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피스컵은 K리그 성남의 우승 여부, '유럽파' 손흥민-석현준 활약, 프리미어리그 클럽 선덜랜드의 경기력을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유로 2012 종료 후 유럽 축구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에게는 피스컵에 뜨거운 관심을 가질만 하다. 특히 여름 방학을 맞이해서 피스컵을 관전하는 청소년들과 대학생 축구팬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대회 모든 경기는 수원 빅버드에서 벌어지며, 수원 외 지역에서 거주하는 축구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수원 시내에서 봤던 피스컵 홍보물]
그래서 이번 칼럼에서는 피스컵을 재미있게 즐기자는 취지에서 색다른 테마로 꾸며봤다. 피스컵 관전과 더불어 '수원의 명물' 수원화성 방문은 어떨까? 축구와 더불어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구미를 당기는 부분이다. 단순히 피스컵만 보러 수원으로 이동하기에는 허전함이 있을 것이다. 빅버드 근처에 있는 아주대 맛집에서 식사하거나 수원의 또 다른 명소를 찾으면서 경기장으로 이동할 분들도 있겠지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수원화성을 추천하고 싶다. 7월 4일 수원화성에서 빅버드로 이어지는 유람기를 공개한다.
[사진=사진 왼쪽부터 수원역-피스컵 홍보물-장안문 근처에서 먹은 밥버거]
[사진=장안문]
수원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 30분 무렵이다. 신도림역에서 천안역으로 향하는 3시 17분 급행열차를 놓치면서 생각보다 늦게 도착했다. 이때까지는 수원화성에서 즐길 시간이 부족하지 않을까 조마조마 했었다. 다행히 수원화성에서 시간 관리를 잘해서 빅버드에 무난하게 도착했지만. 수원역은 수원에 거주하지 않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수원역은 규모가 크다. 피스컵 대회 기간 중에는 많은 축구팬들이 수원역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수원역에서 11번 버스에 탑승하고 이동한지 얼마 안됐을때는 길거리에 피스컵 홍보물이 있는 것을 봤다. 수원 시내에서 피스컵이 알려지고 있음을 알게 됐다.
4시 50분 즈음에는 '장안문.북수동' 버스 정류장에서 내렸다. 장안문을 시작으로 수원화성 북쪽과 동쪽을 돌아볼 생각이었다. 수원화성 남쪽에 있는 팔달문은 최근 보수공사 중이다. 그 이전 버스 정류장에는 화성행궁이 있지만 시간 관계상 들리지 못했다. 그곳을 못가서 아쉽지만 장안문에서 빅버드로 이어지는 코스는 많은 이동량과 체력 소모가 요구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 되도록이면 수원화성을 돌아보기 이전에 음식으로 에너지를 비축하는게 좋다. 나 같은 경우, 버스에서 내리고 장안문으로 이동할 때 인근 식당에서 1,200원에 판매되는 밥버거를 먹었다. 싼가격에 푸짐한 요리를 먹은것에 대해 든든함을 느꼈다. 5시가 되면서 장안문에 도착했다.
[사진=장안문에서 찍은 사진들. 사진 왼쪽 밑에 있는 포는 홍이포라고 한다.]
[사진=끝없이 펼쳐진 수원화성 성곽]
장안문은 수원화성의 4대문(장안문, 팔달문, 창룡문, 화서문)중에서 북쪽 대문에 속하며 1794년에 완공됐다. 수원화성의 정문이며 성문 앞쪽에 반원형 옹성을 쌓은 것이 특징이다. 성을 강하게 보호하기 위해서 옹성을 지었으며 홍이포 같은 방어시설물이 있다. 홍이포는 화약과 조탄을 장전하여 발사하는 포구장전식 화포이며 사정거리가 700m에 달한다. 또한 수원화성은 유료 입장이며 일반권 개인은 1,000원(어른)이다. 수원화성을 이동하기 위해서 장안문에 있는 매표소에서 표를 끊었다. 장안문을 지난 뒤에는 북동포루를 지나 화홍문에 도착했다.
[사진=화홍문]
[사진=화홍문 앞쪽 풍경]
[사진=화홍문 뒷쪽 풍경]
화홍문은 수원화성의 북쪽 수문이다. 화홍문에서 화(華)는 화성, 홍(虹)은 무지개를 뜻한다. 화성 무지개로 풀이할 수 있는데 성 밑에 수원천이 흐르는 풍경이 독특하다. 평지 혹은 산쪽에 건축물이 지어진 다른 성들과 차별적이다. 화홍문 누각에 올라갔을때는 시원한 바람을 맞이하면서 상쾌한 기분을 만끽했다. 더운 여름 이었지만 화홍문 주위의 근사한 자연 풍경을 보면서 일상 생활의 스트레스를 잊게 한다. 수원은 엄연히 도시지만, 화홍문은 도시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딱딱한 기분이 저절로 풀려진다. 이 대목에서 여행의 보람을 느끼게 된다. 이때가 5시 30분 이었다.
[사진=방화수류정]
[사진=서울대공원에 코끼리 열차가 있다면 수원화성에는 화성 열차가 있다.]
[사진=국궁체험 현장]
화홍문을 통과한 뒤에는 북암문-방화수류정-동북포루를 거쳐 연무대 활터에 도착했다. 이곳에서는 시민들이 국궁체험을 할 수 있다. 1회 10발 2,000원이며 과녁을 향해 활을 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계속 걸어 다녀야 하는 상황이라 국궁체험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지만, 언젠가 시간이 넉넉하면 활을 쏴보고 싶다. 그 이후에는 조선시대 군사들을 지휘했던 동장대를 거쳐 동북공심돈-동북노대를 지나갔다. 나의 수원화성 마지막 목적지 창룡문으로 걸어가고 있을때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더니 빅버드가 보였다. 생각보다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사진=창룡문]
창룡문은 수원화성의 4대문 중 하나이며 동쪽 대문이다. 주위에 교통수단이 북적였던 장안문과 달리 주변에 넓은 잔디가 펼쳐 있어서 분위기가 조용했다. 이곳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꽤 있었다. 그들은 수원과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문화재를 보면서 어떤 느낌을 가졌을까?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누르거나 창룡문을 느긋하게 지켜보는 모습을 봐선 수원화성에 푹 빠진 것 같았다. 당시 시간은 6시 3분. 이제 빅버드로 향할 시간이다.
[사진=빅버드]
최종 목적지 빅버드에 도착했다. 창룡문과 빅버드 사이의 거리는 도보 16분 이었다. 생각보다 멀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창룡문을 나오면서 버스를 탈까 고민도 했지만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다. 많이 걸었던 만큼 보람을 느끼게 된다. 어쩌면 이날 피스컵이 벌어졌다면 개인적으로 즐기는 2가지 취미(축구보기, 여행)를 함께 즐겼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원화성을 헤집고 다니면서 운동을 하고, 피스컵을 통해 축구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는 행복이라면 마음속으로 알찬 하루를 보냈다고 자신하지 않을까. 비록 나의 일정은 여기까지였지만 언젠가 수원화성에 다시 오고 싶다.
7월 19일 19:00. 2012 피스컵 첫 경기 성남-선덜랜드의 킥오프 시간이다. 2003년부터 시작된 피스컵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국내에서 열렸던 2003-2005-2007년 피스컵이 흥행 성공했듯 2012년 피스컵에서도 많은 축구팬들이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기대하며 빅버드를 찾을 예정이다. 저마다 빅버드를 찾는 경로는 다양하겠지만 수원에서 한여름의 아름다운 추억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본 포스트는 피스컵 공식 블로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