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원은 체력적으로 보강이 되고 런던 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얻으면 다음 시즌에는 좋은 경기를 선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틴 오닐 선덜랜드 감독이 19일 피스컵 성남전을 마치고 인터뷰했던 내용입니다. 지동원이 2012/13시즌 팀에서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체력 향상과 런던 올림픽 맹활약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보완할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무엇보다 런던 올림픽을 언급한 것이 눈길을 끕니다. 지동원이 런던 올림픽에서 잘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올 시즌 선덜랜드에서의 입지를 좌우할 것 같습니다.
런던 올림픽은 한국 기준으로 8월 13일에 폐막합니다. 5일 뒤에는 프리미어리그가 개막하며 선덜랜드는 아스널 원정을 떠납니다. 지동원이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의 선발 멤버로 기용되면서 좋은 성과를 거두면 선덜랜드에게 이득입니다. 런던 올림픽을 통해서 실전 감각과 경기력이 올라온 지동원 효과를 믿을 수 있으니까요. 반대로 지동원이 한국 대표팀에서 이렇다할 기여를 하지 못하면 선덜랜드에게 이득이 되지 못합니다. 주력 공격수들이 이탈한 상황에서 지동원마저 부진하면 선덜랜드는 시즌 초반 공격력 저하를 걱정해야 합니다. 지난 시즌 초반처럼 말입니다. 그 여파는 스티브 브루스 감독 경질로 이어졌습니다.
지난 시즌 선덜랜드 투톱을 맡았던 니클라스 벤트너, 스테판 세세뇽은 피스컵에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벤트너는 아스널에 복귀했으며 세세뇽은 구체적인 불참 이유가 드러나지 않았습니다.(이적 준비? 혹은 부상?) 공격진을 새로 꾸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벤트너 백업 멤버였던 코너 위컴은 성남전 부진으로 경험 부족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오닐 감독이 이적시장에서 경험 충만한 공격수를 영입할 가능성이 있겠지만 벤트너 임대 기간이 끝난 것 자체만으로 누군가 선덜랜드의 주전 공격수로 도약해야 합니다. 지동원에게 기회입니다.
그 이전에는 지동원이 런던 올림픽에서 많은 시간을 뛰어야 합니다. 15~30분 뛰는 선수가 아닌 90분 뛰는 선수임을, 조커보다는 선발에 어울리는 공격수임을 오닐 감독에게 증명해야 할 것입니다. 지난 시즌 선덜랜드에서는 교체 출전과 결장을 거듭하며 90분 뛸 수 있는 감각이 약화됐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아직 유망주라서 벤트너-세세뇽을 넘기에는 무리였습니다. 실질적으로는 오닐 감독에게 체력이 강한 선수라는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습니다. 브루스 전 감독 시각에서는 지동원을 계속 교체 출전시키면서 프리미어리그 적응을 도왔겠지만, 오닐 감독 시각에서는 체력적인 약점을 이유로 선발 투입을 자제했습니다.
지동원은 선덜랜드에서 세세뇽 백업 이었습니다. 오닐 감독이 선호하는 빅&스몰 체제에서 최전방을 맡기에는 몸싸움이 부족합니다. 기본적으로 패싱력과 공격 조율, 순발력이 갖춰졌고 전남 시절 공격형 미드필더를 겸했던 경험까지 포함하면 세세뇽과 역할이 겹칠 수 밖에 없습니다. 경쟁자 세세뇽은 피스컵에 참가하지 않은 상황이죠. 올림픽 대표팀에서는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왼쪽 윙어 출전도 가능하지만) 4-4-2를 활용하는 선덜랜드의 쉐도우와 크게 다르지 않은 포지션입니다. 참고로 오닐 감독은 성남전을 마치고 "지동원은 팀 내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향상 되었다"고 언급했습니다.
런던 올림픽은 영국에서 개최됩니다. 선덜랜드를 비롯한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이 런던 올림픽 축구 종목을 지켜볼 수 밖에 없습니다. 어떤 선수는 런던 올림픽 활약상을 계기로 프리미어리그 클럽에 안착하거나 팀 내 입지를 키우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지동원은 후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대표팀 선배 기성용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전까지 셀틱의 철저한 벤치 멤버였으나, 한국의 월드컵 16강 진출에 기여하면서 닐 레넌 감독의 마음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레넌 감독이 기성용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한국 대표팀 활약상을 통해 알게 되었죠. 그 이후 기성용은 셀틱 주전 미드필더가 부상으로 빠지는 행운과 몸싸움 향상까지 더해지면서 주전 진입에 성공했습니다. 지금은 프리미어리그 이적설로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성용 전례를 지동원도 이어갈지 벌써부터 런던 올림픽이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