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은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루카스 포돌스키(27, 전 쾰른) 올리비에 지루(26, 전 몽펠리에) 같은 공격수들을 영입했습니다. 포돌스키는 지난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9경기 18골(득점 공동 4위) 지루는 지난 시즌 프랑스 리게 앙 36경기 21골(득점 1위)를 기록했습니다. 지난달 유로 2012에서는 독일, 프랑스 대표팀 선수로 출전한 경험이 있습니다. 아스널이 두 명의 걸출한 킬러를 영입한 것은 7시즌 연속 무관의 사슬을 끊겠다는 해석으로 보입니다.
포돌스키-지루의 영입은 로빈 판 페르시를 대체하는 목적도 있습니다. 판 페르시는 지난 몇 달 동안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영입 관심을 받았으며 아스널과의 계약 기간은 2013년 여름 까지 입니다. 현재 아스널과의 재계약 작업이 지지 부진한 점을 미루어보면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팀을 떠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그러나 아스널이 판 페르시 이적을 쉽게 수락하지는 않을 겁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상위권 팀에 넘긴다는 것은 올 시즌 우승 욕심을 의심받게 됩니다. 판 페르시는 아스널에서 독보적인 존재이며, 아스널이 우승하려면 판 페르시는 꼭 있어야 합니다.
만약 판 페르시 잔류가 확정되면 아스널 4-2-3-1 포메이션이 바뀌지 않는 전제하에 포돌스키-지루는 2선 미드필더로 뛰거나 판 페르시 백업이 되어야 합니다. 포돌스키는 왼쪽 윙어로 뛸 수 있는 선수죠. 아스널 왼쪽 윙어 제르비뉴의 골 결정력 부족, 지난 시즌 후반기 제니트에 임대됐던 안드리 아르샤빈 슬럼프를 놓고 볼 때 포돌스키의 득점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지루는 2선 미드필더로서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판 페르시 백업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니클라스 벤트너의 선덜랜드 임대 복귀가 끝났음을 고려하면 마루앙 샤막, 박주영 같은 출전 기회가 적었던 백업 공격수들은 이적 또는 임대 가능성이 있습니다.(벤트너도 마찬가지)
그러나 아르센 벵거 감독이 지루를 판 페르시의 백업으로 쓸지 의문입니다. 프랑스리그 득점왕을 잉글랜드리그 득점왕의 서브로 활용하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습니다. 지루의 영입은 아스널 공격력 보강과 동시에 최전방 공중볼 싸움에서 이기겠다는 벵거 감독의 의지가 반영됐습니다. 지루는 큼직한 체격(192cm, 88kg)을 갖춘 타겟맨이며 프리미어리그에서 활동하는 육중한 체격의 수비수들과 충분히 경합할 수 있는 소유자입니다. 지루-포돌스키-판 페르시의 역량을 놓고 보면 아스널 붙박이 주전감입니다.
어쩌면 아스널은 투톱 변화를 노리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판 페르시-포돌스키-지루-벤트너(또는 샤막, 박주영)를 로테이션으로 활용할 수 있죠. 4-4-2로 변경하기에는 중앙 미드필더들의 활동 반경이 좁은 단점이 있지만 잭 윌셔 부상 복귀, 얀 음빌라(스타드 렌) 영입 가능성을 놓고 볼 때 중원 변화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스리톱 변경도 예상됩니다. 4-4-2로 활용 가능한 중앙 미드필더가 마땅치 않으면 세 명의 미드필더를 둘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포돌스키-지루(판 페르시)-판 페르시(월컷)'로 짜인 스리톱이 가능합니다. 다만, 판 페르시가 측면에서 활동하면 지난 시즌에 비해 득점력이 반감 될 우려가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판 페르시의 잔류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아스널 최전방이 어떻게 구성될지 앞으로 지켜봐야 합니다.
아스널의 포돌스키-지루 영입은 판 페르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복안입니다. 지난 시즌 초반 하위권 추락에서 3위 도약이라는 우여곡절을 보면 아스널은 판 페르시 이외에는 꾸준히 골을 터뜨릴 선수가 없습니다. 축구에서는 아무리 경기 내용이 안좋아도 골을 넣을수록 승리 확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아스널의 패스 축구는 항상 일관된 흐름을 나타내면서 다른 팀들에게 충분히 읽혔으며 7시즌 연속 무관의 딜레마로 작용했습니다. 팀의 우승을 위해 새로운 득점 루트를 개척해야 합니다. 포돌스키의 포지셔닝과 넓은 활동 폭, 지루의 포스트플레이는 지난 시즌의 아스널 축구보다 다채로운 공격력을 자랑하게 됩니다.
그러나 판 페르시가 다른 팀으로 떠나면 포돌스키-지루의 득점 부담이 커집니다. 아스널을 상대하는 팀들은 포돌스키-지루를 향한 압박을 강화할겁니다. 아스널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오른쪽 측면의 득점력이 높지 않습니다.(월컷의 컨디션이 좋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4-2-3-1의 원톱으로 나올 지루의 활약상에 의해 팀 성적이 치우칠지 모릅니다. 만약 지루가 프리미어리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면 아스널 성적 관리가 힘겨워집니다. 따라서, 아스널은 판 페르시 잔류에 팔을 겉어 붙일 것이며 포돌스키-지루 보강을 통해서 우승 의지를 키울 겁니다. 물론 공격력 보강만이 우승을 보장하지는 않겠지만요.