐이며 총 3골에 불과하다. 와일드카드로 합류했던 박주영 부진 여파가 컸다. 측면 미드필더 김보경-남태희 폼도 좋지 못했다. 일본은 5경기 중에 4경기에서 골을 터뜨렸으며 총 6골 기록했다. 그중에 오츠 유키가 3골, 나가이 켄스케가 2골 넣으며 일본 공격을 책임졌다. 특히 오츠는 미드필더임에도 본선 1차전 스페인전, 8강 이집트전, 4강 멕시코전에서 득점을 올리며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2. 기성용-박종우 맹활약을 바라며
한국이 2010년 5월 24일 A매치 일본전을 2-0으로 이겼던 원동력에는 김정우가 혼다 케이스케를 봉쇄하면서 기성용 수비 부담을 줄여줬다. 반면 지난해 아시안컵 4강 일본전에서는 '기성용 파트너' 이용래가 활발한 움직임 속에서도 상대 공격을 악착같이 끊지 못한 단점이 있었다. '삿포로 참사'로 회자되는 지난해 8월 10일 A매치 일본전에서는 기성용이 4-1-4-1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섰으나 수비 비중이 늘어나면서 공격력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세 번의 일본전을 보면, 기성용 수비 부담을 덜어줄 선수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국에 승산이 있다.
한국이 일본전에서 승리하려면 기성용 패싱력이 얼마만큼 정확하고 활발하게 연결하느냐에 달려있다. 기성용 공격 전개가 힘을 얻으려면 수비형 미드필더 파트너 박종우가 상대팀 공격을 부지런히 차단해야 한다. 일본은 공격 옵션끼리의 위치 변경이 잦은 팀이지만 한국전에서는 체력 저하로 연계 플레이의 세밀함이 떨어질 위험이 있다. 박종우가 일본 선수들을 힘껏 괴롭혀야 한국 수비가 탄력적인 경기를 펼치면서 팀이 점유율을 늘리기 쉽다. 4강 브라질전을 쉬면서 컨디션을 회복한 만큼 기성용과 더불어 일본전 맹활약이 기대된다.
3. '일본 킬러' 박주영, 병역 혜택 확정 골 넣나?
박주영은 일본에 강했다. 청소년-올림픽-국가 대표팀을 거쳐 일본을 상대로 6골 터뜨렸다. 청소년 대표팀 4골, 올림픽 대표팀 1골, 국가 대표팀에서 1골씩 뽑았으며 자신이 골을 넣은 경기에서 한국은 일본에게 패하지 않았다. 그때까지는 '일본 킬러'의 위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10일 A매치 일본전에서는 무거운 몸놀림을 보인 끝에 팀이 0-3으로 완패하면서 사람들의 질타를 받았다. 프리시즌을 치르지 않은 실전 감각 저하가 일본전 부진의 화근이 됐다. 이때부터 슬럼프가 시작됐다.
1년이 지난 지금, 박주영은 런던 올림픽 3~4위전 일본전에서 골을 넣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자신의 런던 올림픽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한국의 3위 달성을 위한, 그리고 자신의 축구 인생에서 병역 혜택을 받을 마지막 기회를 성공적으로 살리기 위한 골이 필요하다. 런던 올림픽에서 유일하게 골을 터뜨렸던 스위스전은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유일하게 승리했던 경기다.(승부차기는 무승부 기록) 자신에게 슬럼프를 안겨줬던 일본을 상대로 '일본 킬러'의 명성을 되찾을지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
4. 윤석영-오재석이 불안하면 한국은 패한다
일본 입장에서 한국의 약점을 찾으면 틀림없이 풀백을 공략할 것이다. 윤석영-오재석 뒷 공간을 파고들면서 연계 플레이에 이은 슈팅을 노릴지 모른다. 지난해 아시안컵 4강 한국전에서는 전반 36분 나가토모 유토가 차두리 뒷공간을 파고든 장면이 마에다 료이치의 골로 이어졌다. 차두리가 자주 오버래핑을 시도하면서 수비 뒷공간을 비우게 되는, 근처에 있는 미드필더 이용래의 커버 플레이가 늦은 한국의 약점을 일본이 간파한 것이다.
윤석영-오재석은 브라질전에서 대인마크 실수, 위치선정 불안, 패스미스를 범한 끝에 부진했다. 두 풀백이 고전하면서 김보경-남태희의 측면 공격이 힘을 얻지 못했다. 일본전에서도 같은 문제점이 노출되면 한국의 패배 확률이 높아진다. 두 선수는 될 수 있으면 수비에 비중을 두면서, 일본이 지키는 경기를 펼칠 때 앞쪽으로 올라와서 팀의 볼 배급을 도와주는 형태의 경기를 펼쳐야 한다. 볼을 빼앗기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한 번의 패스미스가 실점 위기로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5. 홍명보호, 슈퍼서브가 중요한 이유
일본은 멕시코전에서 전반 30분, 후반 30분 이후의 페이스가 떨어졌다. 체력 저하에 시달리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았던 것. 일본 특유의 패스 축구가 효율적이려면 강한 체력이 요구된다.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FC 바르셀로나처럼 패스 받을 때의 움직임을 늘리며 공격 루트를 다양하게 확보하면서 다득점까지 노릴 수 있다. 그러나 일본도 한국처럼 런던 올림픽에서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체력적인 어려움에 시달렸다. 멕시코전에 이어 한국전에서도 같은 문제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일본의 약점을 노려야 한다. 후반전에 투입할 슈퍼서브의 존재감이 중요하다. 그 선수는 후반 중반부터 움직임이 약해질 일본 선수들이 힘들도록 빠르고 적극적인 몸놀림으로 상대 수비진을 파고들어야 한다. 빈공간을 두드리면 일본은 위축된 플레이를 펼칠 것이며 남은 시간 한국에 주도권이 넘어간다. 또는 정확한 슈팅으로 일본 골망을 흔들어야 한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3~4위전 이란전에서는 1-3으로 밀렸던 경기를 후반 32분 박주영이 만회 골을 넣으면서, 슈퍼 서브였던 지동원이 후반 43분과 44분에 골을 터뜨리며 홍명보호에 역전승을 안겼던 경험이 있다.
6. 과연 김기희는 일본전에 출전할까?
아직 올림픽에 뛰지 않은 센터백 김기희 출전 여부도 관심사다. 병역 혜택의 조건은 올림픽 3위 이내 입상이지만 경기에 출전해야 하는 또 다른 조건이 있다. 만약 한국이 동메달을 획득하면서 김기희가 결장하면 병역 혜택을 받지 못한다. 현실적으로 김기희는 일본전에서 수비 강화 또는 시간 끌기 차원에서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일본을 리드하고 남은 시간 수비에 치중할 때 김기희 투입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이 일본을 앞서는 상황이 아니라면 김기희 투입을 장담하기 어렵다. 모든 선수가 동메달 획득으로 병역 혜택을 받는 것이 홍명보호의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한국vs일본 예상 선발 명단
한국(4-2-3-1) : 이범영(정성룡)/윤석영-김영권-황석호-오재석/기성용-박종우/지동원(김보경)-구자철-남태희(백성동)/박주영
일본(4-2-3-1) : 곤다/도쿠나가-요시다-스즈키-사카이/야마구치-오기하라/오츠-히가시-기요다케/나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